Direct experience & Indirect experience
최근 팀에 합류한 동료가 필요한 것이 있다며 나를 찾았다. “우리도 이런 것 하나 사면 안돼요?” 텀블벅에서 후원을 받아 만드는 박(후가공) 샘플 모음집이었고 최근 SNS에서 자주 눈에 띈 제품이었다. “우리팀에 박샘플이 왜 필요해요?” “있으면 좋잖아요. 박이 어떻게 나오는지도 보고 박 종류도 알 수 있고요!”
“혹시 박 찍으러 안 가보셨어요?” 자신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네. 안 가봤죠” “그럼 포트폴리오에 담긴 작업들은 어떻게 한 거에요?” “대행 업체에 맡겼죠. 업체가 전문가니까 알아서 잘 해주잖아요.”
잠시 생각했다. “이거 우리 작업할 때, 현장에 한번 나가보면 대부분 한 번씩 찍어 볼 수 있는 것들이에요. 다음에 같이 나가봐요.” 박을 찍는 건 (물론 샘플집이 있다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찍히는 종이 특성, 박지 브랜드별 특징, 동판 높이, 온도와 현장의 습도, 가열된 정도, 기장님의 실력과 노하우 등 무궁무진한 변수와 싸움이다. 현장에서 작업자와 디자이너가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 너무 깊이 들어간다 싶으면 압을 조절하고 골판지에 박 작업을 할 때는 동판 일부를 더 낮게 깎기도 한다. 현장에서 훨씬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이 경험들이 오롯이 내 것이 된다.
물론 간접 경험이 나쁜 것은 아니다. 간접 경험이라도 하면 좋다. 하지만 직접 경험을 쉽게 할 수 있는 상황과 환경이라면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훨신 낫지 않을까? 우리는 마음먹으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음식을 먹는 것, 음악을
듣는 것, 전시나 공연을 보는 것, 어떤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는 것, 여행을 하는 것, 책을 읽는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먹어봐야 맛을 안다. 가능한 모든 상황에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진짜 내 것이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노력에 의지해 쉽게 필요한걸 얻느다면, 그 이상의 것을 찾기 어렵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