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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KE May 17. 2018

작업의 에너지

함께 "일"을 한다는 것

우리는 대부분(거의 모든)의 프로젝트를 많은 사람, 많은 조직과 진행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 과정에서 내 역할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높고 클 수도 있고, 어느 상황에는 보조자의 역할만 할 경우도 있다. 보통 이런 경우 “함께”했어요. “같이”했어요.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어디까지가 “같이”한 작업일까?”

얼마 전부터 오프라인 경험디자인이 주 업무가 되면서 제작업체, 대행업체와 작업이 많아졌다. 일부 제작업체는 제작 영역이 아닌, 크리에이티브 영역까지도 본인 역할(역량)이라 홍보하며 부도덕한 이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제작업체가 내가 원하는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내가 원하는 품질이 구현 가능하도록 깊이 있게 모색하여 완성을 위해 함께 에너지를 사용했다면 “같이”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같이 작업하는 동료, 혹은 디렉터라도 프로젝트에 아무 고민과 에너지 없이 수동적으로만 일을 하거나  다른 누군가의 고민, 노력, 역량에 편승하려고만 한다면 “같이”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었다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같이 무엇인가를 했다면 적어도 어느 정도는 비슷한 양의 에너지가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작업에는 작업하는 사람에 에너지가 들어간다.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상태에서 작업을 하면 그 기운이 들어가고 축 처져있거나 하기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면 그 기운 역시 고스란히 작업에 담긴다. 때문에 작업하는 당시, 프로젝트 기간 에너지가 중요하다.

이 에너지라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라 수치화하기 어렵다. 작업에 들인 시간일 수 있고, 고민하는데 들어간 집중도일 수도 있고, 즉흥적인 인사이트일 수도 있고, 집요하고 치밀하게 디테일을 따지는 개인의 성향일 수 있다.

이것은 실력과 역량의 크고 작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력이 있으면 있는 대로, 뛰어난 역량이 없으면 없는 대로, 경험치가 낮으면 낮은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같이 작업하는 사람에 상응하는 충분한 에너지를 넣어줘야 한다. 그래야 적어도 내 기준에선 “함께”한 작업에 된다. 

아무 고민 없이 작업을 지시하고 확인했다는 것 만으로 자기 작업이라 말하는 디렉터, 아무 노력과 재능 없이 몸을 담고 있는 기업의 영향력에 편승하려는 디자이너, 협력업체의 노하우를 대가없이 취하려하는 사람들, 아무런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뛰어난 디렉터나 동료의 역량에 의지하려고만 하는 작업자. 모두가 문제다. 거듭 강조하지만 실력, 재능과 역량 이야기가 아니다. 

작업에 들인 에너지가 없다면 “함께”했다고 보기 어렵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깎아 불어넣은 에너지를 자신의 것인양 오해하거나 포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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