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AKE Aug 20. 2019

내 디자인을 망치는 목업 vs 살리는 목업

무분별한 목업 디자인을 바라보는 꼰대 같은 시선

*매우 주관적인 견해와 경험이 담긴 글입니다. 목업 템플릿(온라인을 통해 무료/유로로 배포되는 실제 제품과 비슷한 가상 그래픽 소스)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확실한 장점이 있고 저 또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방을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공모전 출품을 위해 작업했던 디자인을 정리하고 있었다. 다른 인하우스 팀이나 스튜디오처럼 우리도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시간을 쪼개 결과물을 이미지로 촬영해 기록한다. ‘스마일’이라는 커머스 브랜드 디자인을 큰 주제로 3년간 진행했던 관련 BX 디자인 결과물들을 한 곳에 모았다. 작업물을 모아놓고 보니 한 브랜드의 결과물이라고 보기엔 조금 아쉬운 제각각의 모습이었다. 아마도 '스마일'이 가진 여러 가지 서비스 성격(배송, 멤버십, 간편 결제 등)에 따라, 혹은 그때그때 시기적인 상황에 맞춰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달랐기 때문인 것 같다. 아웃풋의 형태나 재질, 촬영에 사용했던 장비나 조명 등도 '스마일' 브랜드를 한 톤으로 묶지 못하고 제각각의 결과로 보이게 만드는데 한몫했다.

실제 촬영한 스마일카드, 스마일클럽 BX 디자인

결국 이미지를 취합하던 디자이너는 어려움을 나타냈고, 온라인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목업 이미지를 다운로드하여 간단한 합성으로 실제 촬영한 이미지를 대치했다.


목업 템플릿을 사용한 스마일카드, 스마일클럽 BX 디자인

목업 템플릿을 활용한 이미지는 오히려 촬영한 이미지보다 브랜드 톤을 일관되게 묶어주었고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덴티티를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의 앤드 피쳐까지도 쉽게 담아낼 수 있었다. 결과물의 소재나 구조, 콘셉트 등을 고려해 디자인 방향과 가까운 이미지 한 컷을 얻는데 대략 하루 정도 시간을 사용했다면 목업 이미지를 사용해 짧은 시간에, 어떤 측면에선 더 퀄리티 있는 아웃풋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촬영된 이미지를 선택하고 보정하는 시간, 촬영을 준비하는 시간, 공간과 인력에 대한 리소스까지 감안한다면 목업 템플릿이 주는 편리함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빠르고 편리한 VS 실체, 본질에 가까운
디자인 아웃풋을 보여주는 방식에도 유행이 있다. 포스터 디자인을 예로 들면, 내가 처음 디자인을 막 시작했을 때에는 포스터를 직접 들고 촬영을 하는 것이 유행했다. 아래와 같은 느낌이다.


왜 이렇게 촬영을 했는지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추측해보자면, 아마도 실제 제작되는 포스터의 사이즈 감을 알려주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같은 맥락에서 오프라인 디자인 분야에선 작업물을 만들면 실제로 아웃풋을 촬영해서 이미지를 공개를 하고 아카이빙을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여겨지곤 했다. 프로젝트 성격과 맥락에 맞게 시간과 공을 들여서 사진을 찍고, 촬영을 마쳐야지만 비로소 프로젝트가 끝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오프라인 디자인 작업물 특성상 많은 사용자가 실물 디자인을 접하기 어렵고, 점점 늘어나는 작업물을 보관하고 관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목업 템플릿을 사용하기 전에 고민해봐야 할 것들
쉽게 목업 템플릿을 구하고, 빠른 합성 작업을 통해 내 디자인 아웃풋 퀄리티를 좋아 보이게 만드는 현상 자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본다. 우리가 주로 작은 모바일 화면을 통해 이미지를 소비하고 콘텐츠 자체에 오랜 시간 집중하지 않고 빠르고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미지 수정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사용자의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할 수도 있어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작업물의 본질을 지키는 범위를 넘어서는 목업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 포트폴리오를 이미지로 만드는 이유는 내가 작업한 디자인의 실물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으니 실제와 가장 가까울 수 있도록 크기나 부피감, 재질 등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잊지말아야한다. 핵심을 뒤로한 무분별한 과용은 부족한 만 못하다.


디자이너들은 본인의 작업, 아웃풋의 본질적인 부분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업물을 보여주면 좋겠다. 타이포그래피 적인 디테일과 완성도가 핵심이라면 목업으로 만드는 이미지가 오히려 그 느낌을 반감시킬 수 있다. 치밀하게 계산된 그리드나 여백도 시뮬레이션 이미지로는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렵다. 색상이나 재료에 관한 경험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고민해서 고른 종이의 느낌이나 정성스레 디테일을 올린 가공의 마감이나 방식을 목업 이미지가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면, 이것은 좋은 보여주기 방법이 아니지 않을까? 쉽게 구할 수 있는 목업 소스를 사용하기 전에 이것이 오히려 내 다자인, 내 브랜드를 망치는 것이 아닌가를 한 번쯤 고민을 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 과하지 않게 사용했으면 한다.


마치며

목업 이미지는 꼭 필요하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클라이언트나 협업부서에게 보여주는데 중요하게 사용되기도 하고 서비스의 연속된 흐름이나 맥락을 보여주는 것에도 탁월하다. 이 글의 주제는 목업 템플릿을 사용하지말자는 의미가 아니다. 디자인 결과물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다움’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맞다 틀리다, 좋다 나쁘다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고민한 생각들이 그대로 아웃풋을 담아내는 이미지에도 담겼으면 좋겠다. 고민과 결과가 프로젝트 의도와 다르게 과장되지 않았으면 한다. 점점 쉽고 빠르게만 변해가는 것이 아쉬워 잠깐 생각을 적었다.




*본문에 포함된 목업 이미지 작업은 Clay.inc 백산 선임 디자이너님과 ebay korea 브랜드디자인팀 송수연 매니저님이 진행해주셨습니다.


instagram.com/kiwa_archive

behance.net/kiwa_work

에도 느리지만, 간간히 작업물을 올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디자인 조직 세팅 비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