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AKE Aug 04. 2019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디자인 조직 세팅 비법

슈퍼밴드를 통해 본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법

매우 주관적인 견해와 경험이 담겨있는 글입니다. 조직의 상황과 프로젝트의 성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 중간에 JTBC <슈퍼밴드> 방송 클립이 담겨있습니다. 비상업적인 포스팅이지만 저작권에 문제가 있다면 삭제하겠습니다.



얼마 전에 막을 내린 JTBC 슈퍼밴드를 인상적으로 봤다. 처음엔 다소 메이저 음악과 거리가 있는 밴드 음악을 소재로, 연주자에게 초점을 맞춘 오디션이라는 것이 생소했다. 하지만 신선한 콘셉트라고 생각했고 흥미롭게 보기 시작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지만 참가자들이 실력이 좋고, 개인이 갖고 있는 매력이 있어 금세 빠져들었다. 프런트맨을 중심으로 멘토인 심사위원이, 때론 참가자들이 직접 경연에 맞게 팀을 구성하는데 그 과정과 방식, 또 그로 인한 결과과 흥미로웠다.



밴드 루시


내가 응원했던 밴드는 이주혁, 신예찬, 신광일, 조원상으로 구성된 ‘루시’였다. (*본선4라운드 까지 계속 팀원들이 바뀌고 결선 라운드 부터는 결성된 팀이 그대로 유지되는 방식이다.) 간단하게 밴드 맴버를 소개를 하자면,


프런트맨 이주혁은 ’기프트’라는 밴드 보컬로 미성의 아름다운 보이스를 가진 보컬이다. 감성적이고 유니크한 보컬이지만 너무 여린 느낌이라 파워가 있는 노래나 관객들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카리스마가 부족할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주혁이 쓴 기프트의 곡들을 들어봤지만, 다분히 주관적인 취향으로 말하자면 특색이 있다거나 좋다는 느낌은 없었다.

 

신예찬은 버스킹으로 이름을 알린 ‘가능동 밴드’에서 활동하던 바이올리니스트다. 신들린듯한 열정적인 바이올린 퍼포먼스가 압도적이다. 세션의 느낌이라기보다 바이올린으로 노래를 부르는 듯한 감정표현과 클래식 악기로 밴드 사운드와 이질감 없게 묻어가면서도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가능동 밴드 보컬 임근주 특유의 마이너 한 바이브와 약간은 거리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광일은 보컬로 참여했지만 기타, 베이스, 드럼을 모두 다룰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사운드의 비는 부분을 풍성하게 채워주고 이주혁의 여린 보컬에 화음을 쌓아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훈훈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  

이주혁, 신예찬, 신광일 이 세명은 각자 색깔을 뽐내며 고군분투하다 본선 3라운드에서 팀을 이뤄 james bay의 hold back the river를 리메이크해 라이벌 이종훈 팀을 완승으로 제압하며 결선에 진출한다.


이후 이들은 자유 조합으로 팀 멤버를 뽑는 미션에서 본인들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프로듀싱 능력을 가진 조원상을 영입한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조원상은 감각적이고 실력 있는 프로듀서였지만 함께하는 멤버에 따라 결과물의 편차가 컸다. 조원상 영입으로 이 팀은 미디, 엠비언스사운드, 프로듀싱이 가능해지고 조원상은 베이스 악기를 다룰 수 있어 비어있는 사운드를 커버한다.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최고의 발란스를 만든 것이다.


유니크하지만 여린 이주혁의 보이스를 > 신광일이 서브보컬로 커버하고, 잔잔한 사운드와 밋밋한 퍼포먼스를 > 열정적인 바이올린 연주로 신예찬이 커버한다. 비어있는 리듬악기를 > 신광일이 커버하고, 새로 투입된 조원상이 베이스를 잡으며 빈 사운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게다가 조원상이 투입되며 엠비언스팝이라는 확실한 팀 사운드가 생기며 루시는 실력도 갖추고 유니크한 팀으로 재정비된다.


루시의 첫공연는 pickle friends의 swim을 편곡한 무대였다. (*아래 링크에서 같이 감상해보자)

http://naver.me/GZCIRudr


이들은 제한된, 열악한 환경에서 상호 보완, 상생이 가능한 최적의 멤버를 모았다. 팀의 발란스가 너무 완벽하게 짜여있어서 누구 하나가 빠지더라도 루시, 루시의 사운드와 퍼포먼스를 만들 수 없다. 개인의 능력치가 팀을 이루면서 더 큰 시너지로 포텐이 터진 경우다. 결과적으론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고 앞으로 이 조합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내게 큰 인사이트를 준 팀임에는 분명하다.



루시를 통해 본

디자인 조직 세팅 비법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많은 디자이너들이 쉽게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에이전시나 인하우스에서 디자인 조직을 세팅할 때도 위 내용과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부터 전하려는 이야기는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정답이 아니다. 가능성을 조금 높여주는 방법일 뿐이다.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기업이나 디자인 회사에선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별 프로젝트를 받아 개개인이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대부분 팀 단위로 움직이고 성과를 낸다. 흔히 포트폴리오가 좋은, 디자인 퍼포먼스를 잘 낼 수 있는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회사에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디자인 퍼포먼스를 잘 낼 수 있다면 물론 플러스 요인이 되겠지만, 그것이 채용에 결정적인 이유가 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럼 디자인 조직에선 어떤 디자이너를 원하고 어떤 디자이너가 채용이 될 확률이 높을까?


지금 우리 조직을 예를 들면, 우리 팀은 모두가 디자인을 감각적으로 잘하거나 디자인 퍼포먼스가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아니다. 한정된 T/O에 맞춰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적의 멤버’들을 찾고 또 찾는다. 그러기 위해선 팀의 방향성, 팀의 강점과 부족한 부분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이 가진 장점이 있고 각자가 좋아하는 것 또는 잘하는 특기가 있다. 그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맴버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한다. 지금 우리 팀에 디자인 논리를 만들거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것에 특화된 디자이너를 뽑는다. 비록 디자인 감각이 부족하더라도 말이다. 때로는 글을 쓰는 능력이나 외국어 같은 능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때로는 학구적인 디자이너가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강한 디자이너가 필요하기도 하다. 프로젝트 경험이 많은 능숙한 디자이너도 필요하고, 경험이 적은 디자이너의 무모함과 신선함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때그때 팀 발란스를 살펴보며 어떤 선수가 필요한지를 찾는다. 예전에는 팀원들이 너무나도 조용해서 주변을 활기차게 만들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디자이너가 필요하기도 했고, 팀원들이 서로 자유롭게 크리틱 하는 것을 어려워할 때는 사사건건 문제를 지적하는 크리틱 한 능력이 뛰어난 디자이너를 뽑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가진 장점, 단점이 다르듯 자기에게 알맞은 자리가 분명히 있다. 포트폴리오를 멋지게 만들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뭘 잘하고, 뭘 잘하고 싶고, 어떤 것이 부족하고, 다른 디자이너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의 이런 가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지원을 한다면 채용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내가 일을 하고 싶어는 곳이 ‘현재’ 어떤 가치를 가진 사람을 원하고 있는지를 파악한다면 원하는 것을 얻는데 조금은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평소에 가고 싶은 회사, 같이 일하고 싶은 조직, 같이 일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구체화시켜 고민을 해보는 것이 좋다. 채용 관련 JD를 수시로 꼼꼼하게 살펴보고 여기서 ‘지금’ 원하는 사람이 내가 맞는지 아닌지, 이 팀의 분위기는 어떤지, 지금 그 회사의 팀의 상황과 비전은 어떤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서 내게 맞는 자리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며


예전에 팀원 한 명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분은 내가 부족한 것을 다른 사람이 대신 채워주는 것이 팀워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내가 알고 싶은 것들을 채워줄 의무가 리더와 동료에게 있다는 논리였다. 같은 팀이라고 해서 그분이 부족한 것, 학습하고싶은 것, 나만이 알고 있는 노하우를 굳이 꺼내어 알려줄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학원이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포지션에서 경기장을 뛰고 있는 선수들일뿐이다. 내가 득점에 특화된 공격수라고 해서 내 득점 노하우를 수비수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믿고 신뢰하며 득점 찬스가 났을 때 내가 아무런 의심의 여지없이 믿고 공을 패스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다. 모두가 스트라이커가 될 필요는 없다.

물론 기업의 상황 프로젝트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 차이를 치밀하게 고민하는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뛰어넘을 엄청난 감각과 포트폴리오가 있다면 지금까지 내가 한 이야기는 무시해버려도 좋다.



instagram.com/kiwa_archive

behance.net/kiwa_work

에도 간간히 작업물을 올립니다.

많이 방문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눈의 감각 vs 수치로 디자인 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