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프로젝트
3/31 무한도전이 끝났다. 나의 10-20대 를 책임졌던 프로그램이고, <토토가> <조정> <가요제> 등등 순간순간마다 무한도전 때문에 즐거웠다.
나는 아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아쉽지 않았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먼저, 출연자들은 처음과 달라졌다. 절대적인 사람의 변경도 있었지만, 출연자들의 사회적 위치가 달라졌다. 누구보다 최고의 연예인들이었고, 진정으로 모든 걸 내려놓고 도전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하여, 나의 위치가 바뀌었다. 무한도전을 제일 재밌게 보았을 때 나는 고등학생/대학생이었다. 나를 둘러싼 세계는 학교, 학원, 나의 친구들, 그리고 미디어였다. 아직 외부 세계를 겪어보지 않았기에 <Yes, we can>이라는 표어가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나를 둘러싼 세계는 바뀌었다. 대학을 졸업했고, 취직을 했고, 결혼을 했다.
“잘해야 한다”라는 마음이 없어졌다.
취직을 하면서도 결혼을 하면서도 잘해야 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Yes, we can!> 아니다, 넌 잘해야 돼! 할 수 있어! 결국 주위의 이야기와 격려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 은 2012년, 즉 6년 전 이러한 사회 현상을 진단하며 “할 수 있다”로 대표되는 긍정성의 과잉을 비판했다. 성과를 위해 나 자신을 강제하고, 과잉활동 과잉 자극을 경계하며 무위와 심심함, 즐거운 피로를 역설한다. 한국, 독일에서는 그의 진단과 대안에 열광하였고, 무언가 바뀌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바뀌지 않았다.
지금 이 책이 똑같은 이름으로 출간되었다면? 당연히 잘 팔릴 것이다. 나를 둘러싼 세계는 아직도 긍정성의 과잉을 이야기한다. 피로한 사람들과 어떻게 그 피로를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대기업은 주 52시간 근무제, 저녁 있는 삶을 표방한다. 하지만 실상은 경쟁사회, 성과만을 요구하는 모습. 밀려드는 일에 <쉬는 시간>이라 보고하고, 자리에 앉아 일하는 모습이다.
대기업을 비판하며 스타트업에 간 사람들 역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열심히 해야 돼~!!” 라며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YES WE CAN” 의 성공의 공식은 아직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다. 책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탈진한 영혼의 표현이라 일컬으며 자유와 강제가 일치하지 않는 상태라 말한다.
나는 이 책을 보고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니다. 읽고 난 후 느낀 것은 "문제의식" 에는 동의하고 있다. 과연 이 문제의식을 모두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다면 <피로사회>를 읽고 나서 생각을 바꿀 만큼 설득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난 지금 효리네 민박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