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에서 기억하는 베를린.
정확히 반년이 지났다. 어느 1월의 초겨울. 나와 아내는 베를린에서 결혼기념일을 보내게 되었다.
그 당시 우리는 각자의 일에서 어려워하고 있었다. 같은 업무를 3년 가까이 넘어가면서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했고, 동반자는 중2 질풍노도의 아이들과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18년 1월 모리셔스, 18년 7월 스페인_바르셀로나, 19년 1월 독일_베를린 까지. 짧은 신혼을 최대한 즐기고자 노력했다.
서로의 외부 상황 탓이었을까. 여느 때와는 다르게 여행지를 더욱더 집중해서 찾아보지 않고 다소 무계획으로 독일의 찬 바람을 맞게 되었다. 그저 믿고 있었던 건 <마이리얼트립> 의 박하 가이드의 여행작가에게 직접 듣는 베를린 핵심 투어였다.
두 가지 요인으로 위 투어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1. 짧은 투어 시간
: 자유롭게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우리 둘은 가이드 투어에 큰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선"이다> 라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좋은 동선에 짧은 투어 시간(3시간)은 마음에 들었다.
2. 다양성 : Tripful 여행 책의 믿음.
: 마이리얼트립, 유로자전거 나라 등 1일 가이드 투어를 비교하면서, 너무 많은 정보에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직접 가지 않고서는 걷는 곳의 어려움, 주위 풍경과 분위기 등을 가늠할 수 없기에 추천해주는 코스가 괜찮을지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Tripful 이란 책의 퀄리티가 다른 가이드 북 보다 뛰어났고, 한 권으로 모든 게 가능했다. 특히 기존 베를린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들어있었던 책이라, 믿음이 갔고, 그 책을 만들어주신 분이 쓴 책이라는 게 여행의 다양성을 기대할 수 있었다.
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더 강조하게 된 이유는 위에 기대했던 것들이 모두 기대 이상으로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베를린의 주요 여행 스폿인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시작했다. 역사부터 시작하여 왜 이 문이 승전의 문, 개선문이 아닌 지 를 이야기해주시며, 17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르는 문의 역사와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투어는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시작되어야 했었다.
3시간의 투어는 위의 형식과 같다. 각각의 스폿을 거쳐가면서, 도시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짚어주신다. 그렇게 할 수 있으신 이유는 가이드 선생님이 공공미술을 전공하셨고, 7년 넘게 거주하시면서 베를린과 독일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아시기 때문이었다. 이번 기회에 알게 된 것은, 베를린이 공공미술의 성지이며 다른 서유럽의 나라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베를린 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투어를 마치며, 3가지의 포인트로 이 투어를 추천하고 싶다.
1. 인사이트 트립을 즐기는 분.
: 여행을 단순하게 쉬러 간다기보다, 그 나라만의 특색과 매력을 즐기시는 분, 편집샵 등 새로운 것들을 보고, 즐기길 원하시고 선호하시는 분이 박하 가이드님께 더 많은 것을 받아가고, 즐기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2. 조용히 즐기시길 원하시는 분.
: 투어가 보통 10인 내외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위 투어는 6명 이내 소규모로 진행되며, 운이 좋게도 내가 갔을 때는 우리만 있어서 더 조용히 즐길 수 있었다. 가이드님도 계속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쉴 때와 이야기할 때를 센스 있게 아시는 분이어서 우리 부부 둘이 더 즐길 수 있었다.
3. 사진을 못 찍으시는 분 (바로 나다..)
: 난 사진을 잘 못 찍는다. 특히 인물사진. 그래서 항상 예쁘게 여행을 기억하고 싶은 아내에게 가끔 혼난다. 그런데 박하 가이드님은 여행 스폿마다 예쁜 사진을 남겨주신다. 더 예쁘고, 구도도 좋고, 표정이 살아있는 사진 도 많지만, 영업기밀이실 수 있어서 조금만 올린다. ㅎㅎ 여행을 더 기분 좋게 기억하고 싶으신 분들이 즐겼으면 좋겠다.
결국 위 투어로 베를린을 시작하게 된 우리들은, 서울에서의 힘들었던 기억들을 잠깐 잊고, 여행지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고, 서로를 더 의지하면서 베를린을 기억할 수 있었다. 새로운 여행지를 즐기기 전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고마움을 기억하고 싶어서이다. 박하 가이드님, 회사 직장동료, 친구들, 부모님 등 6개월 의 시간 동안 고마운 분들이 많았다.
특히 무엇보다도 아내에게 고마운 일이 많다.
베를린에서도 기본적으로 많이 걷고 힘든 일정이었는데, 기상악화로 인한 비행기 연착 때문에 일정도 하루 늦게 도착하는 등. 묵묵히 따라와 줘서 고마웠고, 우리 부모님, 가족 들한테도 잊지 않고 잘해줘서 고맙고, 연말 새롭게 만날 럭키를 품어줘서 고마웠다. 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과 상황들이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앞으로 있을 오랜 날들 동안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
이번 괌 여행은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쉬러 가는 게 크고, 아내를 위해서 가는 게 크다. 괌은 3명이 되기 전에, 갈 수 있는 휴양지였고, 3명을 준비할 수 있는 여행지였다. 3박 4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지만, 앞으로 있을 마음이 녹아내리는 순간들을 기억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