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놀라운 인터넷 속도

이젠 한국이 부럽지 않아요 ㅋ

by 최고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사용하는 글로브(Globe) 와이파이 인터넷이 속도는 느려도 그냥저냥 참고 쓸만했는데, 지난해 연말부터는 바람만 좀 세게 불어도 인터넷 연결이 수시로 끊어지고 운 좋게 연결이 되어도 웹사이트 페이지가 도통 열리질 않는다. 유튜브 시청은 생각도 못하고 하염없이 정지된 화면만 바라볼 뿐이었다.


새해가 되면 좀 나아지려나 하는 기대가 허물어지면서 인내가 한도에 도달해 버렸다.

"이제 더는 참을 수가 없어"

"인터넷 업체를 바꿔야겠어"

"무선 와이파이 말고 안정적인 케이블로 바꾸자"

[기본 제공속도 20mbps를 훨씬 밑도는 글로브 인터넷 속도]


사실 무선 와이파이 안테나는 방향만 살짝 틀어져도 신호가 약해져서 속도가 뚝 떨어지는데, 광섬유 케이블인 Fiber plan 인터넷은 속도고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Globe에도 Fiber plan이 있고, PLDT에도 같은 Fiber plan이 있는데, 지금까지 Globe를 잘 써왔으니 이왕이면 같은 회사의 서비스를 신청하려고 글로브 오피스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는데 충격적인 얘기를 듣고는 그 자리에서 포기하였다.


기존에 사용하던 플랜은 한 달 1,798페소에 데이터 600기가 용량, 최대속도 20mbps를 제공받았는데, 새로 신청하려는 플랜은 한 달 1,999페소에 데이터 무제한, 500mbps의 속도를 제공한다니 훨씬 매력적이 아닌가.


바로 신청을 하겠다고 하니 잠깐 기다리라며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참 있다가 나와서 한다는 말이...

너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3개월치 사용료를 선불로 내야 하고, 모뎀비 3,500페소와 설치비 2,400페소를 신청 시에 일시불로 내야 한단다. 그래서 거의 10,000페소, 원화로 환산하면 약 25만 원을 당장 내야 계속 진행을 해준다고 한다. 나 참~기가 막혀서 ㅠ


3개월치를 선불로 내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어차피 매달 요금에서 차감이 되니까~ 그런데 모뎀비는 지금까지 내본 적이 없고, 설치비는 원래 24개월 할부로 해서 의무사용 기간인 2년 동안 1달에 100페소씩만 내면 되는데 외국인이라서 일시불로 내야 한다고? 너무 불공평한 거 아냐?


하긴 그동안 많은 한국인 아줌마들이 자녀 어학연수 차 몇 달간 머물면서 인터넷을 신청해 달아 놓곤 의무기간을 채우지도 않고, 또 해지하지도 않고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 버리는 바람에 이런저런 손해를 보게 되어 새롭게 만들어진 규정일 수 있겠다고 이해가 되긴 한다.


[PLDT 인터넷 모뎀]


그렇지만 나는 이 나라에 머물러 사는 은퇴이민자인데 이런 차별을 받고는 참을 수가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인터넷 신청을 포기하고 나와버렸다. 그러고는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인터넷 공급업체인 PLDT 오피스를 들려보았다.


다행히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바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는데, Globe 상품과 비슷한 Fiber Unli All플랜으로 1,799페소짜리 상품이 있는데 데이터 무제한에 유선전화(랜드라인 Landline)와 100개가 넘는 채널을 볼 수 있는 시그널(Cignal) TV까지 포함되어 있고, 속도는 기본이 300mbps인데 2개월간 500mbps로 업그레이드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바로 이거야!"

"이게 내가 원하던 거야!"


지금 쓰고 있는 글로브 무선 와이파이보다 월사용료는 단지 1페소 비싼데도 속도는 15~20배가 빠르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더군다나 여기는 월사용료만 3개월치를 선납하면 더 이상 추가비용이 일절 없다고 한다. 모뎀비도 없고 설치비도 새해 프로모 행사로 무료라고 한다.


신청 안 할 이유가 없어서 바로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신청 후 3~5일 이내에 설치기사가 연락하고 방문할 거라고 했는데 다음날 토요일 아침에 바로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


"필리핀에서 이렇게 빨리 설치해 준다고?"

"더군다나 평일도 아니고 토요일인데 온다고?"


지금까지 필리핀에서 17년을 살면서도 이것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다. 나의 상식을 완전히 허무는 대사건이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그건 니 사정이지 내가 알바 아니야"가 지금까지의 필리핀 사람들의 일처리에 대한 상식이었다. 세상에나~ ㅎㅎ


[PLDT Landline 전화기 & Cignal TV 셋톱박스]


아무튼 그렇게 인터넷과 전화기를 설치하고는 내일 개통될 거라고 하며 가버렸다. 시그널 TV는 지금 재고가 없어서 3일 후에 다시 방문해서 설치하겠다는 말과 함께...

과연 그 말을 믿어도 될까? 다시 의심의 마음이 저 밑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다음날 과연 개통되었을까요?

천만의 말씀~ 모뎀에 불이 5개가 들어와야 개통된 거라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2개밖에 안 들어온다.

"에이~ 빌어먹을"

"그럼 그렇지 ㅠ"

"잠시 믿었던 내가 멍청한 거지"


그렇게 하염없이 모뎀 불빛만 바라보다가 이틀정도 지났을까?

어느 날 무심코 쳐다보았는데 초록불 5개가 짜잔~하고 들어와 있었다.


와우~ 드디어 개통되었구나!

만세~! 만세~! 만세~!

정말 대한독립만세만큼이나 기뻤다.

[현재 설치된 PLDT 인터넷의 놀라운 속도]


인터넷 속도를 측정해 보니 300~500mbps가 왔다 갔다 하고 어떤 땐 500mbps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예전의 5~10mbps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고속 도로인 셈이다. 이제 TV도 끊김 없이 볼 수 있을 것이고, 유튜브 영상도 맘껏 볼 수 있게 되었다.

신세계가 열린 것이다.


인터넷이 되니 숨통이 트이고 살 것 같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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