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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야 Jun 07. 2024

아시아의 진주 홍콩 자유여행

여행을 참 좋아합니다

올해는 어딜 여행을 다녀올까 고민하다가 필리핀 근처에 있는 나라 중에서 아직 가보지 못한 홍콩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교회 노목사님 내외분이 예전부터 함께 여행을 가길 원하셨기 때문에 말씀드려 보았더니 그 자리에서 오케이 하신다. 그동안 해외여행은 무척 가고 싶으셨지만 두 분만이 가시기엔 엄두가 안 났었는데 우리가 함께 가시자고 하니 너무 좋아하셨다.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니 3~5월은 여기 필리핀의 모든 학교가 방학기간이라서 프로모 티켓은 구할 수가 없어서 모든 항공사의 티켓이 비싼 편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세부항공사의 왕복티켓을 1인당 약 9,000페소에 구입을 하였다.


다음으로 부킹닷컴을 통해 숙소를 알아보니 홍콩의 물가가 비싸서 그런지 숙박비용이 만만치가 않게 비싸다.
비교적 저렴한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 쪽을 알아보다가 그래도 노목사님 내외분이 함께 가시니 너무 허름한 숙소는 그렇고 해서 나름 깨끗해 보이고 게스트들의 리뷰도 괜찮은 Canadian Hostel로 정하였다. 숙박비용은 방 하나에 3박에 720 홍콩달러이니 방 2개면 1,440 달러이다. 현재 환율 기준으로 1 홍콩달러는 원화로 150원 정도 하니까 방 2개가 3박에 216,000원인 셈이다.


출발 1주일 전에 모든 예약을 마치고 여행코스를 계획하면서 드디어 홍콩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 집에 1주일간 머물던 VIP 게스트이신 사이먼님이 한국으로 가시는 날이라서 오전 9시쯤 함께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우리 비행기 시간은 오후 4시 20분이라서 사이먼님을 터미널 1에 내려드리고 다시 터미널 3으로 가서 점심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 다음 체크인을 하고 면세점 구경을 조금 한 후 탑승장으로 갔다.


오후 6시 40분 홍콩국제공항에 도착~!!!
수하물이 없으니 바로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 내에 있는 ATM에서 홍콩달러를 인출하였다.
우선 배가 고프니 저녁을 먹으려는데 별로 마음에 드는 메뉴가 보이질 않는다. 그냥 대충 찍어서 주문을 했는데 중국 음식 특유의 향에 너무 짜고 기름기가 많아서 느글느글하니 차를 안 마실 수가 없다.


식사를 마친 후 옥토퍼스카드라는 교통카드를 사러 갔다. 공항 내에 있는 Customer Service Center 같은 데서 카드 1장당 보증금 50달러에 기본 100달러를 충전해 주는데 우리는 3일간 사용해야 하니까 200달러짜리를 구입하였다. 어차피 시용하고 남은 것은 나중에 출국 전에 환불받으면 되니까~~~


이제 A21 공항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침사추이로 가야 한다. 처음 타보는 이층 버스이므로 가능하면 2층 맨 앞자리에 편하게 앉아서 시내야경을 보면서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웬걸~ 정류장에 가보니 줄이 길게 늘어서있네 ㅠ.ㅠ 그래서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에 오는 버스는 그냥 보내고 맨 앞에 서있다가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면 우리의 계획대로 2층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작전성공~!!!ㅋㅋㅋ 이층 버스가 높아서 균형이 안 잡혀 보이지만 역시 경치는 높은 데서 보는 게 제 맛이지~~

근데 뭔가 좀 이상하다??? 버스를 타고 쭉 뻗은 도로를 달리는데 뭔가가 눈에 낯설고 익숙지가 않다. 아하~~~ 진행방향이 다르구나! 우리는 우측통행인데 여긴 좌측통행을 하는구나. 그러고 보니 운전석도 오른쪽에 있네 ㅎㅎㅎ




약 40여분을 달려서 저녁 9시 반경에 침사추이에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내려보니 도로에 인파가 넘쳐난다. 화려한 조명에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데 부킹닷컴 사이트에서 출력한 예약확인서에 나와있는 주소를 보고 Chungking Mansion을 물어보니 바로 알려준다. 숙소입구로 들어서는데 무슬림으로 보이는 턱수염이 있고 험악해 보이는 남자들이 뭐라 뭐라 하면서 말을 걸어온다. 예약확인서에 주의사항이 나와있는데 숙소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이 호객행위를 하니 무시하고 바로 3층에 있는 카운터로 올라오라는 것이었다.


맨션 안으로 들어가니 여긴 더욱 별천지다.
한국의 예전 세운상가처럼 조그마한 가게들이 줄지어있고 역시 무슬림 남자들이 우글우글거린다. 잔뜩 긴장을 하고 E동을 찾는데 길이 미로 같아서 영 힘들다. 물어보니 어디로 가라는데 가보면 없다. 몇 바퀴를 돌고 돈 후에 간신히 E동 엘리베이터를 찾아서 3층으로 올라가니 몇 군데 숙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Reception Desk가 나오는데 여기도 주인이 무슬림이네~~ 으악!!! 숙소를 잘못 정했나???


예약서류를 보여주고 3박 비용과 보증금 200달러를 지불하였는데 자기들끼리 숙덕숙덕하더니 다른 동에 있는 방으로 바꿔주겠단다. 이건 또 뭔 수작이야? 젊은 놈 하나가 자길 따라오라고 앞장서는데 느믈느믈대면서 씨익 썩소를 짓는데 이놈 마약 한 거 아냐? 말투도 어눌하고 눈의 초점도 이상하고 영 맘에 안 든다. 에이 18~~ 이거 홍콩까지 와서 납치 감금을 당하는 거 아냐???



E동을 내려와서 C동 14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왜 방을 옮기냐고 물어보니 이곳이 새로 마련한 방이라 더 깨끗하고 좋단다. 아하~! 3박을 한다니까 나름 편하게 지내라고 인심을 쓰는가 보구나... 생각을 하면서 방을 들어서는데 이건 또 뭐야... 방안에 달랑 더블침대 하나뿐인데 더 이상의 공간이 없다. 가방 놓고 신발 벗고 두 명이 함께 움직일 수가 없네 ㅠ.ㅠ 또 한방을 보여주는데 여긴 에어컨이 작동을 안 하네... 방을 바꿔달라니까 수리를 해준다고 기다리라고 하고 어딘가 전화를 걸더니 한참만에 방을 바꿔주겠단다. 거기나 여기나 방은 눈꼽만하고 침대시트는 얼룩이 져있고 이불도 청결해 보이질 않는다... 에이 18~~ 18~~~ 하룻밤만 예약할걸... 괜히 3박을 신청했나 보다 ㅠ.ㅠ


몸은 피곤하지만 노목사님 내외분을 가이드하려면 내일 일정을 대충 짜놓아야겠기에 미리 다운받아 온 여행가이드를 참고하며 새벽 1시까지 스케줄을 작성하고 잠을 청하였다.




본격적인 홍콩여행이 시작되는 아침이다.
오늘 일정은 딤섬전문점 '학까훗"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차이니즈 아트&크래프트"를 둘러본 후, 스타페리를 타고 "하버투어(Harbour Tour)"를 하고, 점심은 "푸드리퍼블릭"이나 "푸드패라다이스"에서 다양한 홍콩의 광둥음식을 접해보고, 오후에는 "우주박물관"을 관람한 후, "K11"이나 "더원"에서 쇼핑을 하고, 마지막으로 "세레나데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며 홍콩섬의 야경과 "심포니오브라이트"의 레이저쇼를 감상하는 것으로 구성해 보았다.


7시에 목사님을 만나서 아침식사를 하러 나갔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어젯밤엔 그리 혼잡하고 분주하던 상가가 텅 비어있고 조용하다.
아무래도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같다. 시내에 나가봐도 모든 상점이 닫혀있고 출근하는 사람들만 분주히 오가고 있다. 보통 9시~10시경에 문을 연다고 한다. 이런 제길~~~


여기저기 걸어 다니다가 눈에 익은 맥도널드 24시 간판이 눈에 띈다. 저기라도 가보자~~ 들어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주문하고 있는데 메뉴가 우리가 알던 맥도널드 메뉴와는 전혀 다르다. 홍콩인들의 아침식사를 위해 "콘지"라는 죽과 국수류, 빵, 커피 등이 주를 이루고, 햄버거도 다른 내용물이 들어있다. 메뉴판의 그림을 보고 몇 가지를 주문하고 그냥저냥 배를 채웠다.



동남아에서 규모가 제일 크다는 "하버시티"를 가니 역시 대부분 문이 닫혀있고 지하에 있는 푸드코스만 사람들이 북적댄다. 여기는 아침 7시부터 문을 연다고 하니 내일 아침은 여기서 먹어야겠다. 근처에 있는 "스타페리" 항구로 가서 어제 공항에서 구입한 옥토퍼스카드를 결제(1인당 2달러)를 하고 탑승을 했는데 배가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 아뿔싸~~!!! 이 배는 하버투어를 하는 배가 아니고 그냥 홍콩섬을 오가는 정기노선의 배인 것이었다. 하버투어는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는데 어쩐지 요금이 싸다 했지ㅋㅋㅋ

어차피 처음부터 계획이 틀어졌으니 이젠 흘러가는 대로 좇아가는 수밖에......


홍콩섬 센트럴항에 내려서 무얼 해야 하나 하고 게시판에 있는 시티맵을 살펴보고 있는데 한 여학생(?)이 다가오더니 패키지상품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한다. Big Bus란 관광용 이층 버스를 타고 홍콩섬을 일주하면서 원하는 곳에서는 자유롭게 내려서 구경을 하고 다시 30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 상품이었다. 한국어를 비롯하여 12개 국어로 안내방송을 한다고 하니 걸어 다니는 것보다는 더 효율적으로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격은 1인당 당일권이 250달러, 이틀권은 450달러였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3만 6천 원에서 6만 8천 원 정도이다.



이왕이면 몇 가지 옵션이 무료로 포함된 이틀권을 구입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먼저 빨간 노선의 Big Bus를 간발의 차이로 놓쳐버리고 약 15분을 기다리다가 녹색노선의 버스를 타니 이어폰과 일회용 우비가 비치되어 있고 각 좌석마다 이어폰을 꽂고 안내를 들을 수 있게 장치가 되어 있었다. 재빨리 이층으로 올라가 맨 앞자리에 자리 잡았다. 원래 피크트램을 타는 정류장에서 내릴 생각이었는데 분위기 파악이 안 되고 마음의 준비가 덜된 상태여서 머뭇거리다가 그냥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그러다가 한 군데에 내려서 전통방카를 타고 수많은 어선과 요트가 있는 선착장과 엄청난 규모의 수상레스토랑이 있는 곳을 둘러보고 돌아왔다.


다시 원래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 내리니 점심시간이 거의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땅히 먹을 곳이 없어서 항구 안으로 들어가니 스낵코너가 몇 군데 보인다. 이상하게 길쭉하고 부스러지는 밥과 카레맛이 나는 죽 같은 것을 비벼먹고는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아메리카노 커피를 뽑아 들고 버스시간을 맞추기 위해 근처 해양박물관을 보러 갔다. 이곳도 패키지에 무료입장권이 옵션으로 들어있기에 들어가 보았는데 각종 선박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고 예부터 발전되어 온 과정들이 시간대별로 설명되어 있었다. A관부터 D관까지 전시실이 있는데 다음 버스시간이 촉박하여 들어간 지 5분여 만에 나오니까 카운터의 직원들이 황당해하는 것 같았다. 미안하지만 버스시간 때문에 급해서 그러니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궁색한 변명을 하며 서둘러 나와버렸다.


패키지 상품을 권하던 그 여학생을 다시 만나서 내리고 싶었던 한 곳을 지나쳤다고 하소연하니 다음 빨간 노선의 버스를 타면 그곳을 또 지나가니까 그때 내리면 된다고 한다. 오케이~~~ 이거 괜찮은 상품인걸??? ㅋㅋ
이번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준비하고 있다가 피크트램 타는 곳에서 무사히 내렸다. 무지무지 많은 사람들이 티켓을 끊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우린 이미 무료옵션으로 포함되어 있어서 바로 티켓과 교환하고 트램을 타러 들어갔다. 트램이란 것은 일종의 궤도열차 같은 것으로 경사가 가파른 산을 올라가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스위스 여행을 갔을 때도 3,571미터 높이의 융프라우를 올라가기 위해 중간에 이런 궤도열차로 갈아탔던 기억이 났다.


약 45도에서 거의 60도 정도의 경사를 오르내릴 때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빅토리아 피크 정상에는 홍콩섬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고 역시 여러 나라 국어로 설명을 해주는 헤드셋을 나눠주었다. 사진을 찍고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가 다시 트램을 타고 내려와 빅버스를 타고 나머지 일정을 소화한 후 센트럴항에서 스타페리를 타고 침사추이로 돌아왔다.




이번엔 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신 노목사님을 위해 우주박물관을 가보기로 하였다. 매표소에서 보니 시간대별로 영화를 상영하는데 5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서 6시경 3D영화와 7시 반경 Star Light라는 표를 끊었다. 우주박물관이라서 우주 또는 별자리와 관련된 많은 전시물과 모형들이 있을 줄 기대를 하고 들어갔는데 실망~ 대실망~~ 그냥 소극장 같은 공간뿐 아무런 휴게시설도 없었다. 밖에 나가서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3D영화를 보러 들어갔는데 나이 탓인가? 어지럽고 멀미가 나는 게 영 재미도 없고 힘들기만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두 번째 영화도 별 의미가 없어 눈을 감고 가수면을 취하다가 나왔다.

이런 젠장... 돈만 버렸네 ㅠ.ㅠ 홍콩은 항상 뭔가 2%가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어젯밤에는 제대로 보질 못했는데 이른 저녁시간에 본 숙소 주변 네이던 거리(Nathan Road)는 각종 브랜드의 명품점들과 쇼핑몰들이 양쪽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치 서울의 명동거리처럼 활기가 넘치고 북적대며 온 거리가 살아 꿈틀대고 있었다. 몇 군데 쇼핑몰을 구경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헤매다가 골목 안에서 큼지막한 한글간판을 보고 들어갔다. 이틀 만에 김치와 얼큰한 국물로 속을 달래고 나와서 거리구경을 좀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은 여유 있게 8시쯤 숙소에서 나와서 어제 보아둔 하버시티 지하의 푸드코트로 향하였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메뉴를 정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주문표를 내미니 바로 그 자리에서 음식을 착착 내어주는데 손놀림들이 기가 막히다. 마치 돌아가는 기계처럼 손발이 척척 맞는다. 이제 홍콩음식이 좀 적응이 되었는지 그런대로 맛있게 먹고 함께 나온 커피로 입가심을 하였다.


밖에 나오니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날씨가 찌뿌둥하다. 파란 노선의 빅버스가 10시에 출발을 하므로 서둘러서 정류장을 찾아갔더니 유럽인들로 보이는 외국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빅버스 스탭으로부터 열심히 설명을 들으며 지갑을 꺼낼까 말까 망설이는 모습이 귀여워(?) 보인다.



홍콩의 명동인 네이던 거리를 통과해서 야시장으로 유명한 몽콕(Mongkok)을 지나 1시간 정도 카우룽투어(Kowloon tour)를 하고 돌아오니 유럽 할배 할매들이 모두 내리는데 아직 덜 돌아본 것 같은데 이상하네??? 왜 다들 내리지? 그렇다면 같은 코스를 한번 더 돌다가 몽콕에서 내리려고 1층으로 옮겨서 그냥 앉아 있었는데 아까 갔던 코스가 아니고 다른 쪽으로 간다. 그럼 그렇지... 아직 코스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중간에 스타의 거리 앞에서 운전기사가 바뀌고 처음 탑승했던 곳에서 새로운 관광객들이 올라타는데 이번엔 중국계열로 보이는 일가족이 엄청 시끄럽게 떠들며 들어온다. 역시 유럽인들과 중국인들은 품격(?)이 다르군 ㅋㅋ 버스 안에서도 1층과 2층을 오르내리며 사진을 찍고 소리 지르고 정신이 없다. 2층은 전망이 탁 트여서 좋은 반면에 더운 편이고 아래층은 시야는 가리지만 에어컨이 시원하니 좋다.


느긋하게 바깥 시내풍경을 감상하다가 몽콕 템플스트리트 야시장거리에서 내렸다. 아직 낮시간이라 야시장은 열리지 않았지만 거리의 수많은 상점들을 지나가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국의 예전 청계천 거리와 같은 분위기가 난다. 한참을 걷다가 홍콩에서 유명한 딤섬요리를 맛보고 싶어서 깔끔해 보이는 식당을 들어갔는데 생김새는 비슷해도 아무리 봐도 딤섬은 없네??? 다른 곳으로 갈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우육면 같은 요리를 주문했는데 그런대로 담백하면서도 구수하니 맛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새로 들어오는 손님들을 보니 비에 젖은 모습이다. 아~~ 비가 오나?? 어쩌지? 홀 안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멎는가 싶더니 또 내리고 잦아들다가는 또 내리기를 반복한다. 그냥 비 좀 맞지 뭐~~~ 나서려는데 마음씨 좋아 보이는 주인아주머니가 우산 하나를 선뜻 내민다. 어떻게 돌려드려야 하냐고 물으니 그냥 가져가란다. 이런~ 고마울 데가...ㅎㅎㅎ 필리핀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지ㅋㅋ


아까 내렸던 정류장에서 빅버스를 타고는 하버시티 근처에 내려서 오후 1시 50분에 출발하는 하버투어(Harbour Tour)를 하러 갔다. 어제 홍콩섬을 갈 때 이용했던 스타페리 선착장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니 매표소가 있고 대기실이 보인다. 하버투어는 1시간 정도 유람선을 타고 카우룽반도와 홍콩섬 사이의 바다를 한 바퀴 돌면서 홍콩이 자랑하는 고층건물숲과 다양한 건축물들을 구경하는 상품이다. 유람선 내부는 고급 레스토랑처럼 인테리어를 잘 꾸며놓아서 간단한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며 편안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다시 항구로 돌아와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스타의 거리"까지 가 보았다. 스타의 거리에는 이소룡, 성룡, 홍금보 등 (내가 아는 배우는 요정도 ㅋ) 홍콩의 스타 영화배우들의 손도장(Hand Print)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별히 볼거리도 없고 다리도 아프고 해서 다시 내려와 보니 빅버스 정류장이 있기에 얼른 올라탔다. 종점에서 내려서 쇼핑몰을 몇 군데 둘러보다가 짐도 내려놓을 겸 숙소를 잠시 들르기로 했다. 충킹맨션을 들어서니 며칠 전부터 보던 무슬림 청년들이 우글대는데 처음엔 그리 무섭고 험악해 보이더니 이제 낯이 좀 익고 적응이 되니 순해 보이고 귀엽기까지 하네~ㅎㅎ 역시 편견을 가지면 안 돼... 상점들을 유심히 보니 주로 유심칩 휴대폰 전기전자제품 등을 주로 취급하고 있었고 생필품가게 분식집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어제 점찍어 둔 "한성"이라는 한식집으로 향하였다. 저녁 6시부터 7시 반까지는 Early Bird Discount를 30%나 해준고 하기에 일부러 6시경에 맞추어 갔더니 우리가 첫 손님이네 ㅋ 해물순두부 돌솥비빔밥 육개장 등을 고루 주문하고는 홍콩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8시부터 15분간 진행된다는 그 유명한 홍콩의 레이저쇼 "Symphony of Light"를 보러 부둣가로 나갔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7시쯤 서둘러 갔는데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바다 건너 바라보이는 홍콩섬의 야경이 화려하고 환상적이다. 하늘 높이 솟아있는 고층 건물들과 갖가지 건축물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화려한 불빛을 수놓고 있는데 그 한가운데에 삼성과 LG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홍콩에서도 통하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이구나!!!


[홍콩의 레이저쇼 Symphony of Light]


정확히 8시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더니 화려한 음악과 더불어 조명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앞바다에는 유람선들이 역시 각양각색의 조명을 내뿜으며며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레이저쇼를 기대했으나 기껏 초록 레이저빔을 몇 줄기 쏘는 것으로 그만이네... 허당... 여기도 2% 부족 ㅋ 그냥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구경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홍콩에서의 마지막 밤인데 그냥 숙소로 들어가기는 뭐해서 쇼핑의 거리를 걸어 다니다가 노목사님 사모님 핸드백을 60% 세일해서 하나 구입하고 근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와 차를 마시며 밤 10시까지 담소를 나누었다. 내일 비행기 출발시간이 10시 40분이라서 숙소에서 일찍 나가야 할 것 같아 Reception Desk에 가서 몇 시에 Check-out이 가능하냐고 물으니 24시간 운영하니 걱정하지 말란다. A21 공항버스가 6시부터 운행을 하니까 6시 반에 체크아웃을 하고 7시경에 버스를 타기로 하였다.




아침 일찍 못 일어날까 봐 걱정이 되어서 휴대폰으로 알람을 6시에 맞춰놓았는데 잠을 설치고 몇 번을 깨었다 잠들다를 반복하다가 새벽 5시 반쯤 대충 씻고 짐을 꾸리고 출발 준비를 하였다. 옆동 Reception Desk에 가서 벨을 누르니 한참만에 부스스한 얼굴로 스탭이 한 명 나온다. 지금 체크아웃을 한다며 방키를 반납하니까 잠시 서류를 확인해 보더니 순순히 보증금 200달러를 돌려준다. 대부분의 필리핀 사람들처럼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고 안 돌려주거나 반만 돌려줄까 봐 걱정을 했는데 괜한 기우였네 ㅋ


자~~~ 이제 공항버스를 타러 가보자...
어떤 사람이 올려놓은 후기를 보니 버스시간이 일정치가 않아서 40분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던데 우리가 정류장에 도착하니 이미 A21 버스 한 대가 서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웬일이래?? 출근시간이 아직 안되어서 그런지 도로도 한산하고 전혀 막히지 않고 쭉쭉 빠져나가서 40여 분 만에 공항 터미널 1에 도착했다. 너무 빨리 도착하여 카운터가 아직 열려있지 않아서 우선 교통카드를 환불받고 아침식사를 먼저 하기로 하였다.



홍콩은 정말 활기가 넘치는 도시국가였다.
거의 100년에 걸친 영국 식민지배의 영향인지 영어가 공용어로 사용되고 가는 곳마다 외국인들이 넘쳐났다. 거리 곳곳에서나 카페와 음식점 등지에서 홍콩의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려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즐기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고 부럽기까지 하였다. 국적에 상관없이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어울려서 함께 만들어나가는 사회처럼 보였다. 우리나라도 세계유일의 순수 단일민족 백의민족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세계화를 이루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비용은 항공티켓 숙박비 관광비 모두 포함하여 1인당 50여만 원정도 들었다...ㅋㅋㅋ


Hong Kong~~!!!
뭔가 2%가 부족한 느낌이지만 홍콩은 여러모로 매력적이었다.


우리의 추억의 한 페이지가 또 이렇게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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