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고야 May 23. 2024

필리핀의 보석 같은 섬 보홀(Bohol) 여행

여행을 참 좋아합니다

어느 날 세부퍼시픽 항공사에서 깜짝 이벤트를 한다는 메일이 와서 항공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아주 저렴한 티켓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특이하게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예약시간이 2시간 간격으로 다르게 설정되어 있고, 일단 예약을 시작하면 결재까지 20분 안에 끝내야 한다.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국내선을 타고 보홀을 가기로 정하였다. 여행 날짜는 손님이 별로 없는 비수기인 11월로 하고 검색해 보니 11월 11일에 가는 티켓이 3페소이고 15일에 오는 티켓이 3페소이니 1인당 6페소에 왕복티켓을 끊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세상에나~~~


다른 날짜로 검색해 보니 가격이 더 비싸지기에 그냥 이 날짜를 예약하기로 하고 진행해 보니 2인 왕복티켓비 12페소, 유류세 524페소, Service Charge 508페소, Admin Fee 1,000페소, 기타 세금 등등 모두 포함하니 총 2,350페소가 나왔다. 두 명이서 보홀 왕복티켓을 원화로 약 5만 원에 끊었으니 정말 저렴하지 않은가? 20분 안에 모든 결재가 끝나야 예약이 완료되는데 승객 정보를 입력하고 카드결제까지 하려니 시간이 빡빡하였다. 중간에 인터넷 문제로 결재 에러가 나면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상황인데 다행히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이제 티켓은 확보했으니 숙소를 정해야 한다.
인터넷 실시간 예약사이트인 부킹닷컴을 통해 보홀 팡라오 섬 Alona Beach라는 해변가 숙소를 검색하여 마음에 드는 3군데를 예약하였다. 나는 Genius 멤버라서 숙박비가 15% 할인되는 혜택도 제공받았다. 첫 번째 숙소인 Positano Alona Beach Panglao에서는 1박(11.11~11.12, Tax포함 2,340페소), 두 번째 숙소인 Isis Bungalowa에서도 1박(11.12~11.13, Tax포함 2,000페소), 세 번째 숙소인 Panglao Sea Resort에서는 2박(11.13~11.15, Tax포함 4,900페소, 조식포함)을 예약하였다.


예약한 후 8개월 정도 지나서 드디어 출발 날짜가 되었다.

인터넷으로 미리 체크인을 하고 Boarding Pass를 받으니 바로 게이트로 들어가면 된다. 더구나 국내선이라 출입국 심사도 없고 X-ray로 간단한 짐 검사만 받으니 끝이다. 정확히 12시에 출발하여 1시간 20분 정도 비행한 후 보홀 팡라오 공항에 도착하였다. 시골 비행장처럼 공항이 소박하고 한산하다. 


아무런 수속도 없이 그냥 공항 밖으로 나오니 택시도 없고 대중교통수단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길을 건너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어떤 필리피노가 택시를 찾느냐고 물어온다. 이거 또 바가지 씌우려고 수작 부리는 거 아니야? 살짝 경계를 하면서 목적지를 보여주고 가격을 물으니 300페소에 가겠단다. 숙소에서 픽업서비스 이용요금이 600페소였는데 절반가격이네? 바로 Hi-Ace 밴에 탑승하여 숙소로 이동~~~


첫 숙소에 도착하니 마치 우리 집처럼 1층으로 지어진 아담한 숙소가 정겹게 느껴진다. 

우리를 태워 온 기사가 조심스레 내일 일정을 물어보기에 육상투어를 할 계획이라고 하니 2,500페소에 자기 차로 안내해 주겠단다. 사전에 조사한 정보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 생각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돌려보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해변에 나가 주변 탐사를 하고는 저녁식사를 하러 한국인이 운영하는 "찌게마을"에 가서 순두부찌개와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었다. 숙소에 돌아와 수영장에서 잠시 놀다가 취침~~~


다음 날 아침 8시에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9시에 어제 그 기사를 만나 육상투어를 시작하였다.

투어일정은 안경원숭이 보호구역, 초콜릿힐, 로복강 크루즈 투어, 행잉브릿지, 나비공원 등으로 정하였다. 안경원숭이는 다 자란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 한 아주 특이하게 생긴 원숭이로 먹이도 주며 함께 어울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나무 위에 앉아서 자고 있는 모습만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했으며 고작 5마리 밖에 없어서 크게 실망하였다. (입장료 1인 60페소)


초콜릿힐은 마치 키세스 초콜릿을 세워놓은 것 같은 언덕이 천여 개가 모여있는 곳인데 우리나라 경주에 있는 고분이나 왕릉을 연상케 하는 그런 언덕들이 특정 지역에만 그렇게 많이 몰려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220여 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 높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사방이 탁 트여 시원하고 상쾌하였다. (입장료 1인 50페소)


로복강 크루즈 투어는 가장 기대했던 순서인데 입장료를 지불하고 테이블 번호를 받아서 배에 올라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지정된 테이블로 안내를 받아 뷔페식으로 차려진 음식을 가져다 맛있게 먹기 시작하니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바로 앞에서 필리피노들이 기타 연주와 노래를 하면서 흥을 돋우는데 우리 귀에 익은 올드팝송을 멋들어지게 불러젖힌다. 그리 넓지 않은 강줄기를 따라 느린 속도로 흘러가다가 원주민들이 공연하는 전통춤도 관람하고 현지인 가족들이 놀러 와서 물놀이하는 모습도 보며 1시간여에 걸쳐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입장료 1인 650페소)


나비공원 가는 길에 행잉브릿지라는 곳을 들렸다. 강 위에 대나무를 엮어서 다리를 만들어 건너편과 연결해 놓았는데 길이는 약 100미터쯤 되고 우리나라의 출렁다리와 같았다. 다리 가운데 지점은 많이 흔들려서 약간 위험해 보이기도 했는데 관광객 입장료를 가지고 삭은 대나무 부분을 정기적으로 보수 및 교체를 한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입장료 1인 35페소)


마지막으로 나비공원을 들렸는데 비싼 입장료에 비해 규모가 너무 협소하고 너무 볼 것이 없어 실망 대실망~ 공원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 ㅠㅠ 나비는 몇 마리 없고... 오히려 뱀이 더 많았던 듯 ㅋ 아니 나비공원에 웬 커다란 뱀을 갖다 놓고는 관광객 목에 두르거나 여러 명이 의자에 앉아 손으로 받쳐 들고 사진을 찍게 하는지... 어이가 없었다. (입장료 1인 90페소)


다시 밴(Van)을 타고 두 번째 숙소로 향하였다.

바로 해변가에 위치해 있는 이 숙소는 태국요리를 제공하는 음식점과 함께 운영하는데 알로나비치에서는 제법 규모가 큰 Restaurant이었다. 인터넷으로 본 숙소사진에는 예쁜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다 허물어버리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Renovation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러 Go Go! 어제 찜해 둔 Crab 전문점으로 향하였다. 싱가포르 여행 가서 먹었던 그 맛을 기대했는데 레시피가 조금 달라서 아쉬웠다.


다음 날은 특별히 할 계획이 없어서 해변을 거닐며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신속배달" 중화요리 식당에서 아점으로 짬뽕밥과 군만두를 먹고 돌아와 12시에 체크아웃한 후 짐을 끌고 "콩 Kong"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가 트라이시클(요금 300페소)을 타고 약 15분 거리에 있는 세 번째 숙소로 이동하였다.


Panglao Sea Resort라는 이 숙소는 독일인 오너가 작년 12월에 오픈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바다 바로 옆에다가 4층 건물에 16개의 객실, 수영장을 아담하게 지어놓고 멋진 조명을 갖추어 야간에도 신비스러운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전에 묵었던 2곳의 숙소 주변에는 관광지답게 수많은 레스토랑과 바(Bar)들이 밀집해 있고 스쿠버다이빙과 호핑투어를 즐기려는 유럽인들이 북적이는 흥이 넘치는 곳이었다면, 이곳은 호텔 주변에 아무 시설이 없는 말 그대로 고립무원의 숙소이지만 조용히 휴양을 하며 여유를 즐기기에는 최고의 숙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체크인 한 첫날은 오후 4시쯤 느긋하게 나와서 수영장에서 놀다가 1+1 행사로 제공하는 산미구엘과 칵테일로 입맛을 돋우고 해질 무렵 저녁노을에 붉게 물든 바다를 배경으로 이탈리아식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였다. 방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는 노트북을 TV와 연결하여 영화를 한편 감상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잠결에 파도소리가 멀리서 은은하게 들려왔다.


둘째 날은 느긋하게 일어나 9시경에 아침식사를 하고는 숙소 가까이 있는 "히낙다난 동굴"을 가보기로 하였다. 숙소에서 셔틀서비스를 300페소에 이용하여 갔는데 조그마한 천연동굴 안에는 동굴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각양각색의 종유석들이 눈길을 끌었다. (입장료 1인 50페소)

동굴 안이라 습도가 높아서 후덥지근하여 사진을 몇 장 찍는데도 땀이 줄줄 흘러내려 오래 있지 못하고 바로 나왔다. 밖에 있는 상점에서 화려한 문양의 원피스를 두벌에 700페소에 구입하고 대기 중인 트라이시클을 타고 200페소에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잠시 숙소에서 쉬면서 인도영화를 한편 감상하다가 바다에 나가 물놀이를 즐겼다. 따사로운 햇빛을 받은 바닷물은 적당히 따뜻하여 기분이 좋았다. 상당히 멀리까지 나가도 수심이 허리까지 밖에 안되어 편안하게 바닷속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한참을 시간을 보내다가 주변에 있던 필리피노가 잡은 조개 2개를 건네주어 숙소에 가지고 들어와 티포트에 넣고 삶아서 다음날 아침에 조식과 함께 먹었는데 싱싱한 바다내음이 입안 가득 퍼졌다. 


처음에는 이곳에서 2박을 해야 하기에 다소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였는데 고급 호텔 못지않은 깔끔한 시설과 다양한 서비스에 대단히 만족을 하였다. 수영장에서의 여유로운 시간과 깊지 않은 수심의 바다에서 즐거운 물놀이, 맛있고 정갈한 무료 조식,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공항까지 무료 픽업 및 드롭 서비스 등 지금까지 묵었던 여러 여행지 숙소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숙소라 맘속에 깊이 찜해두었다. 


다음에 또 와야지~

작가의 이전글 12년 만에 받아 본 어버이날 카네이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