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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야 Jun 15. 2024

속초 바다낚시 여행에서 지옥을 맛보다 ㅠ.ㅠ

여행을 참 좋아합니다

올해 한국 방문 시에는 마침 아들이 직장에서 공휴일 앞뒤로 이틀을 더해 총 5일간 휴가를 받게 되어 또 하나의 가족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다.
몇 군데 후보지를 정해보았는데...


1. 제주도까지 배를 타고 가서 마라도까지 넘어가 2박 3일 정도 민박 겸 바다낚시를 하고 온다.
2. 동해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에서 바다낚시를 하고 독도까지 다녀온다.
3. 차를 가지고 서해부터 시작하여 남해와 동해까지 맛집을 경유하며 일주여행을 한다.
4. 동해안에서 2박 정도 하며 선상배낚시도 하고 맛집을 몇 군데 돌아보고 온다.


며칠을 조사해 보고 고민하다가 일을 크게 벌이지 말고 경비도 줄이고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동해안 선상배낚시를 가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다음부터는 배낚시를 예약하고 숙소를 알아보았는데 평균적으로 배낚시는 2시간 기준 1인당 3~4만 원 정도이고 숙박은 5~8만 원 정도 선에서 가능해 보였다. 물론 시설이 좋고 호화로운 곳은 1박에 10~15만 원 하는 곳도 있지만 잠만 자는데 굳이 많은 비용을 들이기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잘 먹는데 더 쓰기로 하였다.




한국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치과치료를 받고 강대병원 정기검진을 받은 후 드디어 속초를 향해 출발하였다. 이게 얼마 만에 실행에 옮기는 선상배낚시인가?!!! 설레는 마음으로 낚시도구를 챙기고 잡은 고기를 담을 통까지 완벽하게 준비하여 떠났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서 우리가 예약한 수평선배낚시가 있는 전진항에 잠깐 들러 위치와 상황을 확인한 후 점심으로 시원한 물회를 먹고 민박집으로 향하였다.



첫날 묵을 숙소로 예약한 민박집 "참새방앗간"은 전형적인 어촌마을의 허름한 주택을 리모델링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주인장 할머니가 너무 정겹고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마치 시골 고향마을에 들른 기분이 들었다.



방에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가 근처 항구 방파제로 나가서 잠시 몸을 풀어볼 겸 낚시를 시도해 보았다. 낚시슈퍼에서 미끼로 갯지렁이와 가자미 낚시채비를 사서 바로 원투낚시를 해보았다. 잠시 후 부들부들하는 입질과 함께 장대 비슷하게 생긴 일명 똥고기가 잡혀 올라왔다. 크기는 별로 크지 않지만 그래도 고기가 가끔씩 잡혀 올라오니 나름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 서너 시간 정도 즐기다가 민박집 할머니가 저녁을 준비해 주신다고 하여 근처 농협마트에 들러 저녁에 구워 먹을 삼겹살, 목살, 그리고 아침으로 먹을 즉석 국거리와 햇반밥을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할머니가 준비해 주신 바비큐그릴에 마른 솔방울로 불을 붙이고 고기를 구웠는데 솔향이 배어서 그 맛이 일품이었다. 밭에서 바로 따오신 상추와 고추, 오이, 직접 담그신 된장, 묵은지 김치 등등...

아휴 배불러~~~




다음날 아침 출조시간이 8시여서 6시 반쯤 일어나 키미테를 붙이고 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멀미약도 먹고 약속된 배터로 나갔다. 오후부터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도 많이 온다고 하여 괜찮을까 걱정을 하였는데 겉에서 보는 바다는 평온해 보였다. 선장님 말씀이 우리 시간에만 출조를 나가고 나머지 오후 출조는 모두 취소가 되었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때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곧 벌어진다. ㅠ.ㅠ


같이 예약한 다른 팀 4명의 남자들과 우리 셋 총 7명이 9인승 작은 배를 타고 나갔는데 항구에서 30여분을 달려 나가니 점점 바람이 느껴지고 너울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불안한 예감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잠시 후 선장님으로부터 릴대를 건네받고 낚시법을 설명 듣고 나서 첫 캐스팅을 했는데 조류 때문에 봉돌이 옆으로 흘러가 아내의 낚싯줄과 엉켜버렸다.


낚싯대를 들어 올려 꼬인 줄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려는데 배가 흔들리니 몸의 중심을 잡을 수가 없어 도무지 풀리질 않는다. 한참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마침 선장님이 도와주러 오셨다. 근데 선장님이 와서 얽힌 줄을 푸는 모습을 우두커니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지러워지고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한다.

젠장~ 멀미가 올라온다.


속을 진정시키려고 먼 수평선과 파란 하늘을 쳐다보고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고 진땀이 나면서 뱃전에 기대어 먹은 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마지막 한 방울까지 창자를 끌어올려 끝이 없이 몽땅 토해내도 조금 지나면 어디에선가 또 올라온다.



정신이 하나도 없던 그 와중에 지금은 미국에 가 계신 사이먼이란 분이 문득 생각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작은 요트를 하나 저렴하게 구입해서 직접 몰고 나가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를 경유해서 필리핀 바탕가스 항구까지 오겠다는 당차고 엉뚱한 목표를 가지신 분인데 첫 출항에서 7일 이상을 몸속의 모든 것을 게워내는 고통을 겪고 나서야 멀미를 극복했다는 그분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총 여덟 번 정도의 천연 밑밥(?) 투여 후 의자에 주저앉아 눈을 뜨지도 못하고 그대로 2시간을 버티고 있다가 항구로 돌아왔다. 비싼 돈 내고 이게 무슨 일이람 ㅠㅠ 젊었을 때는 배를 타고 아무리 멀리 나가도 끄떡없었는데 나이가 들면 귀에 있는 달팽이관이 변형되어 어지럼증이 생기나? 서럽네 서러워~ 


배에서 내려서도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가 다음 숙소인 펜션으로 향하였다.




숙소에 도착하여 그대로 침대에 누워 심각한 내상을 어느 정도 회복한 후 아들과 아내가 잡은 가자미로 떠온 회로 점심을 먹었다. 맛을 잘 느끼진 못하였지만 그래도 고소하고 먹을만했다. 몇 시간 더 휴식을 취하고는 속초 시내로 나가 쇼핑도 하고 시장 구경도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아들이 적극 추천한 속초의 맛집에서 뜨끈한 전복해물탕을 맛있게 먹고 나니 속이 어느 정도 풀리고 몸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에는 간단하게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원주에 들려서 힐링마사지를 1시간 반 받고 원주의 맛집에서 50분 정도 차례를 기다리다가 알탕전골을 맛있게 먹고 춘천으로 돌아왔다.



필리핀에서부터 몇 날 며칠을 인터넷 검색을 하며 준비하고 기대했던 바다낚시 여행이 이렇게 덧없이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평생 잊지 못할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


이제 내 인생에서 선상배낚시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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