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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드레아 Jul 18. 2022

어느새 하던 게임만 하게 되었다

수용력의 저하?


세월이 흐르면서 변한 것이 있다. 바로 새로운 게임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게임을 정말 좋아했다. 중학생 시절, 등교하지 않는 주말에는 해가 떠 있는 시간 대부분을(해가 지고서도 꽤) 게임하는 데 사용했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일 년에 수백 시간을 가상 세계에 쏟아부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21살 가을,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같은 삶을 살았다. 물론 그때는 일상생활에 피해가 가지 않게 잘 조절했지만, 그 한계의 선을 옆구리에 끼고 살았다. 전역하고 나서는 게임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만, 지금도 시간이 나면 잠깐씩 즐기곤 한다.


그런데 문득 돌이켜보면, 내가 해왔던 게임에 큰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게임 자체도 변했지만 그보다는, 그를 선정하는 방식이 변했다. 


어릴 적 나는 스마트폰을 켜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 새로운 게임을 매일같이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흥미로워 보이는 게임을 보면 설치하고, 며칠 동안 그곳에만 매진했다. 그러다 흥미를 잃으면 또다시 스토어를 켜고 다시 매진하고... 그런 삶의 반복이었다. 


고등학생이 될 때쯤에는 한두 가지 게임에만 열중했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기를 꺼리지는 않았다. 단지 다른 때에 비해 흥미가 조금 더 오래 지속되었을 뿐이다. 21살이 되어서도 새로운 게임을 세 개나 시작했다. 같이 게임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렇게 되기 더 쉽다. 자기가 도와줄 테니 같이 하자고 나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그러나 한동안 게임과 멀어졌기 때문일까.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나는 게임에 대한 흥미를 거의 잃어버렸다. 사실 100%는 아니지만 그전과 비교하면 아예 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게임에 쏟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다른 재밌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고, 이제 게임만 해서는 미래를 대비할 수가 없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최근 들어 여유 시간이 좀 생겨서 게임을 해볼까 했는데, 게임 플랫폼인 스팀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들어가 보아도 더 이상 새로운 게임에 흥미가 생기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놀라웠다. 그동안 느껴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기분이었다. 기존 게임에 흥미를 느끼고 있어서라기보다 이제는 새로 배우고 익히는 것이 힘든 과업처럼 느껴졌다. 예전에 하던 게임들도 아직 건재하게 서비스하고 있으니 차라리 그런 녀석들로 시간을 보내는 편이 더 편하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 보니 취향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수용력이 낮아진 것이 아닌가 하고 느꼈다. 게임뿐 아니라 무엇이든 새로 배우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즐겁기만 한 일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제 재미만을 위해 새로 배울 만한 것이 없을 듯하기 때문일지도, 현재 내 관심사가 재미보다는 돈이나 미래, 행복과 같이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나중에서야 결과를 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게임뿐 아니라 스마트 기기의 사용에서도 같은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우리가 모두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보겠다. 스마트폰에는 사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엄청나게 많은 기능이 숨어 있다. 딱히 숨기지도 않았겠지만, 우리가 찾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자체 기능도 마찬가지고, 기존에 사용하던 앱을 살펴보면 신기하고 유용한 기능이 사용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톡의 설정 탭을 들어가 보면, 그동안 알지도 못했던 수많은 기능이 등장하고, 실험실 탭을 누르면 더 신기한 기능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그런 기능을 찾아서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새로 익히면 더 편해질지도 모르지만, 지금도 별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나이에 따른 사람들의 연락 수단을 살펴보면 수용력이 미치는 영향을 알아볼 수 있다. 연세가 조금 있으신 분들은 전화를 가장 편하게 생각하신다. 그보다 조금 내려가 보면,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된 메시지 기능을 사용하신다. 조금 더 내려가면 카카오톡, 더 내려가면 SNS의 DM 기능을 주로 사용하기도 한다. 아마 여기가 내가 속한 세대일 것이다.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은 다른 기능을 사용할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는 유튜브의 메신저 기능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던 적도 있다. 아마 머지않아 부상하는 메타버스를 통한 메신저가 보편화될 수도 있다. (어쩌면 이미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이에 따라 새로운 도구의 사용법에 차이가 있는 것을 보아 이는 노화에 따른 수용력 차이의 존재와 그에서 기인한 영향으로 볼 만하다. 가끔 노인분들이 전자기기의 사용법에 대해 내게 물으시는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최대한 친절하게 알려드리려 노력한다. 언젠가 나도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게 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나의 짧디짧은 경험에서도 벌써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수용력이 떨어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력 여하에 따라 감소하는 정도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기를 수 없는 능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나는 아직 젊은 세대이므로 벌써 변화에 뒤처질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현상의 일부분을 주변 또는 나 자신에게서도 발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워 이렇게 기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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