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안드레아 Aug 15. 2022

자기 계발서, 정말 효과가 있을까?


Question.     


우리가 자기 계발서와 영상을 자주 보면 그들을 따라하게 될까?     


Answer.     


저는 한때 자기계발서와 영상을 보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한 때라고는 하지만 불과 몇 달 전 이야기 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Yes 입니다. 책과 영상 속에 나오는 그들을 따라 하게 됩니다.     


<설득의 심리학>은 우리가 관찰하는 대상이 우리와 비슷한 사람일 때 가장 강력하게 작동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자기계발서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체로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말대로라면 사회적 증거의 원칙이 잘 작동하지 않겠죠. 그러나 계속해서 보다 보면 반대로 마치 우리가 영상 속 인물과 비슷한 위치에 오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됩니다. 그렇게 이 원칙이 작동하게 됩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배우의 유명한 연설이 있습니다.      

https://youtu.be/B9LIYb3BIQ8          


영상에서 배우는 청중에게 동기 부여에 대해 연설을 하는데, 그는 격한 감정을 끌어올려 청중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듣다 보면 정말로 이입이 잘 됩니다. 마치 내가 그 배우가 된 것처럼, 미래의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헤쳐 나갈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영상을 끝내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될 때쯤, 그런 마음은 사그라들게 됩니다. 내 방안을 보는 순간 '아, 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나와 너무 다른 곳에 서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계발서나 영상을 계속해서 시청해 왔습니다. 아무래도 영상을 보는 잠시뿐이지만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중독이 된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데 중독된다고 저를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그냥 마음을 따랐습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저는 수백 개의 자기 계발 영상을 보고 수십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결국 그들을 직접 보고 있지 않더라도 대단한 사람이 된 기분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군대를 갓 전역했을 때쯤이었습니다.         

  

복학할 때까지 약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그 시기를 다시 없을 자기 계발의 시기로 만들자는 들뜬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회로 복귀했습니다. 다행히, 처음 몇 달 간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나를 강제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공부하고, 운동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도 모으는 등 군대에서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둘씩 이뤄가는 경험은 정말로 값졌습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의 삶과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상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하루 중 자기 계발에 쏟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단지 너무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워라밸이라고나 할까요. 하루를 온종일 자기 계발에만 힘쓰니 무언가 내가 아닌 것 같고 다른 삶을 사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계속 살다가 죽으면 나는 언제 행복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나약한 정신력이지만 그렇게 말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나마저 나 자신에게 욕하면 무엇을 이루겠습니까.          


어쩌면 자기 계발 컨텐츠를 소모하는 것을 멈춘 이후로 추진력이 약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자기 계발을 배우는 데에 가장 집중했던 때는 20살과 21살 그리고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시간 말고는 가진 게 없던 시절입니다. 그때는 온종일 자기 계발 영상을 보고도 시간이 남았습니다. 자기계발 컨텐츠를 소모하는 데에는 상당한 체력이 필요합니다. 체력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감정을 소모하고 이입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렇게 보는 자기계발 영상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기 계발 영상을 보는 것 자체가 체력을 소모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실제 자기 계발과 자기 계발 공부는 병행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남는 시간에 또한 공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낮에 열심히 일하고, 여유로운 저녁 시간에 취미로 다시 일할 수 있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대단합니다. 일단 저는 실패했으니까요.        

   

다시 사회적 증거의 원칙으로 돌아오자면, 몸이 멀어지면 마음 또한 멀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대단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마음이 동화되었다가, 몸이 멀어지고 나서 마음 또한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들과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시도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잠깐이지만 대단한 사람이 된 듯 한 기분, 그들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해본 경험은 제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지금 당장 많은 일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나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을 때, 또는 그저 새로운 일이 하고 싶어질 때 저는 당장이라도 뛰어들 수 있습니다. 사실 베네딕트 배우가 원했던 인재상이 저 같은 모습일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인생 전체를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쓰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것이 실제로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은 어떤 이에게는 오만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감정적으로만 제 모습에 만족합니다. 이성적으로는 아주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이런 모습입니다. 반대로 행동하면, 인생이 불행해지기 정말 쉽습니다. 자기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서 무언가 해야 할 것만 같은 감정이 듦과 동시에 이성적으로는 이 정도면 괜찮다, 하던 대로만 하자는 생각이 듭니다. 이 둘은 합쳐져 강력한 무력감이 됩니다. 무력감이 무력감을 낳습니다. 저도 과거에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의지 없이 행동만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의지는 의지로 생기지 않습니다. 의지는 행동으로 생깁니다. 그런 관점에서 군대가 저를 강제로 행동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제게 군대는 좋은 곳이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자기 계발 컨텐츠를 자주 소모하게 되면, 그들을 따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소모하는 것을 멈추게 된다면 그들을 따라 하는 것 또한 멈추게 됩니다. 평생 자기계발을 공부하며 살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시작조차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잠시뿐이라도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은 남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결국 실제로 노력하는 양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 가, 즉 선택과 집중을 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단한 사람을 따라하는 삶은 나를 전혀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방황하고 있다는 느낌만 들었습니다. 몸은 움직이고 있지만 마음은 고민하고 있는 느낌이요.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그들을 한번 최대한 모방해본 뒤, 정말로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만 빼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저,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 계발을 공부하는 이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새 하던 게임만 하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