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마 고객의 필요로 재탄생한 컨텐츠의 힘
우리도 남성고객 확장이 필요해 보여요 맨 페이지 이름부터 정해볼까요?
...갑자기 이름이요?
이번 이야기는 실패담에서 시작하겠습니다. 이 실패는 홈메인에서 남성고객과 여성고객의 화면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고객 풀의 확장은 모든 플랫폼의 피할 수 없는 욕심이죠. 여성 고객이 80% 이상인 앱이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서 남성 고객을 유치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남녀 분리를 강행했습니다.
처음엔 학창시절엔 엄마가 사다주는 옷을 입고, 좀 커서는 또래에서 무시당하지 않는 옷을 입으려고 노력하고, 이젠 여친 혹은 아내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는 남성 고객들의 수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앱의 남성 고객의 아이디는 사실상 여성 고객이 신규 쿠폰을 얻기 위해 가족의 아이디를 개설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여성고객에 의존하여 옷을 구입하는 수가 많다고 판단했죠.
또 다른 문제는 기존 패션 앱 네이밍과는 너무 거리감이 있는 이름으로 남성 페이지가 분리되었으며, 이는 기존 고객들에게 큰 혼란을 주었습니다. 새로운 고객 모객만을 집중한 나머지 기존의 고객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못한거죠. 남성 페이지를 새로운 네이밍으로 진행하며 마케팅 배너들을 걸었을 때, 배너를 클릭하면 기존의 이름의 패션앱 다운로드 페이지가 떴습니다.
홈 메인은 분리가 되었지만 컨텐츠 차원에서의 분리는 완벽히 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노출 컨텐츠가 비슷하니 고객들은 남성 페이지에 들어온 건지, 여성 페이지에 들어온 건지 확인이 잘되지 않았어요. 인지가 안된 채로 검색창에서 브랜드를 쳤을 때, 남성 페이지에서는 남성 상품만 노출 되도록 설정이 되어있어서 기존 여성 고객들은 '상품이 없다'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전까지는 전달하는 이미지와 사용 언어를 보았을 때 맨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남성을 대상으로 제작된 컨텐츠는 대부분 기존 우먼 컨텐츠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남성 고객이라는 타깃을 재설정하고, 맨 타깃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자 했습니다.
남성과 여성은 관계의 언어가 다른 것처럼 쇼핑의 언어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여자들의 쇼핑에 느낌표가 필요하다면 남자들의 쇼핑엔 해답이 필요합니다.
남성타깃의 스포츠 브랜드들은 간결하고 임팩트 높은 언어를 사용하여 의미하는 바를 직선적으로 전달하고 있었어요.
남성을 위한 주요 컨텐츠를 런칭하여 맨만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페이지의 재활성화를 기획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남성들의 쇼핑 귀차니즘을 꿰뚫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문제 해결형 컨텐츠의 구성과 직관적인 카피가 필요하다고 판단 되었어요.
컨텐츠는 주로 홈메인 배너를 통해 노출되기 때문에 컨텐츠 타이틀만 봐도 누가 타깃인지, 어떤 컨텐츠 인지 바로 분간할 수 있도록 제작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여성 고객의 혼란도 낮출 수 있었죠. 직관적이고 포인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다섯 가지 맨 컨텐츠가 런칭되었습니다.
컨텐츠 네이밍과 키카피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이 타이틀 안에는 남성을 나타내는 단어를 계산적으로 숨겨두었어요. 그리고 키카피에서도 남성 쇼핑의 해답을 주는 듯한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다섯가지 컨텐츠는 각각의 목적은 다르지만 W컨셉 맨이라는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알리기 위한 목표는 같았기 때문에 볼드한 서체나 강렬한 컬러, 직관적인 이미지의 사용에서는 일관된 방향을 따르고 있습니다.
플랫폼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며 가장 좋은 점은 고객 데이터를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데이터가 고객의 모든 필요와 숨겨진 행동을 전부 대변하진 않지만, 분명한 것은 고객은 불편하거나 마음이 동하지 않는 방식에는 절대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객에 대한 파악이 부족한 상태에서 홈메인을 개편했던 것은 우리의 실수가 맞았습니다. 그러나 그 후 제대로 된 타깃에 대한 파악과 변경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인해 맨 컨텐츠의 평균 PV 500% 상승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읽는 사람에 대한 분명한 분석은 새로운 컨텐츠의 효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