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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카피 Jul 19. 2024

생존카피05 쏘지마라 아군이다

우리의 또 다른 고객인 동료를 위해, 변화를 기회로 만드는 인터널 브랜딩

이제 곧 신규 오피스로 이사할 건데 BX팀이 오피스 인테리어를 담당해 주세요
..이거 인테리어만의 문제가 아닐 것 같은데요?  



문제 상황

신규 오피스로 이전을 앞두고 오피스 인테리어 요청을 받았습니다. 오피스 이전과 더불어 재택근무나 시차출근제, 자율 좌석제와 같이 새로운 근무 형태를 내부에 전파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널 브랜딩이라.. 인테리어 컨셉은 둘째치고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매달 다양한 동료들이 새롭게 합류하는 이곳은 애초에 하나의 조직문화가 없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대다수는 서로 공유하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집중하고 자기 방식대로 빠르게 적응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바빴지요. 따라서 옆 사람과도 얼굴 보기 보단 메신저 커뮤니케이션이 미덕이었고, 회식 기피는 물론 점심도 혼밥을 유지하여 자신만의 시공간을 꾸려갔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회사의 새로운 변화에 대해 전달하고 공감과 이해를 구하는 것은 어려운 주제였어요.


방향 설정

인터널 브랜딩의 방향 설정은 일반 브랜딩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 메시지 전달 대상이 누군지에 대한 분명한 파악을 하고 나면 2) 대상을 움직일 수 있는 메시지에 대한 윤곽이 잡힙니다. 이런 메시지를 공간 인테리어나 POP, 영상 등을 통해 대상에게 전달하는 것이지요. 인터널 브랜딩의 대상은 우리 곁에 있는 동료였어요. 새로운 근무 형태의 변화를 앞두고 마음이 어떨지 생각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불안'이었습니다.

평소 공유가 잘되지 않았던 조직이었는데 갑자기 공간과 시스템적인 변화가 여럿 시작된다면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고 불안이 더 커질 것 같았어요. 물어볼 사람이 마땅하지 않다면 그 불안은 배로 커지겠죠. 새로운 시작으로 안전하게 소프트 랜딩 하는 것을 목적으로 캠페인을 설계했습니다.

한 가지 더 파악한 것은 우리 동료들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점입니다. 따라서 개개인이 집중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고, 전체적인 그림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는지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하고자 했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세계관과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연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구성했죠. 단순히 도달해야 하는 목표 보단 마음을 움직이는 가치에 대한 이해를 통해 구성원이 소속감을 가지며 자신의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컨셉과 메시지 도출  

집과 회사, 일하고 있는 장소에 대한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입니다. 'HOME SWEET OFFICE'라는 캠페인 슬로건에는 변화에 대한 불안보단, 더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기대감을 담았습니다. 집과 오피스를 표현한 단순화된 그래픽과 차분한 색감은 동료들이 마주하는 변화에 대한 긴장도를 낮출 수 있도록 작업 되었습니다.                                              

새로운 오피스에 도착하자마자 로비 영상을 보며 출근할 수 있도록 하였고, 배정된 개인의 락커에 웰컴키트와 편지를 전달하여 처음이지만 안정된 기분이 들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웰컴 키트 안에는 시작을 도울 수 있는 상품을 구성한 기획전을 오픈하여 동료들이 새로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낯선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내용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안내 POP를 조성하여서 안내를 도왔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아이덴티티 존'

신규 오피스로의 이전에 따른 오피스 공간의 설계가 구성원에게 소속감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플랫폼 내에서 고객에게 '와우 모먼트'를 선사하여 풍성한 경험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듯이, 내부 구성원들과 조직의 핵심 가치를 나누는 것은 기업에 대한 마음을 열리게 만들죠. 이러한 변화는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태도를 바꿉니다.

아이덴티티 존은 그렇게 구성되었습니다. 전체 공간에서 중심이 되어 포인트가 되어주는 곳이 바로 아이덴티티 존이었어요. 모두가 오가는 이곳에 커다란 LED 디스플레이를 배치하여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와 이야기, 우리의 소식을 자주 전달하고자 했죠. 공간에는 잠시 앉아갈 수 있는 스툴도 배치했어요. 업무 공간 내 좌석 곳곳에 쓰여진 브랜드 슬로건 'WE CREATE THE CONCEPT'은 브랜드의 지향하는 바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개개인의 일의 도착지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자 했습니다.


회고  

2022년 연말에 진행된 꽤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부끄럽지만 회사 내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인터널 브랜딩 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더욱 숙고했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한 후 동료들에게 꽤나 많은 메시지를 받았었어요. 기업 브랜드의 가치는 내부 구성원을 결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자긍심을 주고, 주도적으로 일하게 하는 근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모든 변화의 중심엔 '사람'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브랜드의 와우 모먼트를 내부에선 단 한 번밖엔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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