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어제의 황당함은 잊고, 아침을 맞이하였다.
아내가 차려놓은 아침 밥을 겨우 먹고, 차가 막히기 전에 운전해서 이동해야 한다.
아내는 잠든 아들을 깨우러 방으로 들어갔고, 인사도 못하고 후다닥 나왔다.
그렇다. 원래 병원근처 아파트에서 살다가 아내가 '아이가 이제 3학년이니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고 해서 강남으로 옮겼다. 대치동까지는 금전적으로 아직 무리이고, 가장인 내가 양보해도 대치에서 강북 병원까지 출퇴근은 힘들다.
머리로는 가능할것 같았는데, 대치에 전세집을 알아보러 간 날. 내 인내심이 바닥이 났다.
아내와 나를 태운 차는 학원 시간대와 딱 맞아떨어져 40분 동안, 같은 곳에 서있었다.
"나는 못해!"
"왜 못하는데. 차 막힐까봐? 지하철 타고 출퇴근 하면 되쟎아."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다른 아빠들은 다 그렇게 해"
울컥하게 된다.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 하루 종일 작은 공간에서 갖혀있다가, 또 차안에서 집에 가기 위해서 갖혀 있는 삶을 살라고? 뭘 위해서"
"뭘 위해서 라니?"
아내의 기가 차하면서 슬픈 표정.
알고 있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 라는 모범 답안이 있다는 것을.
그 답에 맞추기 위해서 나는 계속해서 달리고 달리고 달려 왔다. 차는 어느새 동부간선 도로 끝, 병원으로 빠져나가는 곳까지 왔다. 지금 시간은 9시 40분.
오늘은 안막혔네.
띠리링~
"냐니~ 냐니"
"안녕하세요 원장님."
헉!!! 맞다. 오늘부터 출근 하기로 했지.
데스크에 냐니뇨와 김선생이 나를 보고 있다. 냐니뇨는 여전히 둥글둥글하고 웃고 있고, 냐니뇨다.
김선생도 웃고 있다.
"네~ 안녕하세요."
드르륵. 탁.
뭐야~ 진짜 그대로 쟎아. 어제본 그대로. 그리고 왜 이렇게 일찍 나와 있는 거지.
바쁘게 가방을 내려 놓고, 가운을 입는다.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드르륵
"일찍 출근하셨네요. "
"네~ 원장님, 냐니뇨씨가 병원 오픈시간에 맞춰서 출근한다고 첫날인데도 9시 30분에 출근하였어요. 그래서 일단 병원에 있는 유니폼을 입혔습니다. "
'뭐? 유니폼을 입어??'
나는 찬찬히 냐니뇨를 쳐다봤다. 유니폼을 입었다고? 어떻게 저렇게 동그란 몸에 사람이 입는 유니폼을 입었다는 거지. 어제랑 똑같은데. 옷을 입었다면 색이라도 바뀌어야 하는거 아니야?
그냥 동그랗고, 뽀잉 뽀잉하고 웃고 있는데.
"냐니뇨, 냐니뇨"
"원장님, 뭐 냐니뇨씨 한테 궁금하신거라도?"
"김선생님, 잠깐 나좀 봅시다."
"네~ 원장님"
드르륵
김선생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문을 닫으라고 손짓한다.
김선생이 '드르륵'하고 문을 닫는다.
나는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김선생에게 물어봤다.
"내가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냐니뇨씨가 사람인가?"
"네!? 원장님. 보면 모르세요. 사람이라니요?"
그렇다. 김선생도 알고 있었어.
"그렇지 사람이 아니지?"
"원장님~ 왜 그러세요? 냐니뇨씨가 들으면 서운하겠어요. 어제는 성이 이상하다고 트집을 잡으시더니, 오늘은 사람이 아닌것 같다고 하시는 거예요?"
'사람이 아니쟎아~ 저 냐니냐니 하는게 사람일리 없쟎아.'
"한국말도 못하는 것 같은데."
"무슨 말씀이세요~ 원장님. 도리어 원장님이 냐니뇨씨가 인사해도 잘 안받아주시고, 위아래로 쳐다보시고 원장님 오늘 이상해요."
드르륵
진료실 문이 열리더니 냐니뇨가 고개를 내민다.
"냐니뇨?"
"아~ 냐니뇨씨 환자분이 오셨어요?"
"원장님, 진료 시간이 되었네요. 저는 이만."
말그대로 김선생은 쌩하고 진료실을 나갔고, 그 모습을 웃는 냐니뇨가 보고있다.
뭐지....왜 보고 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