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전문가가 되기엔 아직도 멀었어요
선생님, 경력이 얼마나 되나요?
선생님, 몇 년 차세요?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력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아... 10년 됐어요.
성공하려면 1만시간을 투자해야한다는 법칙처럼
10년이면 전문가가 된다는데
이런 질문을 받게될 때마다
자신있는 목소리보다는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대답이 나오고야 만다.
내가 생각하는 어떤 직장에서의 경력 10년차란
신입때에 비해 약간을 줄어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젊음의 상징인 열정과
능숙해진 업무능력이 조화를 이루는,
그래도 나 이분야에서 일을 좀 안다는
자신감이 차오르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어쩐지 초등학교 교사로서의 나는
학교에서의 일이
아직도 어렵고, 잘 모르겠고,
자신있게 잘할 수 있다 말하기가 머뭇거려진다.
그 이유가 뭘까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매년 바뀌는 구성원과 업무,
관리자의 교육관과 학교 경영 스타일,
매년 바뀌는 1부터 6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학년이
나의 전문성에 대한 확신을 떨어뜨리는 이유인 것 같다.
10년동안 내가 맡은 학년은
1부터 6학년까지 전 학년을 한 번 씩, 3학년만 두 번 담임을 해보았고
영어전담을 한 번, 과학전담을 두 번 맡았다.
1-2학년은 국어,수학,통합,안전 4과목이지만
3-6학년은 국어,수학,도덕,사회,과학,체육,음악,미술,영어+실과(5-6학년만)로 9-10과목.
이렇게 많은 과목을 매년 다른 내용으로 가르치다 보면
내가 자신있게 잘 가르칠 수 있는 교과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떤 선생님은 '6학년만 6년째에요.', '1학년만 3년째에요.'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은 지겨울지 모르지만 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럽다.
2년, 3년이상이면 적어도 그 학년의 아이들 특성과 교과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한 학년을 계속 희망하면 되지 않느냐 물을 수도 있지만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고 고려할 사항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내 뜻대로 학년일 고르기는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다.
업무도 마찬가지다.
1년단위로 학교가 운영된다는 점에서 업무도 1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내가 어떤 업무를 맡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내 경험으론 연속으로 같은 업무를 해본 건 최대 2년이다.
그래서 항상 2월은 내가 어떤 학년을 맡고,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 기대와 걱정을 하게 되고
3월은 새로운 아이들과 동료교사,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
생각해보니 10년동안 쌓인 전문성 하나가 있다면
수시로 변하는 일과, 사람들에 대한 '적응력'이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2학년을 2년째로 맡게 된다.
연속으로 같은 학년을 하게 된 건 처음이다.
이번 한 해를 알차게 보낸다면 조금은 2학년 전문가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런 기대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