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쑥쑥 자란다
2018년, 처음 1학년을 맡기 직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EBS 극한직업에 소개되기도 했던 1학년 담임교사의 일상에 관한 무수히 많은 에피소드를 들었기 때문이다.
'1학년은 애를 낳고 해봐야 한다. ','미혼인 여자가 맡기에는 그 간극이 너무 크다.'는 주위의 걱정과 함께 1학년을 시작했다.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
유치원과는 다른 40분 수업, 10분 쉬는 시간의 규칙적인 일과에 어떤 아이들은 의자에 5분을 앉아 있기도 힘들어 했고, 수시로 화장실이 가고 싶어 했다. 한글이 아직 어려운 아이들은 처음 배우는 외국어를 의미도 모른채 따라쓰는 것처럼 어려워하며 알림장 내용이 조금만 길어도 우는 아이들도 있었고, 종이접기를 하나 완성하는데 20명의 아이들 것을 하나하나 봐주게 되어서 간단한 꽃접기도 한시간으로 부족했었다. 조금만 아파도 힘든 아이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쉬는시간에 혼자서 교실을 배회하거나 자리에 앉아있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갑자기 찾아온 생리현상을 참지 못해 묽은 대변을 온몸에 적셔 처리해줬던 일. 아름답게 1년을 마무리하려고 한 종업식날 학교에서 준 빵과 우유를 마시고 속이 좋지 않아 토를 해서 냄새에 참지 못한 아이들과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못한 채 이별을 한 1년이었다.
1학년 아이들과 학교에 있는 동안은 한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언제, 무슨일이 일어날지 몰랐기 때문에 항상 대기조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힘듦 속에서도 1학년 담임교사만이 느낄 수 있는 뿌듯함도 있었다. 아이들이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쑥쑥 자란다. 선생님이 말한대로 가장 많이 변할 수 있는 학년이 1학년이다. 이러한 사실이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10월쯤 되면 어느덧 초등학생 티가 난다. 선생님이 말하지 않아도 학교생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지켜야할 지 말아야할 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런 아이들과 헤어지고 다음해 2019년 2학년을 하게 되었다. 2011년생을 2년 연속 맡게 된 것이다. 연속해서 같은 해 출생인 아이들의 성장을 경험한다는 것을 아직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나에게는 참 의미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봄방학이 지나고 2학년이 된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속에도 이제 더 이상 막내가 아니라는 일종의 책임감과 의지가 있었던 건 아닐까. 첫날부터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나에게 예쁨을 보이고 싶은 눈빛을 계속 쏘아댔다. 칭찬 한 마디에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솔직히 말해서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지만 속으론 깜짝 놀랐다. 9년차에 처음 느낀 감동이었다. '3월 한 달만 이러다 말겠지. 지금은 긴장한 상태니까 이럴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이 아이들은 1년이 지난 뒤 훨씬 더 성숙해있었다. 한 달 전만해도 1학년이었던 아이들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의젓해졌다는 것, 그 후 1년의 시간 동안의 성장정도가 시간과의 일차함수 직선이 아닌 이차함수 곡선을 따랐다는 것에서 난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교사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