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느 계절에 서 있을까

사주를 보다, 나를 읽었다④

by 최아니

요즘 ‘운명전쟁 49’라는 프로그램을 본다.

사주와 신점으로 타인의 인생을 맞추는 사람들.


재밌게 보고는 있지만

신령의 목소리를 듣는다거나, 사주만으로 삶의 흐름을 예측한다는 말은

여전히 반쯤은 믿기 어렵다.


어디가 아플 거라던가,

평생 돈을 못 벌 팔자라느니, 남자운이 없다느니.


불안하고, 궁금해서 사주를 보곤 하지만,

사실 어디 인생이 그렇게 정해진 운명서 같은 게 있어 그대로 행해지던가.


어렸을 때는 초년보다 중년, 말복 운이 좋다고 했다.

나중엔 더 좋아진다라고 하니,

철석같이 믿을 순 없었지만 그래도 희망은 조금 품고 있었다.


여전히 갑자기 찾아오는 행운이나 복 같은 건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마음은 조금 더 편해졌고,

이제야 내 갈길을 갈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생겼다.


살아보니,

운이란 건 때를 기다린다기보다

본연의 계절로 행동할 때 찾아오는 선물 같은 거란 생각이 든다.


봄의 기운을 가진 작은 들꽃 같은 내가

‘직장’이라는 거친 땅에 오랜 기간 뿌리내리고

없는 화기운을 쓰며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올해는 불의 기운이 강하다고 하고,

지금은 가을 대운이라 저장과 정리를 해야 한다고 한다.


가을이라는 10년간의 대운을 겪고 있는 봄나무는

아직도 흔들리고 비바람을 맞고 있지만


브런치를 시작했고,

음악이 나오는 나만의 공간에서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이 행복한 거 보면

그런대로 잘 살고 있는 느낌이다.


‘내 인생에 로또는 없는 거 같아’

라고 자조할 때도 있지만


운동을 마치고 개운할 때,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할 때의 설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기쁨,


그래도 이런 사소한 순간마다

‘내가 내 계절을 살고 있구나’ 하는 감각이 있다.


봄을 기다리기보단

지금의 온도로 살아가는 것.


사주를 보며 알게 된 건,

운을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

내 계절로 행동하는 삶이 나와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지금 15도쯤 되는 사람이다.

겉옷은 입고 있지만, 해가 비치면 충분히 따뜻하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