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몸과 마음이 변하다

중년을 살아가다 (feat. 스쿠버다이빙)

by 최옥찬

중년의 신체적·심리적 변화


보통 40대부터 50대를 중년기라고 합니다. 중년기에는 이전과 다른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경험합니다. 신기하게도 마흔 살이 넘어가면서부터 내 몸과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지인들이 마흔이 넘으면서 심하게 아픈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여러번 있습니다. 그런데 그즈음 나도 거의 한 달간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습니다. 내 몸의 변화가 마음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사춘기 때처럼 중년기로 넘어갈 때도 몸과 마음의 변화로 인한 혼란스러움이 있습니다. 물론 중년의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똑같은 변화를 경험하지는 않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나이대가 비슷한 중년들이 경험하는 변화의 질과 강도는 다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년의 시기에 사람들이 비슷하게 경험하는 것이 있습니다. 신체, 심리, 가족 관계, 직업 환경의 변화 등 말입니다.


나는 마흔을 갓 넘기면서 간농양이 생겼습니다. 간농양이 패혈증으로 가면 죽는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러다가 까딱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아팠습니다.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병원 응급실에 들어갔다가 한 달 정도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병 때문에 반복되던 일상이 멈춰버렸습니다.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지만 전혀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내 삶 속에서 죽음이 더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인들을 통해 암 같은 질병이나 사고로 죽는 사람들의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인들의 부모님들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도 많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장례식에 가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장례식장에 갈 때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살아 움직이면서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드러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삶의 끝인 죽음을 마주하다 보면 내 삶을 돌이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나... 잘 살고 있는 거니?”

중년기에는 10대 사춘기와 비슷하게 신체적·심리적 변화가 생겨서 갱년기를 겪게 됩니다. 갱년기는 성호르몬의 감소로 인한 몸의 변화를 느끼면서 나타납니다. 이와 함께 마음의 변화와 환경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중년의 위기라는 갱년기 증상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특히, 여자는 사춘기 초경 이후 매달 경험했던 생리가 끊어지는 폐경이라는 급격한 몸의 변화를 경험합니다. 그래서 여자는 폐경으로 인해서 마음속에서 거대한 풍랑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여자가 생리를 한다는 것은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큰 부분일 것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생리를 하지 못하는 몸의 변화는 여자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줄 것 같습니다. 여자처럼 드라마틱한 신체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남자도 갱년기를 경험합니다. 중년에는 남자의 성호르몬이 20대의 절반 정도로 감소한다고 합니다. 남성 호르몬은 남자의 근육 생성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젊었을 때는 웨이트를 조금만 해도 몸의 근육들이 금세 펌핑됩니다. 그러나 남성 호르몬이 20대의 반으로 줄어든 중년의 근육들은 펌핑이 잘 안됩니다. 그러다 보니 헬스클럽 트레이너가 웨이트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없어진다면서 겁을 주기도 합니다. 게다가 남자도 점점 더 노화하는 몸의 변화를 경험합니다. 중년 남자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자신의 몸을 경험하면서 심리적인 혼란을 겪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말하기고 합니다.


스쿠버다이빙을 가기 한 달 전에 탁자에 정강이를 긁혀서 피가 조금 나면서 상처가 생겼습니다. 방카에서 입수하기 위해 다이빙 슈트를 입는데 내 정강이의 상처를 본 친구가 다이빙을 하다가 다친 줄 알고 걱정하면서 물어보았습니다. 그때 상처 딱지가 떨어지지 않은 내 정강이를 보면서 내 몸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린아이였던 내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할머니·할아버지 팔과 다리에 상처가 나면 잘 아물지도 않고 상처 자국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피부가 쭈글쭈글한데 상처까지 덧입혀져 있는 노인들의 몸이 어린 내 눈에는 이상해 보였습니다. 예전에는 내 몸에 상처가 생겨도 연고를 바르지 않아도 금세 나았고 상처 자국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내의 충고대로 상처에 연고를 바르지 않으면 안 되는 몸이 되었습니다. 방카에 앉아서 내 정강이의 상처 자국을 보니 내 몸이 늙어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내 다리를 토닥이면서 어루만져주었습니다. 그런 후에 드넓고 푸른 바다를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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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년 지인들을 만날 때는 항상 ‘건강은 어떠세요?’라고 인사합니다. 내가 심하게 아파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건강을 묻는 인사가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중년이지만 유전적으로 매우 건강하게 태어나서 특별하게 건강관리를 하지 않아도 큰 탈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에 스쿠버다이빙을 같이 간 친구가 그렇습니다. 이 친구는 20대부터 술을 많이 마시고 담배를 많이 피우는데도 불구하고 나보다 아픈 데 없이 건강한 편입니다. 친구가 술과 담배로 자신의 수명을 깎아먹어서 타고난 수명보다 더 일찍 죽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건강상태는 나보다 좋아 보입니다. 반면에 건강에 취약한 부분을 타고 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그렇습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건강에 큰 문제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40대가 되면서 이런저런 질병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질병이라는 것이 환경적인 요인이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이 유방암에 걸릴 수 있는 유전적 요인이 크다는 이유로 가슴을 미리 절제했다고 합니다. 안젤리나 졸리의 가족 중에 유방암에 걸려 죽은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감할 수가 있었습니다. 지인들 중에도 큰 질병 없이 지내다가 중년이 되면서 이런저런 질병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큰 질병 같은 경우에는 가족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중년에는 이런저런 질병이 자연스럽게 삶의 한 부분이 되는 것 같습니다. 현대는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질병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상담실에서는 심리적인 이유로 신체적인 병이 나타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아동부터 성인까지 학업과 일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삶을 살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삶을 살아 낸 중년에게 크고 작은 질병은 자랑스러운 훈장 같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라는 병균을 이겨내는 마음의 면역력이 다 다릅니다.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일수록 중년이 되면서 신체적으로 아플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은 것 같습니다. 내가 그렇습니다. 나는 건강에 자신 있는 강철 체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스트레스에는 매우 취약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심리적인 이유로 나타나는 심인성 질환이 자주 나타났습니다. 아마 내가 심리상담사가 되지 않았더라면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의 병을 크게 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내 마음과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살다가 크게 고장 났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년기에는 멈추어야 할 때를 아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중년기 이후의 삶은 내 의지와 계획과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멈추어야 할 때가 더 많아질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의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나는 내 삶이 죽음과 악수할 때까지는 나에게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