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씨네마' 팟캐스트 게스트 참여
심리상담사로서 인간수업 드라마 속 인물들을 관찰해 봤습니다.
우선, 주인공인 지수입니다. 남자이고 고등학생입니다. 지수는 부모님 없이 혼자 생활합니다. 경제적 지원이 전혀 없기 때문에 생활에 필요한 돈을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지수는 학습능력이 뛰어나서 공부로 잘합니다. 학원비가 적지 않은 학원을 다니면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합니다. 지수는 생존하고 생활하기 위해서 그리고 지수의 꿈인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지수가 생각해 낸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청소년 성매매 알선입니다. 지수는 분명한 범죄 행위를 성매매 여성의 안전을 지켜준다는 생각으로 합리화하면서 죄책감 없이 합니다. 지수는 자신이 하는 일이 성매매 여성을 변태 새끼들로부터 보호하는 경호업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친구인 규리가 규정했듯이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할 줄 아는 온라인 성매매 포주일 뿐입니다.
지수는 소라게를 키웁니다. 드라마에서 지수 집이 나올 때는 소라게가 항상 보입니다. 소라게는 지수를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소라게는 자신의 보호막으로 소라 껍데기를 덧입고 삽니다. 그런데 소라게는 갑각류이기 때문에 껍질이 약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여느 게처럼 집게발도 있습니다. 소라게는 자신을 보호할 만한 것이 있지만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서 소라 껍데기를 필요로 합니다. 소라게가 사는 세상에는 더 큰 포식자들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지수는 소라게가 소라 껍데기를 필요로 하는 만큼 세상을 매우 위험하게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작 보호막이 되어주어야 할 부모도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하는 지수가 우리 사회에서 ‘평범’하게 살기란 매우 어려워 보여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런데 지수가 갖지 못한 것을 다 가진 규리의 삶도 평범하게 살기가 어렵다는 것을 모순적으로 보여줍니다.
규리는 지수의 학교 동아리 여자 친구입니다. 규리의 부모님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규리 부모님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규리에게 친밀하고 좋은 부모님은 아닙니다. 규리는 피가 날 정도로 손가락의 피부를 뜯어내는 행동을 하거나 손목을 긋는 자해 행동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 상태를 드러냅니다. 규리는 살고 싶은 마음을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러한 규리에게 지수가 하는 성매매 알선 사업은 매우 큰 삶의 자극으로 다가옵니다. 어찌 보면 규리에게 삶의 동기를 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규리는 지수를 붙들고 성매매 알선 사업을 같이 하자고 매달립니다. 마치 살고 싶어서 매달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규리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장수풍뎅이가 등장하는데, 장수풍뎅이는 뒤집어지면 혼자서는 절대 못 일어난다고 합니다. 붙들 것이 있어야 그것을 의지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합니다. 규리에게 지수는 그런 대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주인공 민희가 있습니다. 성매매를 하지만 학교를 다니는 여고생입니다. 청소년이 성매매를 하는 많은 경우 가출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민희가 같이 어울리는 성매매 청소년 집단이 있는데 가출해서 함께 모여 사는 ‘가출팸’입니다. 기태라는 일진과 커플로 나오고 기태에게 모든 것을 주고 사랑을 받으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심지어 기태는 민희가 성매매로 돈을 벌어서 자신에게 선물을 사준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민희네 가족은 등장하지 않지만, 같이 사는 듯한 고모가 선생님이 통화했다면서 언급됩니다.
인간수업 드라마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이지만 그들과 관계를 맺는 어른들도 나옵니다. 그중 학교 선생님인 진우와 여자 경찰인 해경 그리고 지수와 함께 일을 하는 왕철이 나옵니다. 청소년들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이용하려는 범죄자들도 나옵니다. 그중 가장 어른다운 어른인 학교 선생님인 진우는 아이들과 진정성 있게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진우는 아이들의 안위와 인격적 성장을 고려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런 사람이 아이들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어른다운 어른입니다.
반면에 왕철은 지수가 시키는 대로 하는 어른입니다. 지수의 사업에서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이었던 왕철의 역할은 혹시 모를 성폭력으로부터 성매매 여성의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군인으로서의 뛰어난 능력이 있었지만 전쟁 트라우마 때문인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노숙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지수를 만나서 삶을 살아갈만한 일을 찾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인 바람직한 어른으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합니다. 왕철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서 명령에 따라 기능을 매우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경찰인 해경의 별명은 ‘빙그레 쌍년’이었답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경찰 조직이라는 더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여성의 생존법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여성성을 강조하는 웃는 모습인 ‘빙그레’와 남성에게 질투를 받을 만큼의 우월한 능력을 드러내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시각인 ‘쌍년’으로 말입니다. 드라마의 소재인 성매매는 남성 중심 사회의 어두움입니다. 그래서 지수와 해경처럼 주도적이고 강한 여성들의 등장은 드라마에서 사회적 균형감을 줍니다.
퇴근길 씨네마 [인간수업] 편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