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대한 기억의 퍼즐을 다시 맞추자 1
심리상담사에게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를 일으키는 소재이다. 이번에는 어떤 엄마를 그릴까 싶기도 해서 말이다. JTBC 드라마 <나쁜 엄마>(연출:심나연/극본:배세영/출연:라미란, 이도현, 안은진, 유인수, 최무성, 정웅인, 홍비라 등)는 임신을 하자마자 남편이 죽고 태어난 자식을 위해서 악착같은 삶을 선택한 엄마인 영순(라미란 분)과 아들 강호(이도현 분)의 이야기다.
진영순은 엄마이다. 요즘 말로 하면 싱글맘이다. 싱글맘으로서의 자녀를 양육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 자녀 양육을 위해 경제적인 것은 기본적이고, 자녀의 훈육과 학습도 신경써야 한다. 영순은 혼자서 사교육도 없는 산골 마을에서 아들 강호가 서울대 법대에 가는 것이 목표다. 강호는 법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영순은 <나쁜 엄마>가 된다. 예전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나오는 엄마들처럼.
영순의 아들 강호는 결국 검사가 된다. 성공했다. 그런 후에 강호는 엄마 영순을 나쁜 엄마로 만들고 관계를 단절하고 떠난다. 그러한 강호가 엄마를 떠나자마자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다. 인간은 엄마를 부인하려해도 부인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에 영순은 강호를 일으켜세우기 위해서 다시 한번 <나쁜 엄마>가 된다. 여기서 나쁜 엄마는 자녀의 욕구를 무시하고 엄마 자신의 욕구대로만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나쁜 엄마>에서 보여지는 영순은 전혀 나쁘지 않은 나쁜 엄마다. 영순은 아들을 위해서 살았다. 어찌보면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전형적이고 이상화된 한국의 어머니상이다. 그러나 오로지 자식을 위한 엄마의 희생이 절대 미덕처럼 추앙받았던 과거형의 어머니상이다. 현재의 어머니상과는 다르다. 뉴스에서 보여지는 진짜 나쁜 엄마들도 많은 시대이니 말이다.
영순이 보여주는 어머니상은 요즘 세대가 경험하는 현재형의 어머니상과는 다르다. 이전 세대 어머니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어머니상은 과거나 현재나 사뭇 다르기는 하지만 둘 다 <나쁜 엄마>인 것은 비슷해 보인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 자녀의 삶을 무섭게 통제하는 어머니여서 그렇다. 과거에는 자녀가 성공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는 자녀가 행복하게 살려면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결국, 과거나 현재나 자녀의 성공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자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엄마가 강하고 무서워져야하는 것이다.
요즘 대학 입시만 보더라도 엄마가 엄마로서의 따뜻한 품을 버리고 아버지의 무서움을 덧입어야 자녀를 성공시킬 수 있는 분위기다. <나쁜 엄마>의 프로그램 정보를 보면 “엄마에게 받았던 그 사랑을 떠올린다면 이 힘든 시대의 초라한 점 같이 느껴지는 지금의 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가치 있는 사람이었는지 기억하게 될 것이다”라는 글이 있다. 심리상담사로서 이런 말을 참 좋아한다.
심리상담학 이론서에 나오듯이 아이가 엄마에게 경험하는 정서적인 친밀한 사랑의 경험은 아이의 마음의 힘을 키워준다. 그래서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은 아이는 자신이 사랑스럽고 가치있다는 든든한 심리적 기반이 만들어 간다. 쉽게 말해서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런데 상담실에서 마음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이러한 엄마의 사랑의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있어서 엄마는 나쁜 엄마다.
이어서
엄마에 대한 기억의 퍼즐을 다시 맞추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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