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자기 마음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 <악귀>에는 귀신들이 나온다. 나는 귀신이 무섭다. 혼자 보기 무서워서 지차철을 타고 오고 가면서 드라마 <악귀>를 봤다. 구산영(김태리 분)이 염해상(오정세 분)에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도 귀신 때문에 아동 학대와 자살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말이다. “귀신은 없어요.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에요. 저 악귀 같은 인간들 때문에 현우도 죽고 진욱이도 죽은 거에요 귀신 때문이 아니에요.”
구산영이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정신과 병원에 간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에게 묻는다. 귀신이 있냐고. 정신과 의사는 말한다. “스트레스 지수가 상당히 높네요. 수면 시간도 너무 부족하고요. 이런 상황이라면 환영을 보거나 환청이 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의사의 이야기로 보면 귀신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귀신이 무섭다. 심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어릴 적 봤던 ‘전설의 고향’ 때문이라고 탓하고 싶다. 내 심리를 완전히 파헤쳐서 분석한들 나는 무서우니까 말이다.
드라마 <악귀>는 무더운 여름 시즌에 어울리게 온몸의 털이 서는 듯한 오싹함을 준다. 귀신이 나오는 드라마는 재미가 있다. 오락적인 재미가 있다. 감각적으로 공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말이다. 청년들이 롤러코스터가 무서우면서도 짜릿한 기분을 느끼려고 긴 줄을 서지 않는가. 인간은 감각적인 자극 중에서 흥분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는 스트레스가 많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감각적인 즐거운 자극을 잘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귀신이 나오는 자극적인 영상을 찾는 것 같다. 그리고 귀신이라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상상이 실제 영상으로 재현되어 눈앞에 그려진다. 완전 실감 나게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귀신이 나오는 영상물을 찾아서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공포심을 느끼기 전의 흥분감부터 자극적이니 말이다.
<악귀>의 기획의도를 보면 구산영(김태리 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청춘예찬을 한다. 한국 사회에서 청춘들의 현실적 삶은 힘들다. 그렇지만 청춘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청춘이라는 시기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그런데 심리적으로 악귀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좋은 시기인 것 같다. 청춘은 불안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악귀>의 시작은 구산영(김태리 분)의 고단한 현실의 삶을 보여준다. 요즘 청년들의 삶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산영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청년들은 보통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 혼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기에는 어렵다. 경제적 도움이 없이는 말이다.
산영은 말 그대로 ‘주경야독’을 한다. 그런데 하루 해가 져도 ‘주경’을 한다. 산영은 잠을 줄여서 ‘야독’을 한다. 그 삶이 너무 고달프고 힘들게만 보인다. 산영의 엄마 윤경문(박지영 분)은 오히려 딸인 산영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한다. 산영이 여러 가지 알바를 하면서 가정 경제를 책임진다. 심지어 엄마 뒤치다꺼리까지 한다.
산영을 보면 딱 죽고 싶은 심정일 것 같다. 그런데 살려고 힘을 내는 것이 보인다. 위태롭게 자살이 많은 한강 다리 위를 걷기도 하지만 말이다. 산영을 보더라도 청춘은 심리적으로 힘들 일이 많다. 그래서 악귀가 달라붙기 좋은 것 같다. 청춘이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