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강아지 보고 오열한 사연
나는 프로다. 8년 차 피디/감독이고 나름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회사를 거쳤다.
그뿐만 아니라 자영업을 하면서 국가 입찰 사업도 받았고 국가기관, 공기관과도 협업을 해왔다.
나는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하고 동시에 너그러운 편이다.
일에 대해 엄격한 점
a. 나는 내 작업물과 마감도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한 사람.
b. 최후 아웃풋이 나를 대변하고 또한 그것에 대한 데이터들도 그러하다. 간지가 나면 다가 아니다. 수요가 없으면 내 가치는 떨어진다.
c. 내가 흥미로운 사람인 건 대충 안다. 뻔뻔하고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고 주변의 그런 평을 많이 받아왔다.
d. 왜 내 유튜브를 하지 않느냐는 말엔 확실히 말한다. 나는 제작자이고 싶지 주인공이고 싶지 않으며 나보다 웃수저와 출연자로서 재능이 엄청난 사람들을 8년간 상대해 왔기 때문에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다.
나에 대해 너그러운 점
a. 나는 나다. 절댓값은 바뀌지 않지만 타협을 하고 적응하는데 능하다.
b. a의 이유로 내 가치관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은 곤조가 없는 것이고 자신의 색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가 봉준호의 유머와 타란티노의 작품관에 존경하는 이유.
c. 나 자신을 비추지 않더라도 나는 나를 인정하고 위로한다. 이것은 내가 번아웃을 겪으며 얻은 교훈이다. (추후 에세이에서 풀 번아웃 에피소드 예고?)
최근 아무도 영상에 대한 이해가 없는 환경에서 제작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왔다.
정말 고독하고 힘든 싸움이고 최종 목표인 랜딩(Landing)에 억지로 기어 왔다.
그 과정에서 ‘당신은 너무 앞만 본다’의 피드백을 받았는데 공감되고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를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감사함을 느끼고 책임감이 더욱 막중하다.
나는 이타적이고 이기적이다. 남들을 위한 콘텐츠를
즐기지만 내 작업물에는 그 어떤 악행(?)도 불사하렸다. - 대부분 나를 향한 악행이 된다.
기획 촬영 편집 릴리즈 데이터 분석 전략 수정 디자인 마케팅 전략 차기 목표 설정 등을 혼자서 했다.
이미 알고 있었고 각오했고 원하던 바였던지라.
막상 마주하니 버거울 수밖에.
총알은 모두에게 공평하고 물리적 업무량도 그렇다.(?)
난 스스로 당분간 데이오프를 포기할 것을 선언했고 정확히 두 번의 이슈가 있었지만 결국 랜딩, 스케줄 확보에 성공했다.
첫 번째 데이오프, 집에 오자 영민이가 반겨주더랬다. 아버지의 얼굴도 거의 보지 못해 더욱 반갑다.
일단 견주의 루틴을 떠나 우리의 ‘의무’를 설명하자면 ‘터그’이다. (터그 놀이는 개와 물건을 잡고 서로 실랑이하다 결국 인간이 져주는 놀이다.)
이놈들은 물고 놓지 않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또한 그걸 놀이로 치고 반려인이 돌아오면 개 같이(개지만) 꼬리를 흔들며 반겨준 뒤 물고 뜯는 장난감을 들고 온다.
영민이와 한창 놀다 갑자기 핑 눈물이 돌고 감사, 안도, 기쁨 등의 쾌감이 눈물과 함께 쏟아졌다.
개와 놀아주댜 펑펑 눈물을 쏟고 아버지도 당황했다.
“왜 그래?”
“너무 감사해서.”
그리고 발라당 자빠져서 소리 질렀다.
“X팔, 이게 행복이지! “
그런데 아뿔싸, 오늘 소개팅이 잡혀있었다.
내 얼굴은 이미 퉁퉁.
결론은 이거다. 내 일을 마침내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찾아온 안도를 목도하였을 때 오는 감격은 최고의
눈물로 찾아온다.
난 이것이 일종의 ‘승리의 눈물’, ‘기쁨의 눈물’로 정의하기로 했다.
안 그래도 요즘 올림픽 메달 리스트들의 눈물을 보아왔기 때문일지도. (내가 그 위인들과 동급이라는 건 아니다. 내 글을 읽을 정도면 그 정도는 알지요?)
그리고 변하지 않는 사실은 난 소개팅을 조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