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강아지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와! 그거 진짜 멋진데!“하며
당신을 띄워주기 위함일지도 모를 노릇이다.
- Dave Barry, 유머 칼럼니스트
무조건적 사랑이다.
우러러보고 가끔 겁먹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일방적 감정이다. 상대가 싫어하든 말든.
거짓 모르는 이 마음을 반려할지도 모르지만 이 생명은 다른 의미로 나를 반려한다.
일방적 보살핌과 거리가 먼 이 관계는 항상 서로를 향한다.
생명의 주기가 짧을 수록 매 순간을 기록하고 소중히 하게됐다.
우리 집 영민이는 친구들과 줄곧 잘 지내지만 겁이 많고 소심하다.
지레 겁먹고 짖는 버릇도 있다.
개에게도 MBTI가 있다면 영민이는 ISFP에 가깝지 않을까.
겁쟁이에 소심하고, 새로이 펼쳐지는 것들이 늘 신기해 느껴보려 시도한다.
보고, 냄새맡고 가끔은 입에 넣고(?).
조금 익숙해지려 하면 금세 싫증 낸다.
까다롭고 예민한 놈.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가족.
식탁 의자에 앉혀놓는 것을 보고 지적하자 아버지는 이렇게 답했다.
“영민이는 우리 식구야 식구.”
식구의 정의를 나열하자면 ‘끼니를 함께하는 존재, 한 구성체에서 친밀감을 느끼는 존재.‘ 정도가 되겠다.
시간이 지나니 나도 영민이를 식구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저 훈계하고 가르치는 대상이 아닌 쌍방의 감정공유체.
그것이 내 인간 가족들이 이 녀석을 보는 시선이다.
어제는 디올 지갑을 뜯어놓고는 천진하게 나를 보는데 헛웃음 이후 진짜 웃음이 터졌다.
거기 놓은 내 잘못이지, 뭐.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 대신 선을 넘으면 큰 코 다칠줄 알아.”
영민이에게 책정해놓은 선은 그저 ‘공격성’ 뿐이다.
나머지는 네 맘대로 살으렴.
다른 애들보다 못나고 재주가 없어도 좋아.
이게 널 향한 나의 기대 설정값이다.
그냥 아프지 말고 그냥 지금과 같이. 앞으로도 쭉. 알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