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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동산크리에이터 Mar 27. 2018

부동산 보는 눈을 흐리게 하는 '착각'

자다가도 깬다. 이불 킥! 벽 차는 경험 꼭 있다!

5년째 상승장이 지속되다 보니 지난 5년의 선택에 의해 희비가 엇갈리는 사례들이 생긴다.


순간의 선택으로, 때로는 자다가 이불 킥 하기도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먹었으면 된 거다' '돌아보지 않는다'

돈 앞에 쿨하고 의연하다 생각했는데 그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다.


오늘은 첫사랑 부동산에 너무 빠져버린 나머지 판단력이 흐려져, 이후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 내 사례들을 이야기해 보며 부동산을 대하는 객관적인 시각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포스팅을 쓰는 이유는

부동산에 입문한 사람들이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창구인 커뮤니티에서

요즘 첫사랑에 빠진 지역 덕후님들이 어그로를 끄는 글들이 많아지며 인사이트 발굴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벽 차는 사례를 펼쳐 보기로 한다.

(이 투자를 다 했으면, 회사도 때려치웠겠지...)




사례 1) 첫사랑이 너무 좋아, 다른 사람이 눈에 안 들어온 사례.


처음 집을 산 뒤 집이 있으면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줄 알고 내 통장은 없앴다. 청약은 집 없는 사람만 하는 거 아닌가? 재수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시기였다. 집 두 채는 사치 아닌가? 다주택자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처음 '구매' 한 '우리 집'은 완벽했다.

내 첫사랑은 (그 당시 느꼈던 장점만 나열하자면)

평지에, 대단지에, 초등학교를 무려 2개나 품었고, 조경 끝내줘, 교통은 트리플 역세권에, 조망은 호텔급!

도보로 올림픽공원, 제2 롯데, 아산 병원, 자전거 타고 석촌호수, 한강공원까지 퍼펙트한 녀석이었다.


2015년이었나... 퍼펙트한 그 녀석과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던 어느 날.

자가를 보유하고 있던 친구가 놀러 와서 '청약'이라는 걸 한단다. 나 통장 깼는데, 집 있는데도 가능해? 물었더니 (그 당시 기준으로) 34평부터는 1 주택자도 청약할 수 있고 물량의 50%는 추첨제라는 것이다.

* 현재는 34평 초과 물량 50% 추첨제로 바뀜


생각해 보니 남편 통장이 살아 있었다. 그래 한 번 넣어나 보자 심심해서 들른 모델하우스에서도 별 생각은 없었다. 그 당시는 중대형이 인기가 없었기에 경쟁률 좀 낮춰 보려고 넣었다. 50평! 그리고 됐다! 합격!


기존 주택을 사는데 주담대를 끌어 쓴 관계로, 마통을 뚫어 계약금(10%)을 냈다. 분양가는 지금 기준으로 말도 안 되는 무려 50평인데 은혜로운 분양가 8억 초반이었다.


얼결에 계약금은 지불했는데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오버 억만 개 보태서, 이 물건 자체를 나의 첫사랑과 미친 듯이 비교했다.

첫사랑에 비해서 부족한 면이 너무 많아 보였다.

 

'오빠 저층인데 해도 안 들지 들까?'

'오빠 이 지역이 과연 중대형 수요가 있을까?'

'오빠 여기는 언덕이 너무 높아. 아기 키우고 살기에 좋지 않은 것 같아'

'오빠 동네가 너무 복잡해. 왜 이렇게 정비가 안 돼있지?'

'오빠 5호선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하철 노선이 아니잖아'

'오빠 차 너무 많이 막혀'

'오빠 여기는 학군이 좋진 않잖아'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현장 구경을 갔다. 신금호에서 금남시장으로 넘어가는 롤러코스터보다 더 아찔한 고바위 언덕을 내려가는 순간 울 아버지는 말했다.

'김서방, 이렇게까지 무리하며 살아야 하나?'


우리는 이 분양권을 6개월을 보유했고, 전매 기한이 끝나자마자 소소한 P를 받고 과감하게 팔아버렸다.

(분양권을 매도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P의 절반은 세금이고 내 손에 남는 것은 크지 않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거래를 통해 첫 소득을 얻었고, 얼마나 의기양양했던지.

호텔 같은 집에서 낄낄 거리며 곱창을 시켜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3년이 흐른 지금!

'신금호 파크 힐스' 50평대 네이버 시세.  내가 팔았던 가격보다 무려 6-7억이 올랐다.....................................(아뒷골)


2018년 기준 다시 정의한다.

신축은 무조건 옳았다. 나는 바보였다. 그 집을 산 사람은 좋겠다.


'오빠 저층인데 해도 안 들지 들까?' -> '저층이어도 내 집 앞마당 같은 정원 뷰가 훌륭하다'

'오빠 이 지역이 과연 중대형 수요가 있을까?' -> '가성비 좋은 중대형 수요는 어디든 존재한다'

'오빠 여기는 언덕이 너무 높아. 아기 키우고 살기에 좋지 않은 것 같아' -> '여기가 풍수지리가 괜찮다더라'

'오빠 동네가 너무 복잡해. 왜 이렇게 정비가 안 돼있지?' -> '재개발 전이니 정비가 안 돼있지. 신축 들어오니 너무나 깔끔한 거라'

'오빠 5호선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하철 노선이 아니잖아' -> '개소리. 강북 수많은 직장은 직장도 아니냐'

'오빠 차 너무 많이 막혀' -> '잠실도 막혀'

'오빠 여기는 학군이 좋진 않잖아'-> '딩크를 위한 힙한 동네야' '학군은 강남 서초 아니면 도찐개찐이다'


울고 싶다.




사례 2) 내 깜냥으로는 안돼. 나의 레베루는 아직 아니라며 쉽게 포기한 사례.


2015-2016년 비슷한 시기였나. 반포의 아파트들이 '논란의 여지가 있을 법한 고분양가'로 분양을 시작했다. 당시 분위기에서 30평대 15억이라는 벽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격이었다. 대신 건설사는 미분양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 '중도금 전 회 차 무이자' 제도를 내 걸었다.


신금호로 재미를 보고 적극적 투자를 주장하던 우리 집 남자는 주말에 친구 만나라고 서래마을 보내 놨더니, 웬 계약서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그 남자는 말했다.

'이 동네가 원래 부촌이래'

'여기 바로 앞이 반포 학원가고'

'초등학교도 걸어서 3분이야. 집에서도 애들 학교 가는 동선이 보여'

'근데 분양가가 너무 비싸서 미분양 났대. 그래서 중도금 대출도 무이자래'

'잡아야 된다니까!'

'나 계약금 500만 원 쐈어'


그리고 정적이 흘렀다.

'오빠 미쳤어????????????????????????????????????????????????????????????????????????????'


그 이름도 유명한 삼호가든 사거리 서초한양 재건축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역대급 초 고 분양가 34평 15억대. 그리고 미분양.

그 미분양 물건을 우리 집 남자가 당당하게 웃으며 주워왔다.


'오빠 강남 사람들이 외면한 미분양 단지는 가망성 없지 않아?'

'오빠 우리 형편에 반포는 무리야. 돈도 없고'

'오빠 나 여기서 애들 기죽이며 바닥으로 살고 싶지 않아'

'오빠 삼호가든 사거리는 차가 너무 막혀'

'오빠 동간 간격이 너무 답답하지 않아?'

'오빠 여기 발코니 삭제 단지라 작게 나왔대'

'오빠 여기는 오리지널 반포는 아니지 않나'

'오빠 내 취향은 여기보다 구 반포, 잠원이야'


반포라는 지역에 대한 욕심에 살짝 흔들리기는 했다. 그 지역에 살아본 주변 친구들에게도 물어보고 커뮤니티에 의견도 구했다. 하나같이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었다. 내게도 '15'라는 숫자는 너무 부담이었다.


'포기하자'

'우리는 안돼'

'아직 아니야'

'욕심내면 가랑이 찢어져'


그렇게 우리는 500만 원을 돌려주고 계약을 파기했다. 미련도 없었다.


그리고 3년이 흐른 지금!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34평 네이버 시세.  분양가=우리가 포기한 그 가격보다 무려 6-7억이 올랐다.................................(아뒷골)


2018년 기준 다시 정의한다.

신축은 무조건 옳았다. 강남 신축은 더 옳았다. 중도금 무이자는 더 완벽했다. 미분양은 줍줍 해야 했다.


'오빠 강남 사람들이 외면한 미분양 단지는 가망성 없지 않아?' -> '오빠 미안해'

'오빠 우리 형편에 반포는 무리야. 돈도 없고'-> '오빠 미안해. 이젠 영원히 반포는 무리야'

'오빠 나 여기서 애들 기죽이며 바닥으로 살고 싶지 않아' -> '전세 돌리면 되는 거였는데 너무 멀리 고민했다'

'오빠 삼호가든 사거리는 차가 너무 막혀' -> '잠실도 막혀'

'오빠 동간 간격이 너무 답답하지 않아?' -> '신축은 다 그렇다'

'오빠 여기 발코니 삭제 단지라 작게 나왔대' -> '입지가 깡패인데 그게 뭔 상관이니'

'오빠 여기는 오리지널 반포는 아니지 않나'-> '여기가 반포가 아니면 어디가 반포니, 그 기준이면 팍도 잠실이 아니다'

'오빠 내 취향은 여기보다 구 반포, 잠원이야'-> '시장은 내 취향 따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빠 미안해!

그렇게 반포는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갔다.




사례 3) 굳이 내가 이렇게까지 고생해야 되나.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 사례.


2015년. 우리 집 아버지가 개포 조합원이 되었다. 집안사람 누군가 개포를 선점하고 나니 개포에 대해 지식이 생겼다. 강남구에 생기는 대규모 신축 단지라더라. 자연친화적인 곳이라더라. 부동산에서는 찬양 일색이었다.

 

바닥을 다지고 반등을 시작한 시기라 '속도 빠른 재건축' 중심으로 자산가들의 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소형평수가 많았던 개포주공 1-4단지는 자산가들에게 증여의 수단으로 적합했다. 6-7억짜리 물건을 당시 기준으로 가능했던 주택담보대출 70%를 끼면 1-2억으로 접근 가능한 물건이었다. 대담하지 못했던 나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풀(70%)로 받아 집을 산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개포의 매력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기도 했다. 반포나 잠실처럼 편의시설이 훌륭한 곳도 아니고 목동이나 대치처럼 학군이 자리 잡힌 지역도 아니었다. 대모산 밑 & 양재천 너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강남구의 외진 동네.


그 시절 남편 친구는 과감한 실행을 했다. ‘주택담보대출 70%’를 끌어 ‘개포주공’을 사고, ‘지방발령’을 내고 내려간 것이다. 정말 ‘영끌모' 투자였다. 개인적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렇게까지 해서 강남에 살고 싶은 건가?

(이제와 생각해 보니, 우리도 첫사랑을 지방발령 내고 전세 + 대출 이빠이로 구매했으니 그들과 다를게 뭔가?)

 

우리 집 남자도 친구 따라 강남 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것 같았다. 외곽 동네로 빠져 월세 살며 대출 많이 받아 개포를 사자고 노래를 불렀다. 이때 나의 쫄보 태클 본능이 빛을 발했다.


‘오빠 우리 형편에 풀 대출은 무리야’

‘오빠 우리 주말 부부에서 다시 합친 지 1년도 안됐어. 제발 편하게 살자’

‘오빠 개포는 편의 시설이 없어. 너무 심심할 것 같아’

‘오빠 개포는 노년층을 위한 주거지야. 우리 라이프사이클에 맞지 않아’

‘오빠 양재천 너머는 강남도 아니래’


그렇게 개포는 떠나갔다.

양지 할머니도 더 이상 우리를 찾지 않았다.

2015년이 지나고 개포는 더 강력하게 뛰었다.

2016년에도 2017년에도 우리는 같은 고민을 했지만 현재의 주거 질을 낮추면서까지 개포를 잡는 그 결단을 하지 못했다. 가격은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안녕!

  

그 시절 지방으로 내려갔던 우리 남편 친구는 어느덧 지방 생활을 마치고 올라왔고 그가 투자했던 아파트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매매가는 구매가의 2배가 되었고 그가 받았던 영끌모 대출보다 더 많이 올랐다.


생각해 보니, 남편 친구의 투자가 옳았다.

우리의 첫사랑(투자)도 그랬다. 총알은 부족했고, 이상은 높았고, 월급쟁이가 모을 수 있는 현실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남편은 발령을 내서 지방으로 갔고, 나는 아이와 함께 친정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2년 떨어져 살면서 정말 악착같이 모았던 것 같다.


우리는 두 번째 선택에서, 처음과 같은 결단력을 보여줄 용기가 나지 않았고 현실에 안주했다.


‘오빠 우리 형편에 풀 대출은 무리야’ -> ‘스스로의 경제력을 믿고 레버리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했다면 돈을 더 벌 수가 있었다'

‘오빠 우리 주말 부부에서 다시 합친 지 1년도 안됐어. 제발 편하게 살자’ -> ‘아이 어릴 때 잠시 외곽으로 벗어나며, 좋은 곳을 선점해도 되는 것이었다. ㅉㅉ 그놈의 간지 없는 가오 따지다 실리를 놓쳤다'

‘오빠 개포는 편의 시설이 없어. 너무 심심할 것 같아’ -> ‘편의 시설 없음 = 공부하기 좋은 환경, 숲세권'

‘오빠 개포는 노년층을 위한 주거지야. 우리 라이프사이클에 맞지 않아’ -> '대규모 물량, 저렴한 비용 대비 신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남 키즈들에게 증여 수단으로 작용'

‘오빠 양재천 너머는 강남도 아니래’ -> ‘그 기준이면 탄천도 넘지 말랬다’


개포도 안녕이다.



 

누구나 투자에서 후회와 아쉬움은 남는다.

이번과 같은 상승장에서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상처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부모님을 통해 어깨너머로 배운 십 년 이상의 시간들과, 최근(2013년 이후) 사이클을 통해 느낀 건 '가격 결정'에 있어 '개인적 취향'은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건을 보는 꼼꼼함과 시장에 대한 까다로운 시각이 큰돈을 벌 기회를 놓치기도 하며, 개별 단지의 미시적인 단점보다 지역에 대한 거시적인 장점을 보는 것이 더 큰 수익을 거두기도 한다.


개포 8단지 분양으로, 모 커뮤니티가 진흙탕이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용적률-건폐율이 안 좋다더라. 층간 소음이 심하다더라. 컨소시엄이고 조합원이 없어 작정하고 호갱님 찾는다더라. 각종 카더라가 난무했다.

일부는 팩트였지만...

중요한 사실은 '입지 좋은 강남권 신축'은 늘 부족했고, 무려 나라가 규제를 걸어주며 '할인 적용'까지 해 주었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투자는 큰 그림만 보면 된다.


몇 번의 기회를 놓치며 얻은 교훈, 요약으로 마무리한다.


1. 모든 투자에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의지 있는 결단과 빠른 실행도 능력이다.

2. 현실보다 더 큰 이상을 얻기 위해 누구나 포기해야 할 것이 있다.

3. 대출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가용 가능한 범위의 빚은 타이트한 생활 습관을 잡아 준다.

4. 때로는 기다려야 한다. 참아보자.

5. 분양은 무조건 기회다. 감사한 마음으로 끝까지 버티자.

6. 내가 가진 지역 외에 다양한 지역에 관심을 두자.

7. 서열은 인정하자. 간격이 좁혀졌을 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 지역이 좋아진 게 아니라 갈아탈 때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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