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
애달프게도 나는 조금씩 무뎌져
너 떠난 자리
아니 그 언저리만 가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는데
그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죄스러워 고개 숙였는데
우습게도 잠은 오고 배는 고프더라
너 몫까지 열심히 살아달라는
어머니 말이 아직 생생해
나는 그런다고 그랬는데
되돌아보니 아닌 것 같아
나는 누가 손가락질할까 무서워서
옳은 게 옳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야
부딪히고 싸우기 싫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침묵하는 사람이야
당장 눈앞에 닥친 내 일이 급해서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넘겨버리는 그저 그런 사람이야
나는 그런 어른이 되어버렸어
친구야
세상은 그대로인 것 같아
우리가 스무 살이던 그때와
수많은 꽃들이 이유 없이 져버렸는데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기억하고
이렇게 가끔 글을 쓰는 것뿐
그래서 미안해
나는 언제쯤 멀쩡한 어른이 될까
언제쯤 어머니의 말씀대로
열심히 살게 될까
너를
그리고 모두를 다시 만나면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따라 스산한 바람이 분다
온종일 비가 내리고 있어
나는 단지 바랄 뿐이야
빗물이 아픔도 슬픔도 모두 씻겨주었으면
그동안의 내 허물도 다 흘러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