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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시소 Nov 13. 2015

4월 16일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

애달프게도 나는 조금씩 무뎌져

너 떠난 자리

아니 그 언저리만 가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는데

그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죄스러워 고개 숙였는데

우습게도 잠은 오고 배는 고프더라


너 몫까지 열심히 살아달라는

어머니 말이 아직 생생해

나는 그런다고 그랬는데

되돌아보니 아닌 것 같아


나는 누가 손가락질할까 무서워서

옳은 게 옳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야

부딪히고 싸우기 싫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침묵하는 사람이야

당장 눈앞에 닥친 내 일이 급해서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넘겨버리는 그저 그런 사람이야

나는 그런 어른이 되어버렸어


친구야

세상은 그대로인 것 같아

우리가 스무 살이던 그때와


수많은 꽃들이 이유 없이 져버렸는데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기억하고

이렇게 가끔 글을 쓰는 것뿐

그래서 미안해


나는 언제쯤 멀쩡한 어른이 될까

언제쯤 어머니의 말씀대로

열심히 살게 될까

너를

그리고 모두를 다시 만나면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따라 스산한 바람이 분다

온종일 비가 내리고 있어

나는 단지 바랄 뿐이야

빗물이 아픔도 슬픔도 모두 씻겨주었으면

그동안의 내 허물도 다 흘러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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