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14.

by 최신글

자, 잠깐! 잠깐만! 영희야. 잠시만 그 총을 내려놓고 내 말을 좀 들어봐. 어차피 네 손에 죽을 거라면, 그 전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죽고 싶어.

흥, 좋아. 김태영이. 나는 너처럼 잔인하지는 않으니까. 죽기 전에 유언 정도는 남기게 해줄게. 대신 짧게 끝내.

…… 너도 알다시피, 당시 나는 중학생에 불과했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어른이지. 그건 우리 아버지도 마찬가지야. 아버지는 나이가 많으시지만, 지금이나 예전이나 똑같아. 똑같이 툭하면 성질을 내고,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지. 그 모습은 정말이지, 어른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야. 영희야, 그렇다면 대체 어른이란 건 뭘까? 응? 어른이 된다는 건 뭐지? 나이만 퍼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걸까?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나랑 장난해? 짧게 끝내라니까 무슨 말이 이렇게 길어?

너한테는 미안한데, 아까 내가 말했듯이 이왕 죽을 거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죽어야겠어. 잠깐! 잠깐! 알았어, 알았으니까. 흥분하지 좀 말고 쫌! 아, 그 총도 좀 내려놓고 내 말 좀 잘 들어봐. 너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니까. 영희야, 내 생각에 어른이 된다는 건 말이야,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따른 결과를 짊어진다는 걸 의미한다고 봐. 그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영광이든 책임이든, 상관없이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우리 모두가 마주하는 현재는, 각자 짊어지고 헤쳐나가야 하는 결과야. 인과응보라고나 할까? 네가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것 역시, 나의 선택과 행동에 따른 결과라고도 볼 수 있을 거야.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 말이야. 하지만 영희야, 거짓말은 하지 않을게. 난 죽고 싶지 않아. 영희야, 제발 살려줘. 과거에 저질렀던 나의 잘못은 충분히 알고는 있지만, 난 정말이지 죽고 싶지가 않아. 제발 목숨만 살려줘.

하하하. 뭐야, 김태영이. 혼자 멋있는 척은 다 하더니만 결국은 살려달라는 거니? 너 바보 아니니? 네가 지금 그렇게 살려달라고 말하면, 내가 알겠습니다, 하고 살려줄 것 같아? 응? 작가란 놈들은 다 너처럼 미친놈들뿐이니?

그래, 영희야. 네 말대로 나는 그런 걸지도 몰라. 스스로를 돌이켜 봐도 나는 확실히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닐까?

뭐?

너 역시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이 만든 미궁 속에서 벗어나지를 못해 괴로워하고 있었잖아. 안 그래? 정의를 실현해야 할 국가 시스템이 실패했다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네가 직접 복수를 하겠다고? 그래, 맞아. 네 말이 다 맞아. 그렇기 때문에, 너는 더욱더 살인을 해서는 안 돼.

무슨 헛소리야? 네놈들을 죽여서 이 세상이 정화될 수 있다면, 나는 수백 번이 아니라 수천 번도 더 너희들을 죽일 수 있어.

아니, 네 말은 틀렸어.

뭐라고?

너처럼 정이 많은 사람은, 절대로 살인을 해서는 안 돼. 만일 네가 타인을 죽인다면, 너는 그 괴로움을 견디지 못할 거야.

하, 이번에는 허풍이니? 헛소리랑은 집어쳐. 내가 얼마나 이날을 기다려왔는지 너는 몰라. 나는 수아의 복수를 위해서 내 모든 인생을 바쳐왔어. 복수의 칼날을 가는 마음으로 이십여 년을 버텨왔다고! 네놈 따위가 마음속에 칼을 품고 산다는 게 뭔지나 알아? 지금 그딴 헛소리로 내 마음이 변할 것 같아?

그래! 나는 몰라. 네가 얼마나 고통받았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그걸 참고 견뎌왔는지는 더더욱 모르겠어. 비록 우린 같은 마을에 살았어도, 별로 친하지도 않았고 대화도 없었으니까, 나는 지금까지 네가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어. 우리가 지금 이렇게 나누는 대화도 어쩌면 지금까지 나눴던 대화보다 더 많을지도 몰라. 하지만 오랜 기간 인간을 연구하다 보니까 인간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 수 있어. 알아?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너는 절대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돼. 죽은 지 이십여 년이나 지난 친구의 복수를 하겠다고 자신의 모든 걸 바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사람을 죽여서는 안 돼. 왜냐하면, 너 스스로가 그런 자신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야. 만일 네가 살인을 저지른다면, 너의 그 여린 감정이 너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너의 무의식이 너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거라고. 너처럼 예민한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면, 살인을 했을 때의 기억이 부지불식간에 끊임없이 떠올라서, 당시의 괴로웠던 감정들을 너로하여금 고스란히 갖게 할 거야. 네가 그걸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말이야. 잠깐! 잠깐만! 내 말을 끝까지 들어줘. 제발, 영희야. 부탁이야. 네가 겪어야 할 괴로움은 그걸로 끝이 아니란 말이야. 네가 견뎌야 할 더 큰 저주는! 더 큰 미궁은! 더 큰 운명은! 더 큰 팔자는! 시간이 갈수록 네가 가진 살인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되려 왜곡되고 부풀려져서 더욱 참혹한 기억을 만들어낼 거라는 거야. 그에 따라 네가 느껴야 하는 감정도 더욱더 폭발적으로 변하겠지. 그럴 때마다 너는, 끊임없이 자신을 자책하고 파괴해 나갈 거야. 그래. 기억은 감정을 불러오고, 감정은 왜곡된 기억을 만들어내지. 이 순환 법칙이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하겠지만, 과연 너의 기억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아니야.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 내기를 해도 좋아. 나는 확신하니까. 너는 네 두뇌가 만들어내는 무간지옥의 감옥 속에서 영원히 고통만 받게 될 거야. 그런 네가 경찰은 고사하고, 일상생활조차 가능할 거로 생각하니? 아니야. 그런 삶은, 살아도 산 게 아니게 돼. 그러니까 영희야, 제발 부탁이니까 그만 둬.

크흐윽. 김태영이. 주둥이만 산 미치광이인 줄 알았는데, 그것만은 아닌가 보네? 제법이야. 나를 울릴 줄도 알고. 작가는 역시 작가인 걸까?

뭐?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네 말이 맞아. 나 말이야, 요즘 들어 준수를 죽인 게 자꾸만 떠올라.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데도, 그때의 기억이 문득문득 떠올라. 그럴 때면 나의 감정들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치게 돼.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감정들이 너무나 괴로워서 미쳐버릴 것만 같다고. 사람이 미쳐간다는 게 이런 걸까?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어. 감정이 감정으로만 끝나지는 않더라. 언제부턴가 그런 감정들이 틱장애를 일으키는 것처럼 자꾸만 행동 밖으로 표출되어져. 의식적으로 억누르려고 해도 안 돼. 몸이 먼저 반응해버리니까. 만일 그때 내 손에 권총이라도 들려있었다면, 나는 진즉 죽어버렸을지도 몰라. 나쁜 짓을 저지르면 하늘이 벌을 내린다는 게 이런 걸까? 웃기지? 그토록 죽이고 싶어 했었는데, 죽이고 나면 속이 시원해질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후회나 하고 말이야. 지금 너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까 자꾸만 생각하게 돼. 네가 동창회에 나왔더라면, 준수를 죽이기 전에 너를 만났더라면, 지금의 나는 다른 선택을 내렸을까? 준수가 아니라, 상철이 아니라, 너를 첫 타겟으로 잡았더라면, 나는 살인을 하지 않았을까? 훗, 아니다. 그만하자. 이제 와서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니? 이미 다 끝난 일이야. 나는 살인자야. 어떻게 해도 내 손에 묻은 준수의 피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야. 고통에 일그러졌던 준수의 얼굴은 내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거야. 내가 과거의 저질렀던 행동은 그 시간 속에 영원히 머물러 있게 될거야.

잠깐! 잠깐만, 영희야. 내 말을 좀 더 들어봐. 네가 한 말은 틀렸어. 그렇지 않아! 아직 다 끝난 게 아니야. 아직 너에게는 기회가 남아있어. 언제까지나 살아만 있다면, 기회는 아직 남아있어. 내가 무간지옥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너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야. 그러니까 자신의 죗값을 치르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래서 법이 있는 거고, 교도소가 있는 거잖아. 안 그래? 넌 경찰이니까 나보다 더 잘 알 거 아니야?

바보. 그걸 누가 모른대? 네 말대로 나는 경찰이야. 그러니까 네가 여기에 도착하기 전에 경찰을 불렀다는 것도 알고 있어. 왜? 뭐가 그렇게 놀라워? 흥, 내 머릿속에는 다 보여. 경찰이 어디에서 출동하고,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리고, 그래서 지금은 어디쯤 와있을지. 궁금하지 않니? 내가 왜 아직도 도망치지 않고 여기에 남아있는지. 내가 왜 지금까지 너 같은 미치광이 사이코패스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있는 건지. 응? 그래, 맞아. 나는 너희 둘 다 죽일 거야. 그리고 자살할 거야. 이미 처음부터 그러려고 계획했었어. 미궁이라고? 말 한번 잘했어. 태영아, 나는 이제 더는 미궁 속에서 살 자신이 없어. 너무나도 괴롭거든. 네가 나의 고통을 알 수 있을까? 매 순간 자신의 원한을 풀어달라는 수아의 목소리를 듣는 게 어떤건지 알기나 할까? 그게 얼마나 괴로운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얼마나 슬픈지, 너는 몰라.

아니, 나도 알아. 조금 전에도 수아를 봤으니까. 나 같은 경우에는 원한을 풀어달라기보다는 원한을 갚겠다는 쪽에 더 가깝지만.

거짓말!

진짜야. 나는 그걸 수아가 아닌 내 죄책감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가 알아? 정말로 수아의 영혼일지. 확실한 건, 수아의 일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은 너뿐만이 아니라는 거야. 모든 사람은 각자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사람은 기억을 되돌아보았을 때 인생을 다시 살 게 된다고 하잖아. 사람들이 각자의 인생에서 좋은 기억만 고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해. 물론, 좋은 기억을 만들려는 노력은 중요해. 하지만 현실에서는 노력이 결과를 보장해주지는 않잖아. 자신의 탄생을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자의든, 타의든, 나쁜 기억은 생겨.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너도 수아의 죽음에 고통을 받고 있으니까 살려달라는 거야?

아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인간은 끊임없이 성장과 타락을 반복하니까 나쁜 기억도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앞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거야. 그건 나도 그렇고, 너도 그래. 그러니까 제발 인생을 끝내겠다는 말은 함부로 하지 말이 줘. 힘들수록, 잘못된 길을 갈수록, 서로가 붙잡아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네가 생각하는 이 불완전한 시스템이 그나마 덜 불완전해지지 않을까?

흥, 김태영이. 누가 작가 아니랄까 봐 말은 참 잘하는구나. 미안하지만, 그런 듣기에만 좋은 말은 나에게 통하지 않아. 지금 분명히 말해두지만, 나는 너희 둘을 확실히 죽여버릴 거야. 그리고 나도 죽일 거고.

좋아, 박영희. 그렇게 해. 그렇게 해서 네가 행복하다면, 말리지는 않을게. 나는 너의 행복 추구권에 간섭할 권한이 없으니까. 물론, 만일 네가 내 목숨을 빼앗으려 한다면, 나는 당연히 죽을힘을 다해 나의 행복을 지키려고 노력할 거야. 하지만 지금 나는 그걸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은 기억 속에서 살아가니까, 기억을 되돌리면 인생을 두 번 살 게 되니까, 언제라도 행복한 기억을 새로 만들면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거야. 살아만 있다면! 언제라도 다시 행복한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거야. 네가 새로운 경험을 쌓으려는 노력을 시간이 반드시 도와줄 거라고 믿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불행하다고 해서 인생 전체가 불행해하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줘. 제발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생각하지는 말아줘. 계속해서 행복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노력하는 것! 그게 바로 인간이 각자의 미궁 속에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김태영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정말 본인이 잘하는 줄 아는구나? 네가 한 말을 누가 모를 줄 알아? 그렇게 해보려고 누가 노력을 안 해봤을 줄 알아? 할 수만 있다면, 나도 이 괴로움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알아? 하지만 아무리 새로운 시작을 해보려고 해도 안 된다고. 도저히 수아가 잊혀지지가 않는다고! 네가 한 말은 아마 모두 맞을 거야. 작가인데 어련하시겠어? 하지만 네가 한가지 모르는 게 있어. 사람 사이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는 당사자와 만이 회복될 수 있어. 아무리 새로운 행복을 추구한다 해도, 수아와 관련된 마음의 상처는 수아와 만이 회복될 수 있다고! 크흐윽. 하지만 수아는 이제 이 세상에 없어. 그래서 답답해. 이십여 년이 흘렀어도, 난 아직도 수아만 생각하면 원통하고 분해. 분해서 미쳐버릴 것 같다고! 그러니까 네놈들을 갈기갈기 찢어발겨서 죽이려는 거야. 그렇게 해야만! 수아가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나도 마음 편히 수아 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다고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우리를 모두 죽인다고해서 누구의 마음도 풀리지 않는다고! 영희야, 그러지 말고 차라리 수아에게 편지를 써 봐. 네 마음을 있는 그대로 편지에 적어보는 거야. 수아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원통해서 미쳐버릴 것만 같다고! 네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모두 적어 보는 거야. 어때? 응? 물론, 수아는 네 편지를 읽지 못할거야. 하지만, 그건 사실 상관은 없어. 편지를 쓰면서 정리된 네 이성이 소용돌이치던 너의 감정을 잠잠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네가 직접 쓴 글자가 너의 마음을 위로해 줄 테니까.

알겠어, 태영아. 네 말은 충분히 잘 알겠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자. 그만 말하자. 더이상 말해봤자 서로의 입장만 구차해진다고 생각들지 않니? 수아가 죽었을 때, 경찰은 자살이라고 말했었어.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했었지. 하지만 난 아니었어. 나 혼자만 절대 자살이 아니라고 말했었어. 왜 그랬을까? 응? 어떠한 증거도, 아무런 증인도 없었는데. 나는 왜 수아가 절대로 자살했을 리 없다고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을까? 너는 그것도 알고 있었을까? 태영아, 나는 매년 수아가 잠들어있는 봉안당에 찾아가. 그럴 때면 늘 손수 적은 편지를 놓고 오지. 편지를 쓰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그래, 맞아. 네 말대로 편지를 쓰면 감정은 가라앉아. 생각은 정리되고 괴로움은 해소되지. 하지만 아무리 편지를 써봐도, 아무리 마음이 편해지려고 노력을 해봐도!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았어. 어떠한 방법으로도 허전한 내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다고! 후, 드디어 수아를 만나러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나도 모르게 감상적이 되어버렸네.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해버렸어. 어쨌든, 이렇게라도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친구야. 이제는 네가 말했던 대로, 너 자신이 과거에 뿌려놓았던 씨앗을 다시 거둘 차례야. 너는 이해하지? 너도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괴로움을 떨쳐냈었잖아. 그러니까 너는, 너만은, 나를 이해 줄 거지?

그래, 영희야. 나는 이해해. 전부 다 이해해. 누구보다도 그 괴로움을, 그 고통을, 너무나도 잘 아니까. 하지만 영희야, 지금의 너의 행동 또한 언젠가는 다시 네게 인과응보로 되돌아올 거야. 그건 알고 있니?

그래, 나도 알아. 나도 곧 너희들을 뒤따라갈 거니까.

그래? 그럼 네 뒤를 봐.

아아아악―!

탕! 탕! 탕! 탕! 탕!


천둥소리 같은 총성이 울렸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상철이 영희의 권총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나는 상철을 도와 영희를 제압했다.

아파트 밖에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영희는 오늘 일을 포함해 준수를 죽인 사실 또한 모두 인정했다.

수아의 사건과 관련해서는 당시 우리 나이가 미성년이었다는 점,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사건 자체가 말소되었다는 점, 등 여러 이유로 흐지부지되었다. 나와 상철은 참고인 조사만 받고 풀려났다.

만일 경찰의 재조사가 있었다면, 우리는 모든 사실을 인정했을까?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법의 심판을 온전히 받으려고 했을까?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검찰의 구형을 모두 인정했을까?

생존에 대한 욕망을 억누르고, 정의를 위해 손해를 감수했을까?

정의란 도대체 무엇일까?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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