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

by 최신글

며칠 뒤.

드디어 집 정리를 모두 마쳤다.

모든 감정을 털어버린 듯 마음이 홀가분했다.

이제 마지막 하나 남은 일을 끝내야만 했다.

나는 전화기를 들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인터넷에서 보고 연락을 드렸는데요. 혹시 석면 슬레이트 지붕 철거하는 업체가 맞나요?

네, 맞아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저희 집에 있는 지붕을 좀 철거하고 싶은데요. 네, 석면이요. 아, 그런데 혹시, 철거를 다 하고 나서 새 지붕으로도 갈아주실 수 있나요? 아, 아뇨. 지붕 전체를 바꾸려고 하는 데요.

네, 원하시면 다 해드릴 수 있어요. 금액은, 일단 현장을 좀 봐야 알 것 같은데요. 현재 지붕 상태가 어떠한지를 좀 봐야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선생님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여보세요? 선생님, 말씀하세요―.

…… 혹시, 상철이?

네, 그런데요? 누구…… 아, 혹시 태영이?

야, 그래! 맞아, 나 태영이야! 곽상철이 친구 김태영! 와하하. 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네가 전화를 받냐? 응? 오, 그래? 아버지가 하시던 거를 네가 이어받아서 한다고? 회사는 어쩌고? 오, 그래? 야, 아무튼 잘했다. 잘했어. 그럼, 당연하지. 나도 네가 전화를 받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는걸. 아니 뭐야 그럼, 앞으로는 곽 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 와하하. 오, 가게를 읍내로 옮길거라고? 그럼 앞으로 자주 볼 수 있겠는데? 나? 서울? 글쎄, 할 일 없는 백수가 어디서 뭘 못하겠냐? 안 그래? 하하. 그게 아니고, 당분간은 고향 집에서 좀 지내보려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생겼거든. 얌마, 지금 대작가님 앞에서 말이 그게 뭐냐? 응? 야야, 조금만 기다려봐. 지금 대작이 하나 나오려고 하니까. 그렇다니까? 이번 작품만 나오면 아주 대박 날 거라고. 그래~! 그러니까 너도 나중에 후회하지나 말고 나한테 미리미리 잘 좀 보여놔. 하하하. 언제 출판하냐고? 글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하. 아무튼, 세상일 정말 모르겠다. 응? 갑자기 무슨 말이긴, 글자 그대로 하는 말이지. 상철아, 세상일 말이야, 정말 모르겠다. 그치? 하하.


여전히 나는 미궁 속에서 헤매고 있건만,

어째서인지 나의 마음속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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