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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숲 Jan 24. 2018

인턴십의 교훈: '탈조선'

대한민국 청년이 탈조선을 결심하게 되기까지

아래의 이야기는 뷰티 스타트업과 PR 회사에서 인턴십을 경험한 대한민국 청년을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두 곳에서 인턴십을 했는데 두 군데에서 다 부당한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인턴십에서 모두 부당한 일을 경험하고 나니까 한국 회사에서 일하는 것 자체에 회의감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지금은 해외 인턴십, 해외 취업 쪽으로 진로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인턴십을 했던 곳은 학교 선배가 창업한 뷰티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이곳의 사장님을 동아리를 통해서 우연히 알게 되었고, 저를 좋게 봐주신 사장님이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인턴으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동아리나 학과 내에서 선배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제안을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하지만 시작과 달리 끝은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친구들과 인턴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중소기업에서 인턴 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친구들 말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인턴을 고용하면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니까 정직원 안 뽑고 대신 인턴을 뽑아서 인력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까 중소기업 인턴들은 월급은 적은데 할 일은 너무 많아서 힘들어한다고 한다고도 들었습니다. 두 번째 회사에서 인턴십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 이야기가 친구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인턴 월급 아껴 부자되시렵니까    


  우선 이 스타트업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써주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근로계약서는 반드시 써야 하는 것’이라고 확실히 알고 있지만, 제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경험이 없고 어려서 근로계약서를 안 써주는 것에 대해 별다른 의심을 품지 못했습니다. 지금 같으면 회사에 처음 간 날 근로계약서 안 써주겠다고 하면 바로 ‘저는 일 못 합니다’라고 말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나왔을 겁니다. 근로계약서는 당연히 써줘야 하는 것인데 못 써주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느낌이 안 좋지 않나요? 그 때 당시에 근로계약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조금만 있었어도 이 회사는 이상한 곳이라는 걸 금세 알아챌 수 있었을 텐데 그 때는 왜 그렇게 아무 것도 몰랐는지 후회가 됩니다.

 

  스타트업처럼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근로계약서를 안 써주고 대부분 구두로 계약을 한다고 합니다. 저 역시 사장님으로부터 구두로 근무 조건, 월급 등과 같은 기본적인 근로 조건을 고지 받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근무 내용이 사장님한테 이야기 들었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우선, 처음에는 무급으로 일을 시작하지만 회사가 투자를 받으면 주지 못한 월급까지 다 계산해서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장님이 이야기하시길, 회사가 지금 다음 카카오처럼 유명한 업체로부터 투자를 받게 될 직전에 와 있다고 했습니다. 투자 막바지 단계라고 하니까 머지않아 월급을 받을 수 있을 줄 알고 무급 인턴을 수락했습니다. 


  그런데 일한지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회사가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한 채 일을 했습니다. 일한지 두 달 반 정도 되었을 때 왜 회사가 여태껏 투자를 받지 못했는지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사장님과 함께 투자 전문가 분을 만나 미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투자 전문가 분이 회사의 투자 진행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물어보니까 사장님이 ‘투자 받으려는 노력은 안하고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더 자세히 알아보니까 제가 입사할 때에도 회사는 투자를 받으려는 노력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고 앞으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던 겁니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저한테 곧 투자를 받을 것이라는 거짓말을 해서 무급 인턴으로 써 먹은 겁니다. 투자 상담이 끝나고 이게 무슨 말이냐고 사장님께 물었더니 ‘아 몰랐어? 우리 설립자들끼리는 그렇게 하는 걸로 이야기 다 끝냈는데’ 이 말 한 마디만 하고 더 이상의 설명을 해주려들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저한테 그동안 솔직히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도 안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나서 ‘나는 머지않아 돈을 받을 수 있을 줄 알고 인턴직을 수락한 것이다. 내 계약기간이 끝날 때 지금까지 지급되지 않은 월급 다 정산해주길 바란다.’ 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사장님이 우리는 유급 인턴이라고 이야기한 적 단 한 번도 없는데 무슨 황당한 소리를 하냐고 그러는 겁니다. 끝까지 월급 못 주겠다고 해도 고용 노동청에 신고를 하던지 해서 돈을 받아냈어야 하는데 그 때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 때는 이런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전혀 몰랐고, 이런 일을 겪는 것이 다 저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회사를 잘 알아보고 들어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이상한 회사에 들어가서 이런 사단이 생겼다고 본거죠. 


  퇴사한 뒤에 회사에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달라고 요청했더니 ‘네가 그렇게 예의 없이 나갔는데 어떻게 증명서를 떼 주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장님이 하는 말이 ‘다른 사람들은 다 계약 끝나서 나갈 때 나한테 다 고맙다고 했고 배운 것도 많았다고 했는데, 너는 불만만 늘어놓고 떠났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장님 기준에서는 제가 월급 달라고 한 것이 버릇없는 행동이었나 봅니다.  




사장님 어디 계시나요    


  처음 계약할 때에는 일주일에 두 번 나와서 11시부터 3시까지, 4시간 정도만 일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주에 3-4번 이상 나와야 했고, 근무 시간도 한 번도 4시간이 지켜진 적이 없습니다. 이 스타트업의 모든 직원들이 모두 학생이다 보니까 수업도 들어야 해서 회사 일에만 전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일할 당시에는 저만 유일하게 휴학을 해서 사무실에 오래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장님도 회사에 잘 안 나오고 하니까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사무실에 나가야만 했고, 거의 사업에 필요한 모든 일들을 제가 다 도맡아서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을 4시간 안에 끝내도 사장님한테 보고를 해야 집에 가는데, 사장님이 회사에 잘 안 나오니까 사장님이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빨리 가야하니 회사에 잠깐 와달라고 연락을 해도 사장님은 8시쯤에야 출근하고는 했습니다. 그럼 저는 3시에 일이 끝났어도 8시까지 사장님 기다렸다가 보고한 후에 9시나 되어서야 퇴근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생활이 일상화되어 있었지만 사장님은 근무 시간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장이 어떻게 회사에 안 나올 수가 있는지 이해 못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저도 지금까지 사장님이 이해가 안 되는데 어떻게 다른 분들이 이해를 할 수가 있을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기가 만든 회사에 대한 책임감이 정말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회사에 꼭 나와야 할 일이 있어도 안 나오기 일쑤라 제가 사장님 어머님한테까지 전화해서 사장님 어디계시냐고, 빨리 나오라고 말씀 드려달라고 부탁한 적도 자주 있었습니다. 아프다고 핑계를 대면서 저한테 사장이 해야 할 일까지 미루는 경우도 많이 있었고요. 사장님이 이렇게 책임감이 없으니 사업이 잘 될 리가 없죠. 결국 올해 상반기에 폐업했다고 들었습니다.       






불법인 줄 알면 야근시키지 마세요

   

  두 번째 회사에서는 2개 부서의 일을 모두 하느라 야근을 자주 해야 했습니다. 원래는 제가 한 부서에만 소속되어 있었는데, 다른 부서에서도 제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면서 일을 시켰습니다. 두 부서에서 일을 동시에 시키니까 업무량도 두 배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면서 일을 시켰더라면 일을 좀 더 빨리 끝낼 수 있었을 텐데 다 네가 알아서하는 식이어서 도무지 제시간에 일을 끝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정시에 퇴근하기에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곳에서 일할 당시만 해도 노동법규 상으로 인턴에게 야근을 시키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이 말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불법 행위를 저질러서 좋을 일은 없으니까 인턴들은 웬만하면 야근 안 시키는 분위기였습니다. 제 사수 분은 그런 분위기를 싹 무시하고 야근을 자주 시켰습니다. 이 사실이 회사에 들통 나는 건 걱정됐는지 제가 중앙 시스템에 업무 보고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그 회사는 매일 중앙 시스템에 업무 보고 하는 것이 의무였습니다. 중앙 시스템에 업무 보고를 하면 자연스럽게 출퇴근시간, 야근 여부 같은 것들이 기록이 되죠. 제가 중앙시스템에 보고를 하면 야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니까 보고를 못하게 막은 겁니다. 야근은 계속 하고 있는데 야근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이 상황이 웃기면서도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계약 만료 한 달 전쯤에 팀장님과 아무런 상의 없이 그 때까지 밀렸던 업무 보고를 중앙시스템에 다 올려버렸습니다. 팀장님이 그 사실을 알고는 저를 방으로 따로 불러서 굉장히 혼내셨죠. 어쨌든 그 일을 계기로 회사 내에 인턴인 제가 야근을 많이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고 업무 환경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그 사수 분께 앞으로 인턴에게 야근시키지 말라는 경고를 해서 남은 계약 기간 동안은 정시에 퇴근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업무 환경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 야근했던 것에 대한 수당은 하나도 받지 못했습니다. 야근을 하면 당연히 야근 수당을 지급받아야 하는 것인데, 당연한 일에 대해 요구를 해야만 하고, 요구를 하더라도 끝내 야근 수당을 주지 않는 몇몇의 회사들을 겪으며 완전히 한국사회에 대한 희망을 잃었습니다. 저는 곧 한국을 떠날겁니다. 당연한 일에 대해서는 요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식이 통하는 그런 사회로 곧 떠나고야 말겁니다.


작가의 말 : 기업에서 실제로 인턴들을 관리하고 계시는 실무자 분, HR 담당자 분 등 기업의 관점에서, 혹은 본인의 관점에서 '인턴제도'에 대해 말씀을 나눠주실 분을 찾습니다. 갖고 계신 생각을 공유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인턴제도에 대한 의견을 공유해주실 분은 subinne@naver.com 으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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