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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수 Oct 01. 2021

기증자와 보호자 그 사이 어딘가.

기쁘면서 언짢은 알 수 없는 기분.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았습니다!”

누군가의 기증자가 된다는 것은 그들의 희망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전해듣는 순간 환자와 보호자는 ‘드디어 끝나겠구나.’하고 안도하게 된다.


나는 기증자와 보호자 그 사이 어딘가였다. 보호자인 엄마는 다른 환자들 보호자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나에게 넌지시 이야기한다.

‘결혼한 동생이 기증해주기로 했는데 와이프가 반대해서 기증 못하겠다고 했대.’, ‘해외에서 기증자를 찾았는데 취소됐대.’, ‘기관 통해서 찾았는데 수술 직전에 취소했대.’, ‘기증해줄테니까 돈 달라는 사람도 있다더라.’

기증 받았다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기증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들 뿐이다. 그리고 내가 기증자여서 다행이라며 간신히 들을 수 있을만큼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남들이 말하는 내가 기증자가 되어 다행인 이유.

1. 나이대가 비슷하다.

2. 젊다.

3. 건강하다.

4. 미혼이기 때문에 남편의 동의가 필요 없다.

5. 100% 일치한다.

6. 도망가지 않을거다.


하나하나 다 맞는 이유이고 보호자인 나에게 정말 기쁜 이야기이다. 하지만 기증자인 나에겐 살짝 부담스런 이유들이다. 특히 도망가지 않으리란 확신.

‘그냥 기증해주는건데 환자보다 힘들겠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왜 다들 당연시 생각하는걸까?’하는 섭섭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섭섭한 마음에 홧김에 ‘확 비행기 타고 도망가버린다!’ 라고 말해봤다. 농담이라는걸 알면서도 엄마의 눈빛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엄마는 재빨리 나의 눈을 피한다. 섭섭함이 배가 되어 돌아왔다.


저녁식사 시간이 지나고 엄마가 집에 갔다. 동생이 누워있는 침대 옆 보호자용 간이침대에 이불을 펴고 누웠다. 창가쪽 자리라 누우니 하늘이 한눈에 들어온다. 깜깜하다. 밤이 되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꽤나 답답하다. 동생, 환자들이 밤마다 볼 풍경이다. 동생은 잠들었는지 미동도 없다. 배 위에 노트북을 얹어놓고 평소 좋아하던 예능 프로그램을 본다.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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