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다는 것
나는 인스타그램을 한다. 하긴 요즘엔 안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심지어 우리 아버지도 아이디는 있으니.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나의 피드엔 나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은 하나도 없다. 오로지 내가 취미로 하고 있는 사진만 올릴 뿐이다. 그런 인스타그램을 가지면 아주 자주 모르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받게 된다.
"어떤 카메라를 사용했나요?" "보정하는 방법 좀 공유해주세요." "사진 찍은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가요?"를 시작으로 "내가 곧 한국에 가는데 만나자." "내가 서울에 가면 내 사진 좀 찍어줄 수 있어?" "나 한국인 친구 없는데 나랑 친구 할래?". 뭐 이 정도까지는 신사적이다.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며 작업을 거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처음 이런 메시지를 받았을 땐(수작 거는 메시지엔 조롱을), '우와, 내 사진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너무 신기하다!'라는 생각으로 친절하게 정보를 다 알려줬다. 이 정보로 카메라를 사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나처럼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내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찾아낸 장소에 가서 구도는 물론이거니와 색감까지 똑같이 따라 해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가. 그런 일을 겪은 후 나는 어디서 찍었는지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않는다.
헌데 이건 나만 겪는 일은 아니다. 내가 즐겨보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몇몇 있다. 한 분의 계정을 보며, '와-이 사진 정말 잘 찍었다. 장소가 사진빨 제대로 받았네!'라고 생각하며 감상을 했다. 그 후 며칠이 지나고, 내 인스타그램 피드는 내가 감탄하며 봤던 그 사진과 똑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로 도배되었다. 그래, 따져보면 길거리는 모두의 공간이고, 모두가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게다가 그분은 사진 찍는 사람들한테는 꽤나 유명한 사람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룰이다. 똑같은 장소에 가서 그 사람이 가진 색감이며 구도를 똑같이 따라 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취미와 마찬가지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친목도모를 한다(난 그 세계를 잘 모른다. 이것도 나중에 꼭 글로 쓸 것이다). 그러면서 정보공유는 할 테지만 난 점점 비스무레해지는 사람들의 피드가 가끔은 아이러니하다. 영감을 받는 것과 표절을 하는 것의 아주 미세한 차이가 이런 것일까.
드디어 어제 잊지 못할 최악의 메시지를 받았다.
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허락 없이 유포한다(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진을 공유해도 괜찮겠느냐고 먼저 허락을 구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걸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지 않는다. 소셜미디어라는 곳에 사진을 올렸다는 건 이미 사람들과 공유할 각오를 했다는 것이고, 그들은 이제 마음껏 공유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곤 그들은 말한다.
"미안해. 난 너를 태그 했고, 여기 이렇게 너의 계정을 적어서 괜찮은 줄 알았어." 이런 경우는 흔하기 때문에 그냥 좋게 넘어간다. 처음부터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사진을 좋아해 줘서 너무 고맙다. 다만 모든 사진들은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든 것들인데,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알고 있고 싶다.
그런데 어제 내 사진을 이용한 사람은 허락을 구하지 않았을뿐더러, 내 사진을 변형시키기까지 했다. 그래서 연락을 했더니 온 답변.
'난 게시물에 너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적었어. 게다가 이걸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깐 난 법적으로 문제가 될게 하나도 없는데 뭐 문제 있어?'
이 답변을 받고 화가 치밀어 욕이 입 밖으로 나오기 직전이었다. 사과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이런 답변은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대화가 불가능할 거란 것을 깨닫고 나는 '아, 그래. 근데 기분은 좋지만은 않네. 내 하루 이미 별로지만, 너는 좋은 하루 보내렴.'으로 대화를 끝냈다.
이 짓을 그만하자 생각한 게 수십 번이다. 내 취미를 방해하는 건 나의 귀찮음도 아니고 내 사진을 공유해주는 사람들도 아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말 한마디들이다. 분명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그런 식으로 찾아오는 아이러니함. 그 후부터 난 늘 생각한다. 꼭 유명해져야지. 사진만 봐도 내 사진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때까지. 아, 그럼 이번 생은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