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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수 Sep 25. 2020

어디까지 괜찮은걸까?

우리들의 사적인 대화


가장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H와 그녀를 통해서 만난 또 다른 친구. 이를 F라고 하자. 우리는 모두가 다 다른 국적을 가졌으며 인종 또한 다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우리의 연애 경험은 모두 다르다. 우린 서로 이야기를 하며 누가 더 나쁘다, 라고 순위 매기고 싶어한다. 잘 들어보면 그냥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진 썅년들이다. 하지만 우린 어느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그냥 경험은 경험이고 너는 너란 사람, 나는 나란 사람일 뿐이다. 우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완벽한 친구관계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이들 모두 현재 한국에 살고 있다. 내가 한국에 없는 동안에도 그들은 나 대신 한국살이를 하고 있었다. 이제는 혼자 배달음식이며 쿠팡이며 어려움 없이 주문하며 완벽한 척하며 살아내고 있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은 모두가 연애 중이다. H의 여동생 V를 제외하곤 말이다. 늘상 네가 연애할 줄은 몰랐다며 서로를 놀려댄다. 하긴 우린 우리의 과거는 물론 우리의 연애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니깐. 서로의 남자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한참 대화를 하다가 대답을 하기 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이정도 수위까지 말해도 괜찮을까? 그들과 대화를 할 때면 늘상 드는 생각이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수위까지 친구들과 공유를 해도 되는걸까? 오직 나만의 사생활이면 상관이 없지만, 내가 만나는 E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선뜻 다 얘기하기엔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주제를 가지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진지한 관계가 아닌 이상 아주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은 없어."

H가 말하는 진지한 관계란 그를 우리들에게 소개해주느냐 아니냐의 문제였다. 데이트 상대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 사람을 면대면으로 만난다면 상상력이 발동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난 그녀의 의견에 맞장구를 쳤다. 나또한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과 침대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고 싶지 않다. 나와 H가 함께 속해있는 만남은 언제나 19금 농담으로 시작해 19금 농담으로 끝난다. 우리가 지금껏 만나왔던 남자들에 대해서 말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늘 자연스럽게 시작되고 우리 모두 재미있게 즐긴다. 하지만 우린 절대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들에 대해선 건드리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우리가 다시는 만나지 않아도 될 사람들에 대해 말이다. 연애 혹은 섹스에 대한 이야기는 왜 질리지가 않는 것인가. 아마 이것도 인간의 본능이 아니겠는가.


E(나의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그의 성격에 당연 안할거라 확신 했지만 궁금증에 물어봤다.

"너는 친구들한테 우리의 사적인 이야기를 해?"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런걸 왜 다른 사람과 공유하냐고 나에게 따져 물었다. 아주 좋은 자세요. 너 합격. 그리곤 그가 바로 반문했다. 내가 어버버 말을 뭉개자 그는 확신했다. 내가 다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을. 뭐 어디까진 사실이니 아주 약간이라 말했다. 물론 믿지 못하는 눈치.

"우리의 관계는 우리의 신뢰지 그 어떠한 누구도 대신해줄 순 없는거야. 절대 남의 말에 휘둘리면 안되는 관계지."

가끔은 너무 선비스러운 말에 얘 뭐야, 싶을 때도 있지만 늘 맞는 말이다. 알겠다고 대답한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게임을 하며 친구들과 통화하는 것을 옆에서 듣게 됐다. 우리 관계에 대한 질문은

"Soo는 잘지내지?"

그리곤 다시 열심히 게임 이야기며 놀러 갔다온 이야기를 한다. 그래 친구는 끼리끼리랬지. 생색낼테니 말은 안하겠지만 늘 믿음을 주는 사람이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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