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더 (Tinder): 하이퍼 세분화 시대, 왜 흐름을 선택했는가”
조건을 나누는 시대, 흐름을 선택한 브랜드
요즘 데이팅앱은 정치 성향, 종교, 반려동물, 성격, 취미, MBTI 등 사용자에게 많은 것을 묻는다. 정확한 매칭을 위한 ‘하이퍼 세분화’는 기본값이 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정교하게 나눈 조건표 안에서도 사람과 사람의 연결은 자주 빗나간다.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도 무엇을 원하는 지 모른 채 관계를 찾고, 그런 정의되지 않은 의도는 ‘필터’보다 ‘흐름’ 안에서 더 명확히 드러난다.
틴더는 이 지점을 공략한 브랜드다. 의도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 정체성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설계. 이 브랜드는 정의나 선택이 아닌, 흐름과 반응에 중심을 둔다.
하이퍼 세분화 전략과 그 한계
오늘날 많은 데이팅 앱 브랜드가 하이퍼 세분화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고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한 가지 전제를 필요로 한다. ‘자신의 목적을 알고 있고, 그것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관계라는 영역에서, 데이팅앱을 사용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외로움일 수도, 심심함일 수도, 혹은 여전히 타인에게 선택될 수 있는 존재인지 확인받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이러한 감정은 정확히 말하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필터로 포착되기 어렵다. 하이퍼 세분화는 정밀함은 갖췄지만, 감정에 닿지 못했다. 오히려 그 정밀함이 사용자에게 ‘나를 설명하라’는 무거운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속도와 정확성은 높이지만, 유동적이고 모호한 감정을 다루는 데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틴더는 왜 흐름을 선택했는가
틴더는 사용자에게 ‘당신은 누구인가’를 묻지 않는다. 정체성이나 관계 목표를 정의하게 하지 않고, 사용자 행동 흐름에 주목한다. 앱을 여는 시간, 머무는 패턴, 스와이프 리듬과 같은 작은 반응들 속에서 감정과 의도를 감지한다.
이 글에서 말하는 틴더의 ‘흐름’은 단순한 UX 동선을 뜻하지 않는다.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 인식되지 않은 목적, 그리고 무의식적 반응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심리적 구조다.
틴더는 이 흐름 위에 세분화 전략을 설계했다. 이는 사용자 스스로 정체성을 정의하거나 목적을 설명하지 않아도, 반응의 흐름에 따라 경험이 자연스럽게 전개되도록 유도한 것이다.
본질을 읽고 설계하는 전략
기술은 진화하고, 환경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그러나 사람의 내면을 움직이는 힘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도 보여지듯, ‘시대가 변해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전략은 변화에 반응하는 기술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본성(Human Nature)을 이해하고, 그 작동 방식에 기반해 설계되는 기획의 프레임이어야 한다.
세분화 전략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분류하는 기술이 아닌, 무엇을 원하는지를 읽고, 그 구조에 맞춰 흐름과 경험을 조율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틴더는 이를 실현한 브랜드다. 사람의 본성을 기준으로 흐름을 설계했고, 그 흐름 위에 브랜드의 본질을 반영해 새로운 방식의 세분화를 정의했다.
분류를 넘어 본성을 이해하는 일
틴더는 퍼스트 무버였고, 초기에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인지도와 사용자 수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용자도 몰랐던 본성에 ‘맞추고’, 그 본성에 인연을 ‘맞춘’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맞춘다’는 건 단순한 취향의 정렬이 아니라, 내면의 본성을 읽고 흐름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같은 단어지만, 쓰이는 방식에 따라 다른 의미가 만들어지듯 세분화 전략도 본질을 기준으로 다시 설계될 수 있다. 사람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두는 전략—그 이해 위에서, 브랜드는 이제 ‘무엇’을 제안할지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