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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치] 서사적 가치 제안

P&G의 ‘Thank you, Mom’ 전략적 배치

by 크리스탈

브랜드가 감정을 자극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진정한 영향력은 감정이 아닌 기억에서 비롯된다. 서사적 가치는 단순한 공감의 감정이 아니라, 소비자 인생 속 ‘한 장면’과 브랜드가 함께 재생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생활용품 브랜드가 선택한 의외의 무대

P&G는 세제, 기저귀, 면도기 등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회사다. 이들이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어필해야 할 시점은 통상 가정의 달과 같은 가족 중심의 타이밍일 것이다. 하지만 P&G는 올림픽을 골랐다. 이유는 분명하다. 전 세계인의 감정과 기억이 동시에 몰입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감동이 아닌 ‘삶의 맥락’

보통의 올림픽 광고는 빠른 컷, 경기의 긴장감, 눈물과 환희로 감정을 압축한다. 그러나 P&G는 경기장을 벗어나 집 안의 장면들로 이동했다. 새벽 주방, 넘어졌을 때 달려온 엄마. ‘Thank you, Mom’ 캠페인은 승리의 주인공이 아닌, 그 뒤에 있던 인물의 시간을 조명했다.


이 캠페인은 제품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삶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나도 저런 순간이 있었지’라는 회상이 일어날 때, 브랜드는 단순한 세제가 아니라 기억의 배경이 된다.


감정을 넘은 ‘삶의 주어’

P&G는 기능으로 차별화가 어려운 생활용품 제품군 속에서 삶의 구조 안에 브랜드를 배치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감동은 강렬하지만 휘발성이 높다. 반면 서사는 반복적으로 회상되는 감정의 맥락이다. 이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삶의 장면과 함께 기억되는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엄마’라는 주체를 서사의 중심에 둔 방식이다. 이는 단지 감정적 공감을 노린 연출이 아니다. P&G 제품의 핵심 구매자는 대부분 ‘엄마’들이며, 이들이 브랜드를 선택하고 일상에 들이는 주체다. 하지만 동시에, ‘엄마’는 누구에게나 각자의 기억과 연결된 보편적 상징이다. 즉, 실구매자에게는 ‘나의 이야기’로, 비구매자에게는 ‘나의 기억’으로 작동하는 이중 구조다. P&G는 이 정서적 범용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또한, 올림픽이라는 글로벌 이벤트에 맞춰 해당 캠페인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수 개인의 극적인 순간이 아닌, 그 뒤에서 묵묵히 뒷받침한 엄마의 시간이 주목받는 서사는 문화와 시장을 초월한다. 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올림픽은, 그러한 공통의 서사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대였다.


Thank you, Mom

‘엄마’는 누구에게나 각자의 장면으로 남아 있는 이름이다. 그 이름을 부르면, 누군가는 새벽 도시락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뒤돌아 걸어가던 뒷모습을 기억한다. P&G는 그 보편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서사를 선택했다.

‘Thank you, Mom’은 단순한 올림픽 캠페인이 아니었다. 브랜드가 기능, 정서, 상징을 넘어 삶의 장면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장면 속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는 언제나 ‘엄마’였다는 사실을 증명한 전략이었다.


브랜드가 설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가치는 감정을 넘어, 기억에 남는 서사다. 그리고 그 기억은 언제나, 설명되지 않고도 마음에 남는 어떤 순간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마지막 가치 제안은, 누구에게나 있었던 그 한사람에게 바친다. Thank you, Mom. 그리고, 누군가의 서사 속에 오래도록 남고 싶은 모든 브랜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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