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주도형 리더십
2025년 6월 4일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 내부 반대, 정통성 부족이라는 세 가지 취약 조건 속에서도 당을 장악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결국 대통령직에 올랐다.
이 글은 그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동조가 아닌, 리더십 설계 작동 구조에 대한 분석이다.
정상적인 조건이 아닌 불완전한 조건 속에서 리더십이 어떻게 작동하고, 공격성은 어떻게 정면 돌파의 장치가 되며, 사법 리스크조차 결속의 프레임으로 전환되는가? 그가 보여준 것은 감정의 리더십이 아니라 감정을 구조화하는 리더십이었다.
나는 그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조직이 정체되어 있을 때 먼저 움직이는 리더의 위치를 이해하지 않고는 리더십을 설계할 수 없다고 믿는다. 따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 구조를 읽어야 한다.
불리한 조건에서도 중심이 되는 리더십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은 ‘완전함’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그는 야당 내 비주류였고, 지역적 편향에 기반했으며, 사법 리스크라는 가장 치명적인 정치적 약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리더십은 언제나 조건의 완전함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중심에 도달했다면, 그 배경에는 설계된 구조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대중성과 메시지 전달력이 아니라, 심리 동원, 감정 설계, 조직 통제 전략이 정교하게 맞물려 작동한 리더십 구조였다.
리스크를 감정적 장악력으로 전환한 구조 설계
사법 리스크는 통상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방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공격받는 위치에 서서 지지층에게 ‘지켜야 할 존재’라는 감정적 책임을 전가하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정치적 불리함은 그의 리더십 구조 안에서 위협 → 몰입 → 결속 → 공격적 진전이라는 서사로 전환되었고, 그로 인해 조직은 오히려 더 빠르게 단일한 중심으로 수렴되었다.
공격성과 감정 구조화가 결합된 리더십 설계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은 흔히 ‘공격적’이라 불린다. 그러나 그의 공격성은 기질이나 우연이 아니라, 정통성 결핍을 상쇄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작동된 장치였다. 그는 기다리지 않는다. 먼저 움직이고, 조직의 리듬을 재편하며, 결정권이 아닌 주도권을 선점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전진은 방어가 아니라, 정면 돌파를 위한 설계의 일부다.
외부의 적을 설정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며, 감정적 동일시를 통해 지지를 ‘선택’이 아닌 ‘귀속’으로 전환 시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을 몰입으로 연결해, 리스크조차 ‘공격받는 리더’라는 내러티브로 감싸는 것. 이 리더십은 소통보다는 정렬을, 설명보다는 분열을 감수한 진입을 선택한다.
그가 설계한 리더십 구조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상황의 불리함이 오히려 구조를 강화시키는 장치로 작동했다는 점이다. 사법 리스크는 일반적으로 리더십을 약화시키는 요인이지만, 그는 그 리스크를 ‘피해자의 서사’로 전환했고, 공격받는 리더를 지지하는 감정적 몰입 구조로 결속을 이끌었다. 리더십은 명분이 아닌 작동의 구조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리스크 상황에서의 장악력은 분석할 가치가 충분하다.
구조 없는 리더십은 작동하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 같은 지역에서 정치에 입문한 김문수 전 지사는 진보 성향의 뿌리를 가진 인물이었지만, 보수 진영에서 오히려 더 큰 정치적 무게를 형성했던 사례다. 그러나 도덕적 진정성은 있었으나, 정치적 갈등을 전선으로 전환하는 능력, 지지층의 감정을 결속 구조로 설계하는 역량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리더십은 도덕적 진심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을 구조화하는 기술이 결여되면 지지 또한 지속되지 않는다.
‘누가 더 옳았는가’가 아니라, ‘누구의 리더십이 작동했는가’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리더십은 의도가 아니라 구조로 증명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비 사례다.
리더로 성장하는 구성원이 반드시 해석해야 할 구조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은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소위 ‘사이다식’ 화법, 협치의 실종, 사법 방탄 논란, 포퓰리즘적 메시지와 독선적 의사결정 등 지속 가능한 신뢰 구조 측면에서 결코 모범적이지 않다. 그러나 나는 그렇기 때문에 이 리더십을 해석하려 한다.
그가 해낸 것이 이상적이었는지 보다, 왜 작동했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구조를 설계하며, 설득으로 리더십을 만들고 싶다. 감정보다 논리를 신뢰하고, 속도보다 균형을 중시한다. 그러나 조직은 언제나 설득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결정이 유예되고, 갈등이 잠복된 순간에는 누군가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비정통의 위치에 선 여성으로서, 권한은 없지만 영향력을 만들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 리더십 구조는 닮고 싶은 대상이 아닐지라도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될 구조적 사례다. 그리고 그 해석은 지금부터 내 방식으로 시작된다.
작동하는 구조 해석과 리더의 선택
리더십은 단일하지 않으며, 정답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작동한 리더십은 비판을 넘어 구조로 읽혀야 하고, 해석을 넘어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리더가 마주해야 할 과제다. 닮을 수는 없지만, 마주해야 할 리더십의 경계선—그것이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그를 해석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