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리더십전략] Why-Driven 실행 리더십

스티브 잡스가 집중한 ‘왜(Why)’와 오늘 우리에게 남은 질문

by 크리스탈

‘왜에서 시작하라’는 말은 이제 너무 유명하다

‘왜에서 시작하라(Start with Why)’는 문장은 이제 조직 생활에서 낯설지 않다. Simon Sinek의 담론,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 모델은 수많은 강의와 책, 워크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누구나 ‘왜(Why)’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이 ‘왜’라는 담론이 신성한 정답처럼 반복될수록 현장의 실무자에게는 점차 부담이 되고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교훈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실전 조직에서 ‘현실의 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스티브 잡스 리더십의 Why—철학이 아닌 구조

스티브 잡스에게 ‘왜’란 단순한 동기부여를 넘어 조직과 브랜드, 제품 경험을 관통하는 중심축이었다. 그는 “왜 이 제품인가?”, “왜 이 고객 경험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했고, 이 물음은 단순한 철학적 명제를 넘어 애플 전사에 내재된 실행 구조의 핵심 원리로 자리잡았다. 잡스는 ‘왜’를 리더 개인의 신념 차원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각 부서와 실무, 디자인, 마케팅 전반에 걸쳐 공유되는 문화와 실행 공통분모로 전환했다.


특히 픽사에서 협업과 창작을 조율하는 스토리텔링 규칙을 체계화했고, 애플에서는 디자인 철학을 조직 내 깊숙이 내재화해 전사적 실행 원칙으로 완성했다. 잡스의 ‘왜’는 조직이 반복해 질문하고 실행으로 답하는 ‘살아 숨 쉬는 경영 인프라’였다.


‘왜(Why)’와 현실의 거리—10년차 직장인의 딜레마

그러나 현실의 10년차 직장인에게 ‘왜’를 묻는 일은 쉽지 않다. 실적과 보고서, 성과 압박이 우선인 조직에서 ‘왜’는 때로 금기어가 되거나 ‘공허한 이상론’으로 폄하된다. 빠른 실행과 수치 방어에 쫓기는 실무자와 중간 관리자들은 ‘왜’ 질문에 방어적 혹은 거부적 태도를 자주 경험한다.


잡스의 ‘왜’가 조직에서 현실로 작동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리더 권한과 체계적 실행 구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적 설계가 있었다. 반면, 현실의 ‘내 자리’는 그 같은 환경이 부족하여, ‘왜’의 질문과 실행 여건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


‘왜(Why)’와 ‘외(外)’ 사이에 서있는 이들

이 자리에 선 사람들은 ‘왜’보다 ‘외곽’에 머무른다. ‘왜’를 설계하는 리더와 그것을 실행하는 실무자 사이에는 명확한 거리와 단절이 존재한다. ‘왜’를 간절히 원하지만 현실은 그들을 ‘외곽’, 즉 영향력 바깥 ‘외연(外延)’에 머무르게 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타인의 왜’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위치와 조건에서 새롭게 정의하고 완성하는 ‘자기만의 왜’라는 사실이다. 질문은 권한이 아닌 태도의 문제이고, ‘왜’는 남의 것이 아닌 지금 이 자리에서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책임져야 할 자기 몫이다.


‘왜’로 다시 생각하기

‘왜’는 단순한 출발점이 아닌 모두를 시험에 들게 하는 화두다. 왜 우리는 여전히 ‘왜’만 이야기 하는가? 왜 ‘왜’를 외면할 수 없을까? 왜 보고서는 늘 ‘왜’ 위에 놓이고, 왜 실적은 ‘왜’보다 더 익숙해졌는가? 리더들은 ‘왜’로 시작하라 가르치지만, 현실은 ‘외(外)’에서 머무르는 법을 알려준다.


‘왜’와 ‘외’는 모음 하나 차이지만, 그 사이엔 깊은 구조와 강이 흐른다. 누군가는 ‘왜’에 침잠하고, 누군가는 ‘외연’에 머문다. ‘외연’은 단순한 공간적 경계를 넘어, 개인과 조직이 직면하는 확장된 문제 영역이다.


한편 누군가는 ‘외침(外吶)’을 낸다. ‘외침’은 문자 그대로 바깥으로 내는 소리이자, 내면의 고민과 질문을 조직과 세상에 불러일으키려는 호소다. 단순한 목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변화와 반향을 일으키려는 의지의 언어다.


이렇게 외연과 외침은 각각 다른 얼굴의 ‘외(外)’이며, 우리는 그 사이에서 계속해서 다양한 ‘왜’를 묻고 부딪히면서 각자의 답을 찾아간다.

왜, 왜, 왜—그 반복 속에서, 때로는 왜(Why)가 단단히 자리 잡지만, 또 어떤 날은 외(外)처럼 허공에 흩어진다.


리더십, 내 자리에서 다시 묻기

리더십이란 타인의 ‘왜’를 관습적으로 수용하거나 현실의 ‘외곽’에 머물며 한탄하는 데 있지 않다. 진정한 리더십은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재설계한 질문으로, 조직의 구조와 일상의 방향, 자기 성장의 궤적을 넓고 깊게 재정렬하는 일이다.


감정적 동기부여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전략 언어로서 자신의 질문을 구체적 구조와 연결하는 힘이 중요하다. 질문을 망설임의 핑계로 삼지 않고, 내 언어로 다시 한번 자신에게 행동하라.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와 지속 가능한 리더십이 단지 질문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그 질문을 실행 가능한 조직 구조로 구체화하고, 나아가 그 구조가 현실에서 성과로 입증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 지점이 바로 스티브 잡스 리더십이 남긴 근본적 교훈이다. 질문은 시스템 안에서만 힘을 갖는다. 결국, 내가 다시 묻는 질문은 ‘구조’와 ‘성과’—즉, 실제로 작동하고 변화하는 조직에서 살아 있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 내 자리에서 ‘왜’를 다시 묻고, 그 질문이 실행, 구조, 성과로 이어질 때, 리더십은 전략이 되고, ‘왜’는 출발점이 아닌 현실에서 완성되는 힘이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리더십전략] 불완전한 조건, 작동하는 리더십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