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이 반복되고, 실패는 예고된 결말처럼 따라왔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이어트는 의지 부족의 결과로 치부되곤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일까? 어떤 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야식을 찾고, 또 어떤 이는 애초에 실패가 두려워 운동을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같은 체중 감량 목표를 가지고도 실패의 원인과 감정,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한다.
Noom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칼로리나 체중 수치로 사람을 분류하는 대신,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되풀이하는 말—패턴화된 자기 서사(narrative)의 구조를 읽었다.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실패를 반복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사람들’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설계했다.
문제에서 출발한 세분화
전통적인 세분화 방식은 간결하고 명확하다. 연령, 성별, 지역, 소득 수준 등 겉으로 드러나는 특성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표는 깔끔하고 기준은 단순하다. 하지만 Noom은 다이어트라는 문제에 접근하면서 이러한 ‘명료함’이 오히려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보았다.
사람의 마음은 하나의 틀로 고정하기엔 너무나 유동적이다. 기분, 환경, 날씨, 기억 하나에도 반응은 달라진다. ‘심리 기반 세분화(psychographic segmentation)’라는 말이 그럴듯해 보일 수 있지만, 심리를 고정된 기준으로 분류한다면 결국은 마케팅 포장에 그치기 쉽다.
그래서 Noom은 질문을 바꾸었다. ‘왜 사람들은 반복해서 같은 방식으로 실패하는가?’ 이 질문 앞에서 단순한 외형 정보는 충분치 않았다. 겉모습은 비슷해도, 사람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흔들리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난다. Noom은 다이어트를 행동 자체가 아니라, ‘행동을 만들어내는 ‘반응 구조’로 바라봤다. 눈에 띄는 변화보다 내면의 이야기, 수치보다 패턴을 읽어낸 시선이 Noom의 세분화 전략을 완성했다.
유연함과 실험 정신
Noom의 세분화 전략은 처음부터 완성형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용자 반응과 시장 조건의 변화를 동시에 감지하며 전략의 방향과 실행 방식을 끊임없이 조정해 나갔다. 핵심은 ‘고객 분류’ 자체가 아니라 각기 다른 그룹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를 전략적으로 정의하는 일이었다. 심리 기반 세분화는 진단이 아닌 작동 모델이어야 했고, 이를 위해 Noom은 개입 방식 전반을 설계 단위로 다루었다.
사용자 별 반응 특성에 따라 코치의 개입 시점, 콘텐츠 형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졌다. 즉각적 피드백에 반응하는 집단에는 개입 타이밍을 앞당겼고, 지속적 동기 유도가 필요한 사용자에겐 텍스트보다 시각 중심의 콘텐츠가 적용됐다. 또한 국가별 정서 차이를 고려해 식단 구성, 언어 표현, 인터페이스 설계까지 현지화 전략이 병행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조정은 단순한 사용자 맞춤화가 아니라, 심리 기반 세분화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전략적 실행 설계의 일부였다.
전략의 출발점을 바꾼 질문
세분화는 분류를 위한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Noom이 바꾼 것은 체중이 아니라 전략의 시작점이 되는 질문이었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중심의 질문에서, ‘왜 이사람은 같은 방식으로 반복해서 무너지는가’라는 심리적 구조에 대한 질문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 질문이 바뀌자 전략 역시 달라졌다. 한 번의 분류가 아닌, 반복적인 흐름을 읽는 설계이자, 타겟팅이 아닌 동행을 위한 구조.
필자 개인으로 말하자면, 이 브랜드에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며 사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감정의 흐름을 조정하는 데 있어 외부 구조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략이 필자에게 매력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전략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Noom이 그 전략이 필요한 대상을 명확히 정의하고 정밀하게 포지셔닝 했다는 점이다. Noom은 돈을 지불해서라도 자기 자신을 다시 설계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겨냥했고, 그 전략은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작동했다. 이것은 단순한 분류가 아닌, 진정한 세분화다.
세분화는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언어가 아니라, 그들이 흔들릴 때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구조다. ‘어쩌면 나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작고 낯선 희망의 시작점. 그 가능성을 설계하고, 전략으로 증명한 브랜드는 이상과 현실 경계 어딘가에 자리를 만든다. 흔들리는 심리를 읽고, 흐름 위에 전략을 세우며, 무너지기 쉬운 반복을 설계로 이끈 브랜드—그것이 오늘날 ‘유니콘’이라 불리는 것의 또 다른 얼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