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상인'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자.
도시재생사업은 지역에 상권을 포함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그 성격이 명확히 구분된다. 즉, '거주'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경우, 마을만들기 사업과 유사하게 주민 공동체 활동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즉, 더 살기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한 장소, 시설, 환경, 활동 프로그램이 주요 세부 사업이 된다. 활동가 중심으로 얼마나 많은 주민들을 본 사업에 참여하는지가 중요하다. 단, 자신의 생업과 생활을 유지하면서 참여할 뚜렷한 목적을 부여하기 어렵거나 사업들이 체감적이지 않아 참여와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반면, 상인들이 많은 지역의 사업에서는 참여가 매우 적극적이다. 즉, 상권 쇠퇴 및 수익 감소라는 주머니 사정의 체감으로 인해 상인들의 사업 유치와 기대감이 크다. 따라서 상권 활성화 목표 달성을 위한 도시재생사업은 대체로 기존 상권의 환경, 예를 들어 각종 시설물과 공공공간, 보행로 등을 개선하는 사업과 새로운 창업자들을 빈 장소에 유치하려는 사업으로서 진행된다. 자연스럽게 상인들의 ‘숙원사업’과 전문가 진단에 의해 ‘해야 하는 사업’으로 활성화계획이 수립되어 실행된다.
그런데 여기서 서로 다른 욕망과 욕심들이 충돌하게 된다. 우선, 그들만의 ‘숙원사업’에서는 어느 위치에 할 것인가에 대한 첨예한 갈등이 발생한다. 자신의 가게 또는 상권지역 중심으로 개선된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아주 자연스러운 욕심들의 충돌이다. 또한 활성화를 위해 지역 콘텐츠를 쇄신해야 하는 ‘해야 하는 사업’으로서 새로운 플레이어를 유입하게 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 ‘너네가 뭔데’, ‘왜 걔네들에게 사업비를 써야 하냐’ 등의 고함이 오가며 힘을 행사한다. 결과적으로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임대료와 임대기간 등의 민감한 사안들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배려도 받기가 힘들어진다. 예를 들어, 목 좋은 건물의 소유주들은 여전히 높은 임대료를 받기 원하고 그쪽 상인회에 견제를 받기도 한다. 따라서 적절한 장소에 정착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어찌하여 상권이 활성화되는 분위기를 탄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그 혜택은 건물주나 건물을 소유한 상인들에게 돌아가게 될 수밖에 없다. 피와 땀과 눈물로 5년 동안 상권을 살린 사람들은 계약기간 완료 후 높아진 임대료로 떠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소멸을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는 이러한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안과 합의가 없다면 지역에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 특히 상인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아름다운’ 공동체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것보다. 그들과 새로운 사람들에게 서로 이익이 공유될 수 있는 명확한 상생 방안을 치밀하게 먼저 짜야한다. 상인 구역은 주민 구역과 달리 철저히 비즈니스 측면에서 접근하여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솔직히 털어놓고 계획과 사업실행을 해야 한다.
'주민' 참여를 모호하게 외치기 전 '상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 부터 도시재생사업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