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애정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그런데 몇십 년 동안 이곳을 지키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꾸준히 해오신 분들은, 도리어 도시재생사업에 많은 욕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행정과 용역사에서는 그분들의 활동을 도시재생사업을 지원하는데 다각적으로 활용한다. 활동 서류와 시진을 첨부하고 현장실사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당연히 그분들은 지역에 좋은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열심히 서로 돕는다. 이러한 분들이 더 폭넓고 영향력 있게 활동하고 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해야 함은 당연하고 초기에는 그렇게 분위기가 흘러간다.
그런데 자칭 ‘활동가’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주민의 등장이 도시재생사업에서 매우 두려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즉, 자신의 활동에 대해 보상받고 싶어 하고 자신이 속한 이해관계 집단과 구역에 사업 유치를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지속적으로 행정이나 도시재생 센터에 찾아가 괴롭히듯이 자신의 의견만을 피력한다. 다른 주민들에게는 ‘당신들은 도시재생에 대해 쥐뿔도 모른다’는 식의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며 ‘내가 이 사업을 따올 때 당신들을 뭐했냐’라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저기 자신이 그동안의 행사나 여러 사업에 관여한 과정 ‘사진’과 ‘문서’로 자랑하기도 한다. 한편 뒤로는 ‘내가 사업을 따왔으니 내가 어느 사업에 참여시켜 준다’는 식의 사기성 이야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가라고 주장하는 주민들은 이 지역에서 내가 ‘가장’ 잘났고 ‘내 소유’라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낸다.
도시재생사업의 특성상 이러한 분들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업계획을 함께 구상하는 단계에서 주민들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쁘며 단순히 의견을 피력하는 기회 제공만으로 동기부여가 될 수 없다. 아무리 지역을 위해 참여한다고 해도 사심을 가진 대표와 사람들의 ‘세(력) 몰이’로 소외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기도 하다. 물론 중간지원조직과 행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모으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자리와 시간을 지속적으로 갖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견제하여 균등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모사업 선정을 위해서 효율적 과정이 우선되는 현장에서는 이를 챙겨가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강한 사심을 드러낸 참여에 만족하며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재생사업에서는 주민들의 자체적인 ‘다듬기’ 움직임이 필요하다. 다수에게 동기부여를 하며 목소리 큰 집단이나 사람들을 자체적으로 견제해야 하는 것이다. 주민참여라고 포장된 공청회나 협의체 회의를 통해서는 절대로 '함께 하는 마음'을 먹게 할 수 없다. 그런 척을 하는 경우가 많을 뿐 ‘뒤통수’ 침을 당하는 상황을 언제나 직면하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주민에게 지역은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 공동(공통)의 것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또한 소중한 세금을 지원받는 만큼 최대한 넓은 지역과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이 사업을 바라보게 해야 한다.
파급효과가 더 큰 곳(것)이 어디인지(무엇인지) 전문가, 행정, 센터와 함께 고민하고,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고민하는 자세 부터가 진정한 주민참여의 시작일 것이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