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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ss May 04. 2021

주민을 퉁쳐 생각 말자 | 도시재생 마인드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참여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도적으로 활성화계획 수립과정에서 주민참여를 강조하고 이것이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업비를 따기 위한 사업계획서이므로 주민참여보다는 행정과 용역사가 주도하여 그럴듯한 아름다운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은 조사와 의견청취를 위한 소스이거나 공청회 등을 거쳤다는 참여의 증거로서 활용되기도 한다. 물론 자발 적인 주민조직들의 참여가 있는 곳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사업 선정 이전의 주민참여는 ‘신기루’ 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참여시키는 주민들의 대부분은 토착 조직의 대표와 임원들이다. 동대표, 상인회 대표, 각 종 위원회 대표, 유관단체 대표 등이 초기부터 참여한다. 행정에서는 이전 타-사업을 통해 연계된 조직부터 연락하여 참여를 독려하며, 그들이 가진 주민동원의 힘을 활용하여 주민참여의 구색을 맞추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각 대표들이 자신이 맡은 구역과 조직을 대표하기 때문에 참여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태도이다. 따라서 자신의 구역과 분야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회의를 통해 좀 더 첨예해지면 세부사업들을 ‘어디’에 서 ‘누구’와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들은 대립하게 된다. 자신들의 조직을 위해 사업을 유치하고 사업비를 따와야 하는 명확한 의도를 갖고 참여하기 때문이다. 몇 백억 단위로 유치한 사업을 현장에서 다시 나누어 재-유치하는 과정에서 각 대표들은 참여 동기가 충만하게 된다. 사업비가 확보되고 세부사업들이 어느 정도 확정되면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당연히 불만을 가진 조직이 생기며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충돌을 필수적 갈등이라 생각하여 해결하라는, 그것이 거버넌스의 구축 과정이다라는 무책임한 전문가의 자문은 정과 중간지원조직, 다른 주민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담보로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의 종합계획은 무너지고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사업들은 전개된다. 시간이 갈수록 그렇게 되는 것이 어쩔 수 없었다는 자조 식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 모든 것은 초기부터 '진정한' 주민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 과정이 주민참여의 사업으로서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쉽게 하는 사람은 분명  '외부' 전문가일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말이며 현장의 수많은 고통을 간과하는 것이다. 문제의 시작은 초기에 주민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행정과 중간지원조직이 대표 위주로 구성한 것에서 시작함을 알아야 한다. 공문을 돌리고 공지하여 모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조직의 대표일 것이고 그들을 주민들이라고 하는 것에서 모든 문제는 시작된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의 취지가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참여하여 '같이' 실행할 수 있는 '책임질'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면(해야 한다면) 주민을 ‘퉁’ 쳐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보다 더 세분화하여 발굴하고 모아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상인들은 연령, 구역, 종목, 성별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이해관계와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거주 주민들도 마찬가지이다. 모이는 주민들을 모든 주민들이라 단정 하지 말고, 최대한 ‘다양한’ 주민들이 모일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대표든 그렇지 않든 최대한 특성과 위치, 영역을 세분화하여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주민 ‘참견-계획’이 아닌 주민 ‘참여-실행’을 위한 도시재생사업이 ‘개시’될 수 있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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