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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ss Nov 15. 2021

빈 곳에는 '사연'이 있다 | 도시재생 마인드

도시재생사업에서 공간시설 세부사업은 주로 빈 곳을 대상지로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유휴지, 유휴시설, 나대지, 빈 점포, 빈집 등 과거에 비해 사용성이 현저히 떨어진 곳들을 새로운 콘텐츠로 채우려는 의도이다. 따라서 활성화계획 수립과정에서 이런 빈 곳을 우선 찾아 조사하고 매입 또는 활용할 수 있는지를 따지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경계해야 하는 통념이 있다. ‘비어 있으니 쉽게 얻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럴 경우 사업 과정에서 쉽게 풀릴 것만 같았던, 소위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뒤통수 맞는 격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빈집과 빈 장소 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비어 있는 곳에 사연이 많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원도심의 경우 오래된 지역인 만큼 복잡한 소유 및 이해관계로 유휴화 된 경우가 많기도 하다. 자식들이 공동소유하면서 합의되지 않아 팔지도 못하여 남겨진 땅도 많고, 연로하신 분들이 관리를 못하여 일부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방치한 건물도 있다. 심지어 팔고 나가고 싶어도 자식들 간의 유산상속 갈등을 염려하시거나 그 돈으로 다른 곳으로 가시기 두려워하여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타 지역 사람이 여유자금을 가지고 사놓고 그대로 두는 경우도 있으며, 회사나 단체에서 구입하여 방치한 경우도 있다. 과거 이 지역의 전성기 시절을 회상하며 현재 시세에 맞지 않는 가격을 고수하기도 하고, 자신이 다시 귀향하여 집을 지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팔 생각이 없는 경우 등등 모든 빈집에는 나름의 사정들이 분명 있다.


공공 소유 유휴지도 마찬가지이다. 각 소유기관의 자산 및 예산, 그리고 지자체의 타 사업과 관계 문제 등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경찰청, 우정국 등 공공기관의 자산을 매각할 경우 기재부로 들어가 자산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사정도 있다. 따라서 사용하지 않지만 남겨두면 아직까지 본인들의 자산이 되므로 그대로 두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경우 매입이 아닌 부지나 시설로 치환(환지)하길 원하는데 적합한 곳을 찾기 힘들거나 새로운 업무가 만들어지는 것을 꺼려하는 등 유휴지의 처리가 난항을 겪게 된다.


결국, 민간 또는 공공소유이든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면 분명 그것에는 사연이 존재한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절대로 쉽게 접근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분명 도시재생사업은 빈 곳을 중심으로 시설과 사업계획을 따져봐야 한다. 끊임없이 찾고 설득하며 안되면 다시 찾고 협의하고 안되면 다양한 사업제안으로 다시 협의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설득 과정을 통해 그 빈 곳이 중요한 지점임을 주민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얼마나 '압축'하고 '효율'적이며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진행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또한 한 곳만을 협의한 후 안되면 다른 곳을 알아보는 순차적 진행으로는 너무 많은 인력과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다. 부지확보 지연에 의해 여러 연계 사업들이 미루어지면서 주민들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한 곳 만에 집중하는 것이 소유주나 소유기관에게 끌려가는 여러 곳을 '동시'에 검토하고 대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보이지 않는 경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비어 있다고 바로 들어갈 수 있다고 단정하지 말고 구구절절한 사연을 먼저 파악한 후 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자.제도와 절차의 전문가로서 행정 / 빠르게 현장 정보를 전달하는 중간지원조직 / 정보를 주거나 소유주를 설득하는 주민, 어벤저스 팀이 되어야 한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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