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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ss Nov 13. 2021

사유지보다 공공유휴지 | 도시재생 마인드

도시재생사업에 거점공간과 시설은 필수로 계획에 포함된다. 거점시설이 전체의 사업성격을 규정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조직들을 모으거나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 단골 세부사업으로서 청년창업, 공방, 전시, 공연, 센터 활동을 담는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시설 조성사업은 반드시 부지확보를 전제로 한다. ‘부지 확보’는 도시재생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실행의 ‘사전 행위’로서 어느 ‘위치’에 얼마의 ‘재원’이 투입되는지가 결정되는 단계이다. 사업 선정에서 부지확보 방안에 중점을 두어 계획의 실효성을 평가하므로 활성화계획 수립단계부터 부지 소유주(기관)와 협의하여 동의를 받아 증빙 자료로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민들 사이에서 많은 눈치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영향력이 큰  거점시설을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구역에 유치하기 위한 힘 싸움이다. 따라서 행정, 전문가, 용역사에게는 이런 긴장관계에서 ‘어떻게’ 거점시설의 위치를 정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느냐가 중요한 임무이며, 당연히 험난한 과정을 겪기도 한다. 주민과 상인들은 각자 자기네 쪽으로 거점시설이 들어와야 하는 논리들을 피력하면서 갈등이 생기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공무원, 용역사, 중간지원조직에게 노골적으로 ‘정치질’을 한다.


여기서 좀 더 분위기가 악화되는 경우가 특정의 '누가(민간) 소유한' 부지를 매입하는 경우이다. 즉, 공공재원인 세금으로 특정 개인에게 혜택을 주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사업이 쇠퇴지역에서 진행하다 보니 몇십 년 동안 하락한 부동산 가치를 이때 보상받거나 현금화할 기회로 생각한다. 더구나 이것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배알이 꼬이게 된다. 

우선, '특혜'를 누군가 누린다는 소문으로 오해를 만든다. 이런 경우 자신의 땅과 건물은 왜 해당이 안 되는지 노골적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결국 민간 소유주 누군가의 대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도시재생사업은 사로 나뉘어져 반목과 민원들이 오가는 ‘아수라판’이 된다. 


따라서 공공재원이 투여되는 공간시설 사업의 경우 우선으로 선택을 고려해야 하는 부지는 누군가의 대지가 아닌 공공소유의 대지여야 한다. 여기서 공공소유라는 것은 기재부, 지자체, 우정국, 경찰청, 교육부, 코레일, 공단 등 공공기관 또는 정부와 지자체 소유 대지를 의미한다. 이 중 유휴지(시설)로서 방치된 곳을 선택한다면 그나마 주민들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게 만들어 동의를 이끌어 내기 쉽다.


특정 민간 소유의 대지가 전체 사업계획에서 최적화되어 있을 경우도 분명 있다. 사업계획에서 최적화의 논리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는 있으나 수많은 이해관계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공공유휴지를 정해 놓고 계획을 다시 짜는 편이 ‘그나마’ 합의와 실행을 담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공유휴지라고 활용 협의와 매입이 쉬운 것은 아니다. 각 기관마다 그것을 방치하면서 까지 ‘소유’하는 이유가 있고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얽힌 경우도 많다. 그러나 최소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나마 존재하던 공동체를 박살 내는 일은 줄일 수는 있으니 공공의 유휴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단,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토교통부나 공공기관의 강력한 의지와 제도 보완도 절실하다. 현장에서 해결하라는 식 또는 기존 조례나 지침만을 따져 이래도 저래도 안된다는 무기력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매입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조직/과정 측면에서 틀을 다시 짜 주어야 한다(연구 참조).


요컨대, 아무리 좋은 계획과 타당한 부지확보를 제안하더라도 특정 사람에게만 당장 이익이 돌아간다고 주민들이 생각한다면, 그 좋은 계획은 실행 조차 하기 전에 많은 마찰과 갈등을 불러올 것이다. 차선책을 선택하더라도 주민들의 합의나 동의를 이끌고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참여의지’로서 동기부여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시작하기도 전에 ‘의심에서 불신’을 만들 수 있는 부지 선택을 영악하게 해야 한다. 잘못하다 재생하려다 서로의 ‘관계 단절’이 될 것이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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