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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ss Nov 09. 2021

청년을 소모하지 말자 | 도시재생 마인드

창업지원, 그리고 쉐어오피스, 쉐어하우스, 청년주택 등 청년의 일 및 삶과 관련된 활동, 생활, 교육, 시설 등에서 많은 공공사업들이 집중되고 있다. 전국의 원도심에는 주로 청년몰과 도시재생사업에서 청년창업 지원 세부사업들이 계회되어 실행 중이기도 하다. 쇠퇴된 지역에 활력을 주는 새로운 주체인 청년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청년상인, 청년주민, 청년기획자, 청년예술인 등의 발굴과 성장/정착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원하는 대신 그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요구하여 대외적으로 지역활성화에 힘쓰고 있다는 매체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청년 지원사업들이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궁극적으로 낙후되고 쇠퇴된 지역에 정착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들이 어떻게 어디에서 ‘살고’, ‘수입을 얻고’, ‘활동’을 할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론 다수 청년지원사업을 통해 공간을 제공하거나 활동과 교육을 지원한다. 그런데 과연 ‘제대로 된’ 공간을 임대해 주는가, 자부담은 적당한가, 컨설팅은 진짜 ‘필요한’ 교육 내용인가,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등에 대해서는 좀 더 깊고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청년사업을 보면 사람들이 오지 않는 곳에 정착할 가능성이 크고 자부담은 적지 않게 책정될 경우가 많다. 그리고 컨설팅 교육은 관행으로 진행하여 청년들을 '일당백'으로 키울 것에 맞춰져 있지 않다. 물론 ‘가짜 청년’들의 자질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청년들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 자체에 만족하거나 큰 일을 하고 있다는 다른 주체들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이 과연 자신의 아이템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부족한 부분을 위한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 만큼 해주는 것도 대단한 특혜이니 나머지는 당신들의 몫’이라는 지원하는 주체의 생각은 결국 실패하면 ‘너네들의 역량과 실력이 문제였다’ 또는 ‘젊었을 때 실패도 해보아야 한다’는 꼰대식 결론으로 항상 이어지는 경우를 보아왔다.


그 결과 뉴스에서 언급되듯이 전국의 청년몰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젊은 예술가들은 단기적 활동비만 받고 지역에서 일회성 활동을 권장받는다. 청년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누군가가 현장에서 살아가야 하는 청년들의 ‘수익’ 측면과 현실과 체감 측면에서 공감 없이 그저 사업을 위한 사업으로서 진행한 결과이다. 


제발 사업 결과로써 모든 책임을 청년들에게 돌려버리고 다시 새로운 청년들을 모집하는 소모적 순환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에 큰 권한이 있는 행정, 지역 토착세력들은 절대로 청년들을 소모 대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지원받는 사람으로서 그들을 동정하거나 생색내서도 안된다. 그들이 점차 소멸해 가는 ‘우리 지역’에서 치열한 삶을 이어가야 할 자신의 자식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이들이 지역에서 떳떳하게 뿌리내리고 떠나간 사람들보다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주어야 할 것이다. 지원도 싫다면 최소한 시기와 질투가 아닌 응원을 보내주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의 아름다운 포장지로 청년을 소모하지 말자. 사업에서 힘을 가진 당신들도 한때 청년이었음을 잊지 말고 공감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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