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서 빵순이란...

빵을 먹어서 얼굴이 빵빵해졌나. 푸하하.

by 맏초이

빵 먹다가 체했는데 또 빵을 먹는 사람이 나다. 종류를 가리지 않지만 특히 식빵을 좋아한다.(그 언니도 좋아한다.) 갓 나온 퐁신퐁신한 식빵을 칼로 자르지 않고 손으로 주욱 뜯어서 호~ 불어먹는 게 제일로 좋다. 바게트 빵 역시 좋아하는데, 바게트 빵에 찍어먹고 발라먹는 생크림이 마치 흰쌀밥에는 김치가 어울리는 콜라보를 연상하는 듯해서다. 단팥빵도 좋아한다. 찬바람 불던 겨울날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보던 도라에몽 만화책의 냄새와 한 입 베어 물던 단팥빵 맛을 잊지 못한다. 그렇게 또 빵 리스트가 하나 추가되는 것이다.


기억이 희미할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집 옆에는 빵집이 있었다. 지금처럼 프랜차이즈가 판을 이루던 시대가 아니었고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서 그 자리를 다시 찾았지만 빵집은 없어졌다. 대신 동네 마트가 들어왔는데 조금 씁쓸했다. 추억하는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빵집은 대형 프랜차이즈나 마트에 묻혀 찾아보기가 힘들다. 역시 씁쓸하다. 빵집 주인 얼굴도 가물가물하지만 또렷이 기억나는 건 하루 장사를 마치고 남은 빵을 한아름씩 쥐어주시던 손과 빵 무더기들이다. 찰나의 그 장면을 떠오를 때면 행복했다. 빵을 우걱우걱 욱여넣을 때마다 할머니는 '나중에 빵집 아들이랑 결혼해라' 하셨다. 미혼인 아직까지도 할머니의 희망사항은 현재 진행형이다. 흠... 단지 아들에서 빵집 주인이 돼야 나이가 나랑 맞지 않을까.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 흠흠.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유명한 빵집은 꼭 가본다. 이곳저곳 도장깨기를 하다 보면 끼니는 결국 구매한 빵으로 대체된다. 쌀을 먹어야 밥심으로 돌아다닌다는 엄마의 말도 맞지만 새로운 종류의 빵을 보면 먹지 않을 수가 없다. 강릉에서 먹은 카O빵이 그렇다. 난생처음 보는 빵인데 맛은 더 놀랍다. 크림을 감싸는 빵은 폭신하고 크림은 사르르 녹아 없어지고 둘이 한 입에서 씹을수록 어우러지는 맛에 혀가 놀랄 뿐이다. 그런데 또 이런 빵은 아껴먹으려고 집에 가져오면 그 맛이 나질 않는다. 비닐로 포장해 두었고 시간이 지나서인지 아니면 내가 이미 먹어본 맛이어서 그런지 그저 그런 맛으로 변해버린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빵을 떠나보낸다. 끼니때마다 먹었던 빵을 끊고 그 자리를 쌀로 채워야겠다. 밥심으로 산다는 느낌조차 떠오르기 힘들지만 빵은 이제 완전히 끊어낼 때가 됐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나면 쌀을 주식으로 살지는 않을 것이지만 요요의 두려움을 알기 때문에 한 끼는 한식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1인 가구에서 어떻게 식단을 만들어서 소비할지 지금부터 곰곰이 생각해야겠다. 슬프지만 나에게 큰 기쁨이었던 모든 빵들아 안녕.



D-DAY = 2021년 11월 1일

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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