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기?
걷는 걸 좋아한다. 일상에서 걷기는 숨이 턱까지 차지 않고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걸을 수 있어서 좋다. 거기에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걷는 코스도 가리지 않는다. 하천, 한강, 공원, 동네, 마트, 종합쇼핑몰, 백화점... 등등. 그중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길거리다. 장애물 건너기 하듯 이리저리 피해 다니면서 빠른 속도로 목표지점인 건널목까지 간다. 요 앞에 앞서가는 사람이 있으면 추월하기 위해 빨리 걷는다. 그러면서도 사방을 보며 걷는데 '어? 저건 새로 생겼잖아? 아! 저기서 살 거 있는데 나중에 들러야지. 어? 아! 어? 아!' 오만 참견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것이다. 물론 나 혼자 열심히 걷는다.
주로 혼자 걷는 경우는 귀가하는 시간이다. 원래 빠르게 걷지만 귀가 모드일 때는 누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 마냥 와다다다 걷는다. 눈앞에서 신호가 초록으로 보이면 냅다 속도를 더 빠르게 해서 와다다다 걷는다. 나에게 있어서 걸음은 느긋한 걸음이 아니다. 언제나 쫓기듯이 걷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걷는 것처럼 빨리빨리 근성으로 살아왔지만 왜 손은 빨라지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 손은 발처럼 빨라질 수 없는 것인가. 그렇다고 롱다리도 아니면서 짧은 보폭으로 어디를 그리 가시나요.
그런데 나보다 더 빠른 사람이 있다. 바로 성당 대모 언니다. 얼마 전 만남에서 함께 길을 걸으며 대화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달리고 있었다. 대단하다. 동생은 저 멀리서 신발 끈을 묶고 있었다. 달리기 위해... 그동안 많은 이들에게 들었던 '같이 가'를 내가 헉헉거리면서 내뱉고 있었다. '헉헉. 언니 같이 가요.' 많은 이들이 떠올랐다.
함께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걸음 속도를 맞춰야 한다.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천천히 걸으려고 신경 쓰다가도 대화에 몰입하다 보면 습관처럼 걸음이 빨라진다. 의식할 때마다 뒤를 돌아보며 기다리지만 걸음이 맞춰지면 또 앞서가는 것이다. 대화가 들리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빠르게 앞서 걷는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혼자 바쁘다.
다이어트를 위한 파워 보폭이 아니면 걸을 때 속도를 맞추려고 노력해야겠다.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혼자일 때는 빠른 속도를 유지할 것이다. 다짐하자면 다이어트 시작에 맞춰 파워 보폭으로 양손을 흔들면서 어깨보다 넓은 보폭으로 힘차게 걸어야겠다. 그 촌스런 자세를 맘껏 뽐내면서 마이웨이로.
D-DAY = 2021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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