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가 시작되면
아이가 화장실에 오래 있기 시작해요.
어릴 땐 씻으라면 그렇게 귀찮아하더니
아침에 씻고 저녁에 또 씻고 샤워를 밥 먹듯 합니다.
변한 아이의 행동에
"어젯밤에 씻고 잤는데 왜 아침에 또 씻어?" 했더니
"머리가 눌렸어요." 하는 사춘기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네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 번 샤워를 하면 나올 줄을 몰라요.
머리 감고 몸에 비누칠하고 씻으면
5분이면 끝날 것 같은데
세월아~네월아~10분 20분 30분...
문닫긴 화장실에서 물소리만 촥~~~
물도 흐르고 수도세도 흐르고 내 마음도 흐릅니다..
게다가 사춘기에는 장운동도 활발한가 봐요.
하루에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가는지
화장실을 가면 나오질 않고요.
오죽하면
"넌 무슨 똥을 그렇게 오래 싸니?
너 지금 휴대폰 보러 간 거지?"했더니
"와~ 엄마. 무슨 소리야? 봐봐! 보여줄까? 어?"
하면서 항변을 하더라고요.
순간, 너무 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오기를 기다리지만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 보면
이건 분명 합리적인 의심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사춘기에게 화장실이란 어떤 공간일까요?
아이의 몸과 마음이 변하면서
엄마와 분리되는 작은 공간이 화장실이 아닐까 싶어요.
요즘에는 아이 방에도 CCTV를 설치하거나
대치동에서는 방문을 아예 없앤다고 하던데
아이가 혼자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화장실밖에 없는 짠한 상황이기도 한 거죠.
엄마의 감시가 없는 곳
나 혼자만 있을 수 있는 곳
마음이 편해지는 곳
그곳이 사춘기 아이에게 화장실이 된 거지요.
저희 집에서는 하나 더!
화장실이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이기도 했어요.
사춘기 아이가 엄마 잔소리에 화가 나면
순간 올라버린 화를 분출할 곳이 없어서
화장실에 가서 물을 벽에다가 뿌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거든요. ㅠㅠ
그걸 지켜보는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복잡하더라고요.
금은 다 큰 성인이 된 어느 집 자제분이
이렇게 말했대요.
"엄마, 그때 화장실에서 내가 뭐 하고 있었는 줄 알아? 물 틀어 놓고 바닥에 누워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누워 있을 수 있었어. 나 화장실에서 물 틀고 혼자 있고 싶었어."
사춘기 아이의 마음이 이해 가시나요?
사춘기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따라 행동해요.
아이의 힘듦도 이해가지요.
그런데..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오마이갓!!! 수도세가.....ㄷㄷㄷ
이건 좀 아니지 않니?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이해하면서도
가끔씩은 아이에게 말을 해주는 것이 좋아요.
사춘기 아이라도 원하는 대로 다 하게 해주면
그게 당연한 줄 알거든요.
가정도 사회와 마찬가지로
지켜야 할 범위를 설정해 주는 것이
아이를 바로잡는 힘이 돼요.
샤워 시간이 길어지는 날은 노크하면서
"너무 오래 하는 것 같아. 물을 너무 많이 쓰면 안 돼."
라고 말해주고 있어요.
그러면 "어, 5분만" 하거나
"어. 나갈게~" 하고 정리하고 나와 줍니다.
개인의 삶도 중요하지만
가족의 일원으로서 서로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생활에서 가르쳐 주려고 해요.
처음엔 화내다가도
아이가 존중받는다고 느끼고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생기면 받아들이더라고요.
사춘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