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의 실직 소식을 접한 친정아빠의 첫 마디

PART I 그렇게 남편은 실직자가 되었다

by 번역하는 엄마

저희 가정은 최근 남편의 실직이라는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매주 2회 블로그와 브런치에 연재 중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



상무님 사모님에서 실직자 아내로

PART I 그렇게 남편은 실직자가 되었다


제1화: 결국, 그날이 왔다

제2화: 어제도, 오늘도 남편이 회사를 안 간다

제3화: 사장님 사모님이 될 줄 알았지

제4화: 임원을 달던 그날의 기억

제5화: 내가 번 돈으로 생활비를 하라고?

제6화: 사위의 실직 소식을 접한 친정아빠의 첫 마디


"괜찮다, 괜찮아. 다 그래 살아간다."


너무도 갑작스러웠던 남편의 퇴직.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들과 복닥거리던 저녁에 수화기 너머로 소식을 접하고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는 게 그제야 뭔지 알 것 같았다. 서늘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 느낌. 마치 정전이 되어버린 듯,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았다. 애들 밥에 목숨 거는 엄마인데 그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말없이 한참을 앉아 울었다.


그 와중에 제일 먼저 생각난 사람은 엄마. 엄마 앞에서는 울면 안 될 것 같아 마음을 가다듬고 전화를 걸었는데, 웬걸. 엄마의 "여보세요." 한 마디에 와르르 또 무너져버렸다. "엄마, 오빠가 내일부터 회사 안 간대. 이제 못 간대. 엉엉엉." 워낙 충격이었는지, 그때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참을 통화하다 끊었는데, 곧바로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윤영아, 괜찮아. 울 일 아니야, 울지 마. 그게 인생이야.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겁낼 것 없어."


인생의 커다란 변화를 맞은 마흔 너머의 딸에게 칠순을 넘긴 아빠가 건넨 한 마디. 괜찮다, 괜찮아. 그 짧은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생계까지 책임지며 여섯 식구의 가장으로 살아가던 30년 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와 오빠는 물론 엄마도 몰랐던,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했던 가장의 무게를 그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겁먹지 마. 생애 주기상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야. 변화가 두려워서 그런 건데. 적응되면 괜찮아."


아빠는, 내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핀셋으로 짚어내듯 내 눈물의 원인을 들춰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정확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남편의 실직'이라는 변화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남편이 안쓰럽고 딱한 마음 한편으로 앞으로 변화될 우리 가정의 모습이 어떨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다.


어린시절, 나는 아빠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무섭고 싫기만 했던 아빠가 날 사랑하는구나 믿게 된 계기가 있었다. 대학 때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앞두고 불안해하던 내게 아빠가 말했다. "겁낼 거 없어. 아빠가 데려다줄게. 까짓것 같이 가자!" 아빠의 그 한 마디가 치료제였을까? 불안과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졌고, 결국 혼자서 씩씩하게 워싱턴 DC 공항에 내렸다.


그리고 1년, 아빠는 하루에도 몇 통씩 이메일로 내 안부를 끊임없이 확인했다. 아빠와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건 난생처음이었다. 그때 오고 간 수백 통의 이메일은 한메일 보관함에 그대로 쌓여 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부모가 뒤를 받쳐주고 있다는 그 든든함은 휘청이던 나의 20대를 지탱해 주었다.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도, 입사 시험에 줄줄이 낙방했을 때도.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스무 살의 내게 그랬듯, 삶의 큰 변화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린 내게 아빠는 다시 한번 등대가 되어주었다.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아빠를 보며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것, 그 모습을 자식이 지켜보고 있음을 생각하는 것. 그리고 자식이 힘들 때 손 내밀어 길잡이가 되어 주는 것.


여전히 자신들의 몫을 꿋꿋이 감당하며 나와 오빠의 등대가 되어주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힘을 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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