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선사하는 선물.

이제는 두리번거리기

by 환한 별숲

어릴 적 일기장에는 당시의 내 관심사와 좋아하는 것들로 빼곡했습니다. 그 기록은 마치 다짐 같아서, 언젠가는 그 대상에 '탐구'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탐구는커녕, 글을 쓴다는 행위조차 어쩐지 학창 시절 입시를 앞둔 내게 허락되지 않은 사치 같아서, 고등학생 즈음에는 일기장에 끄적이는 시간도 죄책감이 들어 친구들과 쪽지나 편지를 주고받기가 전부였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어른이 될까 봐 많은 생각들로 복잡할 때, 입시가 아닌 일기장에 적어야 했을 갖가지 생각들이 저를 압도했습니다.


대학생활 동안, 취업을 하면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순간순간은 그때 일기장의 지침에 대한 행동이었습니다. 참 야무지게 보내서 찰나였던 듯한 그 시간.

그 지침 중 가장 중요했던 결혼과 육아는 저를 조금은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제 이름에 하나씩 수식어가 추가되니, 신기하게도 삶이 부산하면서도 단조로워졌습니다. '나'의 생각은 잠잠해지는 듯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누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부모님께서 도와주시고, 아이 아빠도 함께이지만, 엄마로서 일을 하며 아이들 키우기는 행복하기도, 보람을 느끼기도, 또 힘들기도 해서, 까마득하고도 어쩌면 끝나지 않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엄마로서, 학부모로서, 직장인으로서, 잘 해낸 건 소박했고, 부족한 건 매우 자세하게 치명적이었습니다. 그 느낌은 저를 자꾸만 작아지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시간이 이제 제법 지나갑니다.

이제 아이들에게 엄마의 정성이 엄청나게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고2 중1인 두 아이는 본인들도 삶의 부침에 힘겨워하면서도 밝게 자라고 있습니다. 그때의 나처럼.


막 취학아동이 되었을 때, 그림이 들어간 얇포롬한 하나의 소설책을 만들었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그 과정이 어찌나 즐거웠던지 모릅니다. 그때의 따스한 기분을 다시 내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 어릴 적 일기를 떠올리며 두리번거립니다. 명확하기도 하고 모호하기도 한, 내가 아끼고 마음을 쓰던 그 무언가 들을 알아차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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