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과의 에피소드

야쿠르트 아줌마

by 환한 별숲

나는 어려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아마도 어른들에게 무시(!) 당했거나, 꼬마 취급(당연하잖아!)의 기억이 영 괴로웠나 보다. 얼른 어른이 되어, 복수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꼬마는 부지런히 어른이 되도록 노력했다.

그런 내게 좋은 어른을 만난 순간이 있었다.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저학년, 기억에 짜장면이 육백 원이었으니, 오백 원은 큰돈이었다. 짠순이였던 내가, 오백 원을 잃어버렸다! 어디에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눈이 펑펑 쏟아져 무릎까지 쌓인 집 앞 작은 골목길에서 울고 있었다.

그때, 야쿠르트 아줌마가 내게 와서 말을 거셨다.

"아가, 왜 울고 있어?"

"오백 원 동전을 잃어버렸어요."

"아! 아줌마가 조금 전에 여기서 그 동전을 주웠는데, 네 거였구나. 여기 있어."

"와! 네, 감사합니다!"


그 당시 내 느낌은, 칙칙하던 잿빛 눈밭의 야쿠르트 아줌마가, 마치 화사한 눈꽃나라의 천사 같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내 동전을 찾아주시다니!

꽤 한참은 그 말씀이 정말인 줄 알았다. 그저 하얀 눈 속에 파묻혀 있었을 내(?) 동전을 찾으셨다니, 눈이 좋으신가 보다 생각했더랬다.

그러나, 그 다행인즐 알았던 사건이 얼마나 따쓰한 배려였는지, 이제는 안다. 그 동전은 내 동전이 아니었을게다.


그즈음부터 나는 복수심을 버렸다. 아니, 조금 천천히 자라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잘 자라서 나도 좋은 어른이 되어, 아이들에게 따스한 세상을 느끼게 해 주어야지 다짐했다.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모르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하나라도 좋은 기억을 남겨주었다면, 그걸로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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