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선배, 엄마께,

늘 내게 귀 기울여주시는

by 환한 별숲

오늘 아침 기상 시각도 저의 선호나 의지와 상관없었어요. 두 아이를 깨워야 하는 시간보다 일찍이어야 좀 먹여보낼 수 있어서요.

아침을 차렸어요. 엄마 아시는 것처럼, 두 아이의 식성, 영 딴판이잖아요.


입이 짧은 큰 아이는 때마다 입맛이 다르기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에요. 어떻게든 거부감(!) 없는 식단으로 한 술이라도 넘겨 보내려면, 손재주 없는 제가 매일 아침 분주하죠. 전날 밤 잠자리 들기 전 아침식단을 묻기도 하는데, 다음 날 아침 식사로 수용해 준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아침에 종종거리고 부산해도, 보통 상차림이 보잘것없거나 소박해요. 음식 하기에 영 재주가 없으니, 바쁘게 채비를 마친 아이가 나름 차린 식탁 위에 시리얼을 올리네요. 우유도 부대껴하는데, 내 마음이 아려요. 그마저도 남기고 등교하네요. 양치질은 학교 가서 하겠다는데, 하겠죠?


둘째는 두루 잘 먹는 편이니까, 그 누추한 상차림에 만족해해요. 고기라도 있으면, 밝은 미소가 덤이에요. 하지만, 전날 늦게 자면 아침은 거르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점심까지 꽤나 힘들어하더라고요. 요즘에는 그런 날이 좀 늘었어요. 게다가 학원을 다녀오면 느지막이 저녁을 먹으니, 그 또한 걱정이에요. 마음 같아서는, 신선한 채소, 다양한 과일, 양질의 단백질 반찬에다 콩이 들어간 잡곡밥을 먹었으면 좋겠지만, 늘 배달음식이 제 음식을 이기네요.


아기를 성인으로 키우기까지,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입히고, 잘 가르치고 정도인 듯한데, 어느 하나 제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아침식사도 이렇게 전쟁이니, 좀 더 일찌감치 잠들어 숙면을 하거나, 좀 더 따뜻하게 입고 신었으면 하는 바람은 다 제 욕심인 거죠? 학교에서든 학원에서든 잘 배우는 지야 말로 본인들 몫일테죠. 그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해서 학교를, 나름 분주하게 알아본 학원을 정한 정도까지가 제가 할 수 있는 전부 같아요.

그런데, 뭐랄까, 내가 이렇게 하는데, 서운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한 듯한 표정이 내심 낯설었어요.


알아요. 제가 생각하는 ‘잘’이 틀릴 수도, 다를 수도 있고, 그 정도도 너무 클 지도 모르죠.

게다가 세상이 너무 급하게, 다양하게 변하니, 우리가 아는 건 모르는 것뿐이라더라고요. 어쩌면 저 우주 어딘가 있을지 모를 행성처럼 이질감이 느껴지는 세상을 살게 될 지도요. 그런 세상을 살아나갈 아이들에게 전통적인 밥상을 강요하고 고루한 저희 시대 학습법으로 공부하지 않는다고

꾸짖기만 하니, 서로 머쓱한 그 상황에서 후회하게 되더라고요.


자꾸 다짐해요. 더 먹자, 더 공부하자. 잔소리를 늘어놓는 내게,

'아이들 몸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 하지만, 완벽의 기준을 정하지는 말자.'

'아이들의 마음 건강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 해보자.'


오늘도 두 아이들은 학원을 다녀와서 컴컴한 밤에나 집에 오겠죠. 한 사람으로서도 어설프기 그지없는 내가 아이를 키운다고 사방에 ‘을’이 되고, 기본적인 보육, 교육은 해야겠다고 헤매고 찾아보고, 그렇게 긴 시간을 보냈네요. 그러면서도, 일하는 딸이라 엄마께 죄송했고, 일하는 엄마라 애들에게 늘 미안했어요.


엄마, 이제야 비로소 엄마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저와 동생을 키우시고, 제가 일한다고 저희 아이 둘을 키우셨죠.

그동안 사랑도 경험하시고, 애가 타기도 하셨겠구나. 행복한 순간도 많았겠지만, 애태우고 걱정하는 시간을 훨씬 더 길게 느끼셨겠구나. 아직 아기 같은 저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더 입체적인 걱정과 불안이 있겠죠?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좀 더 웃으며 지내보려고요.

지금도 앞으로도, 누구보다 훌륭한 선배 엄마이신 엄마처럼, 저도 오래오래 좋은 엄마가 되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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